너무 평범한 삶에서 행복 찾기
Enjoy [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새해를 맞아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니 제 삶이 너무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에게 자랑할 만큼 뛰어난 재능이나 특별한 취미가 있지도 않고, 살면서 특별한 경험을 했거나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입니다.”

너무 평범하게 사는 것이 고민이라는, 한 중년 남성의 사연이다. 어떻게 하면 삶이 특별해질까.

위트 있는 작사로 미소 짓게 하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중 ‘별일 없이 산다’란 곡이 있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주요 가사를 보면, 대단히 기쁘고 행복한 일이 있어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별일 없기에 네가 놀랄 것이라는, 그야말로 웃픈(웃기면서 슬픈) 가사다. 그만큼 인생살이에 별일 없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되고, 결론적으로 삶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내 마음에 행복 반응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개인적으로도 50년 정도 살고, 또 직업상 타인의 인생을 공유하는 일을 20년 이상 하다 보니 인생에 골치 아픈 일은 계속 있는데 행복한 일은 가끔 찾아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편안해 보이는 사람도 몇 가지 고민은 다 있고 나이가 들면 해결되길 바라는데 고민의 숫자만 늘어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된다. 왜 이렇게 우리 인생이 세팅됐는지 모르겠지만 서글픈 측면이 있다.

오늘 고민 사연으로 돌아가보면 너무 평범하다는 것은, 필자 입장에선 너무 특별하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주변을 돌아보면 평범하기가 쉽지 않다. ‘성격이 중간만 가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중간 성격이 거의 없다. 너무 외향적이지 않으면 너무 내향적이고, 너무 긍정적이지 않으면 너무 부정적이고, 사람을 너무 의심하지 않으면 반대로 사람을 너무 믿고, 의외로 평범하게 중간인 것이 특별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사람이고 싶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의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인지 궁금하다. 만약 구체성이 없이 막연하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삶의 기준치를 설정하면 계속 내 삶이 평범하고 잘못 굴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쉽다. 특별한 삶은 느낌이 아닌 내용이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특별한 삶이 어떤 것인지 상세하게 스토리텔링을 해볼 것을 권한다. 삶의 목표가 상세하고 충분한 실현 가능성이 있을 때 내 삶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할 확률이 올라가게 된다.

내 삶의 목표를 잘 세우려면 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시행착오를 통해 느끼고 지속적으로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멀리 미래를 계획하지만 동시에 소탈하게 오늘을 즐기는 훈련도 매우 중요하다. 행복 연구 결과들은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크고 매우 특별히 행복한 일이 하나 터지기를 바라면, 잘 터지지도 않거니와 터져도 마음에 적응이란 현상이 일어나 더 크고 강한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으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행복감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주어진 오늘, 내 인생 안에 있는 소소한 삶의 내용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행복한 느낌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어야만 뇌에 행복감이 찾아오게 돼 행복감을 느끼기가 오히려 어렵다. 행복한 느낌을 좇는 것보다는 감정이 좋든 말든 행복 활동에 집중하다 보면 슬쩍 행복감이 찾아온 것을 느낄 수 있다.

행복 활동 일곱 가지

첫째, 당신이 받은 축복을 셈하자. 행복일기 쓰기가 여기에 해당하는 좋은 방법이다. 일요일 저녁, 3개에서 5개의 현재 행복한 사건, 감사해야 하는 일을 쓰는 것이다. 예를 들면, 면허 취득, 아이의 첫 발걸음 같은 것이다.

둘째, 친절한 행동을 실천하자. 큰 봉사나 헌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바쁜 사람에게 순서 양보하기, 피곤해 보이는 동료에게 따뜻한 말과 커피 한 잔 권하기, 남의 고민 들어주기 등 주변을 살펴보면 언제든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런 행동은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키고, 나와 주변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일으키며 이것이 행복감을 배가시키게 된다.

셋째, 인생의 즐거움을 음미하기다. 이 순간의 기쁨과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이다. 겨울 등 계절이 주는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이 한 예다. 울적한 시간에 행복한 시간에 대해 회상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 멘토에게 감사하기다.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방향을 제시해준 고마운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자세할수록 좋고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섯째, 용서하는 법을 배우기다. 나를 위한 용서를 하는 것이다,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복수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행복감은 존재하기 어렵다.

여섯째, 가족과 친구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기다.

일곱째, 신체 건강을 챙기기다. 충분한 수면, 운동, 스트레칭, 웃음은 짧은 시간에 당신의 기분을 상승시킬 수 있다. 규칙적인 실천은 일상생활을 보다 만족스럽게 만들어준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