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심리학
Enjoy [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기분 좋아야 할 따뜻한 봄인데 마음은 속상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사연이다. “입사 동기가 있는데 회사에서 인기가 많고, 업무 평가도 좋아 이번 봄에 저보다 빨리 승진을 했습니다. 다른 친한 친구는 날씨 좋은 봄날에 결혼을 했고요. 주변 사람들이 잘될 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은데 솔직히 질투가 납니다.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불안하고, 잘나가는 친구들과 자꾸 비교하는 나, 괜찮을까요.” 질투 때문에 봄이 우울하기만 한 경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질투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형제 간 경쟁은 한 살 때부터 시작된다는 주장도 있다. 학습이 아닌 유전자 안에 담긴 생물학적 본능이라는 것이다. 어떤 생물체든 부모에게 더 사랑을 받아야 의존적인 시기에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질투는 상대방과 비교해 우의를 점하고 더 관심을 받고 사랑받고픈 욕구다. 매우 정상적이고 생존에 중요한 감정 반응이다. 그래서 자신이 질투를 타인에게 느낀다고 해서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고 자책할 필요는 전혀 없다. 매우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기 때문이고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아무도 질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숙이 아닌 체념이기가 쉽다. 건강한 질투는 삶에 동기를 주는 하나의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질투가 과하면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자존감마저 떨어뜨리게 된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상대방과의 비교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가 더 낮아지게 되고, 그래서 더 불안하고 더 자존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게 된다.

우선 질투란 감정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억누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질투를 느꼈다고 해서 내가 상대방보다 못한 것도, 그리고 내가 한심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질투를 많이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픈 욕구가 큰 사람이라는 것이고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더 사랑받고픈 욕구 자체가 나쁜 것이 될 수 없다. 그만큼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욕구가 크다는 것이고 실제로 적절한 질투심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성취를 더 이루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질투가 느껴질 때면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말고 그냥 에너지로 느끼는 연습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확 질투를 느낄 때 ‘아, 내 안에 성공과 발전에 대한 강력한 에너지가 꿈틀하는구나’ 생각하며 한 번씩 웃어주는 여유를 갖는 것이다.

질투 같은 감정은 청개구리 특징이 있어 찍어 누르면 용수철처럼 더 세게 튀어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씨름으로 치면 상대방이 훅 들어올 때 맞서지 말고 몸을 돌려 제 풀에 넘어지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질투를 마치 제3의 감정처럼 물끄러미 쳐다보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처음엔 쉽지 않지만 내 감정을 관객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여유를 갖게 된다.

자연, 문화와의 만남

내 감정을 관객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방법으로 좋은 것이 자연, 문화와의 만남이다. 자연, 문화 콘텐츠에 몰입할 때 인생을 바라보는 시점이 주인공에서 관객으로 바뀌면서 마음에 따뜻한 감성이 충전되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누그러지게 된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잘 풀릴까’란 주인공 시점에서 ‘멀리서 관객으로 보니 내 삶에도 긍정적인 것이 많이 있네. 너무 부러워할 필요가 없겠어. 내 안에 있는 긍정적인 것을 즐기자. 내 인생만 힘든 것도 아니야. 원래 인생은 이런 거였어’란 소탈한 감성이 주는 긍정에너지가 차오르게 된다.

뇌 안에 일하는 공장과 충전하는 공장이 따로 있다고도 한다. 연휴 후 재충전됐는지 질문하면 시원하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적다. ‘일하는 날보다 더 피곤하다’는 슬픈 답변까지 나온다. 쉬는 날이어도 뇌 안에 충전 공장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일하는 날과 다를 것이 없게 된다. 일하는 것도 힘든데 충전을 위해서도 무엇을 또 해주어야 하나 피곤하지만 충전 공장이 잘 작동될 때 긍정에너지도 차오르고 창조적 사고, 공감 소통 능력도 회복돼 일도 활기를 유지할 수 있다. 충전 공장이 좋아하는 에너지원이 앞에서 언급한 자연, 문화와의 만남이다.

일하는 공장은 ‘올해 성적을 2배 올리겠어’와 같이 목표치를 높여야 열심히 달려간다. 반대로 충전 공장은 ‘파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것으로 행복해’같이 기대치를 낮추어 소탈한 감성을 가질수록 강한 긍정성의 충전이 일어난다.

내 마음 안에 질투 지수가 높아졌다면 충전 공장보다 일하는 공장이 주로 작동해서일 수도 있다. 질투와 불안은 일하는 공장을 돌리는 감성에너지원들 중 하나다. 아무것도 비교하지 않아 질투하지 않고 내가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전혀 없는데 생존, 성공, 성취를 위해 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일하는 공장만 너무 돌리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지고 불안과 질투가 지나치면 공장의 효율이 떨어져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충전 공장은 등수, 순위, 비교 등에 무심하다. 자연을 즐기고 문화를 즐기고 사람과 따듯한 감성을 공유하는 데 등수를 매기는 경우는 일반적으로는 없다. 비교 없는 절대적 만족을 느끼는 영역인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은 일하는 공장과 충전 공장의 균형을 맞추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질투가 강해졌다면 그 균형이 한쪽을 기울어진 것은 아닌지 점검해 필요가 있고 충전 공장이 좋아하는 활동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매일 산책을 즐기며 마음을 충전했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의 말이다. “무엇보다 걷고자 하는 열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 날마다 나는 나 자신을 행복 속으로 바래다주고, 모든 아픔에서 걸어 나온다.”

산책하기도 좋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데이트하기에도 최고인 5월이다.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 올해 한 번뿐인 5월을 충분히 즐겨보자.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