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마사지와 애무의 공통점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익숙해지고 지루해진(?) 섹스를 그만두고 나니, 스킨십도 스르르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은 피부가 닿을 때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가 슬픈 일이 있거나 외로울 때 우리의 어깨를 감싸고 스스로 안아주는 것이다.

“요즘 마사지에 푹 빠졌어요. 나이가 드니 여기저기 몸이 아프기 시작해서 받기 시작했는데, 이제 마사지 중독인 것 같아요. 호호.”
“제 친구는 마사지를 받으면 오르가슴이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마사지로 오르가슴에 이를 수가 있나요?”
“그런데 이성에게 마사지를 받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음양의 기에 균형이 맞아서 그런가?”

얼마 전 지인들을 만나 차를 마시면서 나눈 이야기다. 폐경이거나 진행 중인 중년 여성들은 폐경 때문에 오는 여러 생리적 증상 때문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잘 아시겠지만 여자는 남자와 달리 난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남자는 첫 사정 후부터 1초에 대략 1000개씩의 정자를 만들어내는 공장이라면 여자는 엄마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난소를 가지고 태어나고, 초경 후에 400번에서 450번의 월경을 하고는 폐경을 맞는다.

죽을 때까지 건강하면 생식이 가능한(자식을 가질 수도 있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폐경을 하면 더 이상 아기를 갖지 못한다. 인간 여자와 몇 종류의 고래가 폐경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갖는데, 이에 대해서 진화심리학적인 입장은 “나이든 여자가 아기를 낳아 기르는 것보다 젊은 여자가 낳은 아기를 지혜롭게 함께 길러주는 것이 인류의 생식에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할머니들이 이끄는 고래 사회나 사람들의 사회는 그 구성원들이 더욱 장수하고, 잘 먹는다고 한다.

◆왜 우리는 스킨십에 위로받나

폐경은 한 번에 딱 월경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오는 경우가 많아서 호르몬의 변화로 달라지는 몸의 상태에 여성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폐경은 더 이상 난소에서 난자가 성숙돼 배출되지 않는 것이며, 여성호르몬이 거의 나오지 않게 된다. 물론 폐경 후에도 미량의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난소에서 분비된다.

하지만 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양이라서 폐경기의 여자는 갑자기 몸에 열이 확 올라오거나,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하고, 불면에 고통을 받기도 하고, 잠을 못자니 몸의 기운이 나빠지며,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등 어려움에 시달린다. 물론 그런 증상이 아주 약하게 지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한동안은 호르몬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고생을 한다.

몸이 이런 시기이고, 마음으로도 더 이상 여자가 아니란 생각도 든다며, 성적인 존재임을 지레 포기하고 남편과의 사이도 친구처럼 덤덤해져 가는 중년의 아내들이 많다.
남편과 사랑을 나눈 적이 언제인가 생각되는 중년 여자들은 외롭고 정서적으로 고립감을 느낀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남편은 어느 날은 소파에서 TV를 보다가 잠이 들기도 하고, 아내가 침실로 들어오기도 전에 혼자 꿈나라로 가기 일쑤다.

또 익숙해지고 지루해진(?) 섹스를 그만두고 나니, 스킨십도 스르르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가뜩이나 외롭고 위축되는 폐경의 시기를 혼자 견디느라 중년의 아내들은 고립감을 느낀다. 또 가족의 발달 단계에서 이 시기는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시기라 더욱 ‘빈둥지증후군’을 심하게 겪기도 한다.

◆섹스리스와 마사지

중년의 아내들은 반려견이나 고양이를 들여 자신의 애정을 쏟기도 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종일 함께 있어도 제대로 된 말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익숙해진 생활 스타일대로 때가 되면 밥 먹고, TV 보고, 자는 무료한 생활 속에 가장 위안을 주는 것이 남편이 아니라 반려견이나 고양이, 그리고 마사지라면 너무 슬픈 일이긴 하다.

반려견을 기르는 이유는 이들이 본능적인 애정과 애착을 표현해서 안기고 핥아주기 때문이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의 충족이다. 또 마사지에 그렇게 빠지는 이유는 바로 직접적인 스킨십을 통한 친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은 피부가 닿을 때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가 슬픈 일이 있거나 외로울 때 우리의 어깨를 감싸고 스스로 안아주는 것이다. 물론 그때 누군가가 따뜻하게 나의 손을 잡아주거나, 나를 안아주면 더욱 위로를 받을 것이다.

마사지는 오일을 바른 온몸을 구석구석 부드럽게 문지르고, 쥐었다 놓고 하며 근육을 풀어준다. 그러면서 사실은 마음도 풀린다. 그래서 화가 나거나, 복잡한 일이 있을 때 마사지를 받고 나면 이상하게 심신이 가벼워진다.

경험이 많은 마사지사는 가볍게 만져보고도 손님이 어떻게 만져줘야 좋아하는지, 어디가 예민한지를 파악할 것이다. 그러면 성적으로 예민한 부분을 노골적이지 않게, 그러나 순환이 잘되도록 자극하고 만져줌으로써 손님의 만족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얼마든지 오르가슴을 느낄 수도 있다. 남자들도 안마를 받으러 가서 발기가 되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또 동성에게 마사지를 받는 것보다 이성에게 받는 것은 자신의 경계를 내려놓는다면 훨씬 성적인 흥분과 만족이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마사지를 즐기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이성에게 마사지를 받는 것이 더 개운하고, 훨씬 좋은 것 같아 이성 마사지사를 선호한다고 한다. 아마도 이성에게 마사지를 받으면 성적인 긴장과 상상 속에 자신을 놓고(그에게 어떤 호감의 마음이 없더라도) 마사지의 손길을 통해 긴장이 완화되면서 기운은 조화를 이루고, 그래서 더욱 마사지의 효과가 높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마사지를 받음으로써도 외로움을 위안 받고 달랠 수 있다면 부부끼리의 마사지는 어떨 것인가? 당연히 자주 만지면 서로에게 애정이 생긴다. 그래서 중년 부부가 섹스리스 상담을 하면 마사지 과제를 내주곤 한다. 서로 바꿔 가면서 상대를 부드럽게 구석구석 마사지하다 보면 성욕이 새삼 생기기도 하고, 그런 노골적인 성욕구가 아니더라도 상대에 대한 안정감과 함께 긴장의 해소 효과와 애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꼭 삽입을 하지 않아도 다정한 애무를 통해 서로의 몸을 탐색하고 만져주는 것은 바람직한 노년의 섹스다. 자주 만지고 만져질수록 외롭지 않고 사랑의 샘이 솟는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전희성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0호(2019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