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속도로 치매 예측한다
SPECIAL WALKING② 성기홍 한국워킹협회 치매예방걷기교육센터장의 걷기 레슨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중앙치매센터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추정 치매 환자는 약 66만 명(2016년 기준), 평균 치매 유병률은 9.8%다. ‘100세 시대’의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하나가 치매다. 이러한 치매의 효과적인 예방법 및 개선책으로 ‘걷기’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만일 65세에 치매 판정을 받았다면 이미 50세부터 치매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매 증상이 발현되기 전 걸음걸이를 통해 치매를 예측하고 조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워킹협회는 지난해 치매예방걷기교육센터를 설립했다. 걷기가 단순히 사색과 사유의 관점에서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치매의 예방과 개선에 유효하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성기홍 치매예방걷기교육센터장은 “암으로 진행되기 전 검진에서 용종 단계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효과적이듯, 치매도 잠복기에 걸음걸이를 통해 예측하고 건강 증진을 위한 노력을 하면 증상을 완화하고 발현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간에 4㎞도 못 가면 위험 신호

걸음걸이로 치매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성기홍 센터장에 의하면, 우리 몸의 생체 신호는 첫째 체온, 둘째 혈압, 셋째 심장박동, 넷째 호흡수, 다섯째 통증, 여섯째 걷기 속도가 있는데, 걷기 속도로 미래의 치매 발생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노화의 기준이 되는 걸음걸이 속도는 초당 1.0m라고 한다. 하지만 경도인지장애로 인지장애가 시작되면 걸음 속도가 초당 0.8m로 느려지고, 초당 0.6m로 저하되면 치매로 발전한다고 볼 수 있다.

성 센터장은 “한 시간에 십 리(4㎞)도 못 가면, 노년에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걸음의 속도(보폭)나 방향이 바뀐다면, 몸의 생체 신호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소가 70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보폭이 좁은 사람은 보폭이 넓은 사람에 비해 인지 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약 3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철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7년 2222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보행 검사와 노인 인지 기능 평가를 수행한 연구에서도 평균 초속 0.83m로 걷는 사람이 평균 초속 1.02m로 걷는 사람에 비해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들은 ‘발로 걷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뇌의 기능이 저하되면 걸음걸이도 변하기 때문이다. 성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50대에 이르면 걸음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는데, 경도인지장애와 치매의 걸음 속도는 노화와 근력의 감소로 인한 저하보다 급격하게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이다”고 했다.

평소 걸음 수부터 속도, 보폭, 몸의 균형 정도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치매 예측에 도움이 된다는 것. 치매예방걷기교육센터는 개인이 자신의 걸음 속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디멘시아 워처)을 개발하기도 했다. 상태에 따라 다섯 단계(매우 좋음,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로 측정되는데, 기록이 나쁨 단계에서 3개월 이상 걸리면 뇌의 이상 신호를 의심해보고, 전문 치매 치료기관을 찾아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30분, 속도의 변화를 주며 걷기

한국워킹협회는 국내에 걷기 열풍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부터 ‘530’ 캠페인을 벌여 왔다. 일주일에 5일 30분씩만 걸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성 센터장은 인지 기능 향상을 위한 걷기도 ‘30분’을 권한다. 그는 “30분을 걷되, 속도에 변화를 주며 걷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예컨대 조금 빠르게 걷기와 느리게 걷기를 반복하며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한국워킹협회에서는 하루 3만 보, 4만 보와 같이 오래 많이 걷는 것도 중년에 추천하지 않는다. 신체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걷는 것은 오히려 노화를 재촉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성 센터장은 “개인이 걷기 운동 후 얼마나 빠르게 걸었는지, 과도하게 걸은 것인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데, 만일 1시간 걷기운동 후 졸리거나 허기를 느낀다면 무리했다는 신체 신호”라며 “다음에는 50분, 40분으로 운동시간을 줄이고 속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50세 전에는 파워 워킹, 50세 후에는 노르딕

명상처럼 사유하며 천천히 걷는 것은 인지 기능 향상에는 자극을 주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한 걷기 방안으로는 걷기를 빨리해 달리기 효과를 내는 ‘파워 워킹’이 대개 알맞다.

파워 워킹은 시속 6~8km(1km당 7분 30초~9분 20초)의 속도로 팔을 힘차게 저으며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걷는 방식이다. 다만 파워 워킹은 일반적인 걷기운동부터 시작해 기초체력을 다진 다음에 도전하는 것을 권한다.

50대 이후 체력이 약해졌을 때는 스틱을 이용한 노르딕(nordic) 워킹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성 센터장은 “나이가 들고 보행 속도가 떨어지면 낙상 위험이 커진다”며 “스틱을 이용한 노르딕 워킹을 통해 신체 중심을 안정되게 하고 전체 근육의 90% 이상 사용하는 걷기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걸음속도로 치매 예측한다
걸음속도로 치매 예측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