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페르난도 이리바르네 레스투치아 주한 우루과이 대사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우리나라에서 참 멀기도 먼, 그래서 더 이국적인 그곳, 남아메리카. 그중 우루과이는 남미에서도 가장 안전하고, 문화, 예술, 경제, 정치가 균형 있게 발전한 나라로 손꼽힌다. 그래서일까. 루이스 페르난도 이리바르네 레스투치아(Luis Fernando Iribarne Restuccia) 주한 우루과이 대사와의 대화 내내 자국을 향한 그의 진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그가 말하는 우루과이의 저력은 어디에서부터 나올까. 사진 이승재 기자
“우루과이 DNA는 다양성… 한국은 놀랍고 강렬하다”
우루과이 하면 으레 ‘우루과이 라운드’, ‘축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물론, 두 키워드 모두 우루과이와 뗄 수 없는 명제지만, 진짜 우루과이 속살을 들여다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가령, 탱고만 해도 그렇다. 탱고를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탱고 하면 짐짓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있다. 제목은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그 곡.

바로 ‘라 쿰파르시타(La Cumparsita)’다. 흔히 이 곡은 아르헨티나나 스페인 노래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원곡은 우루과이에서 태동했다. 탱고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탱고는 19세기 말 우루과이 몬테비데오(Montevideo)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외곽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탱고 외에도 우리가 몰랐던 우루과이의 모습은 다채롭다. 세상에서 가장 긴 카니발(Carnaval)이 열리고, 남미 국가들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높고, 치안이 안전한 나라. 무엇보다 성숙한 다문화주의, 민주주의가 뿌리 깊게 내린 그곳에 대해 루이스 페르난도 이리바르네 레스투치아 주한 우루과이 대사는 인터뷰 내내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우루과이의 저력인 ‘우루과이 나투랄(Uruguay Natural)’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매력적인 힙스터의 나라에서 온 루이스 주한 우루과이 대사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2016년 9월부터 주한 우루과이 대사로 부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소회가 궁금합니다.
“1996년부터 외교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주한 우루과이 대사는 제 인생의 첫 번째 대사직이죠. 처음 주한 우루과이 대사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크게 놀라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먼저 주한 우루과이 대사직을 요청했거든요.

대사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한국은 여러모로 제 경력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대사로 임명되기 전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어요. 이미 전 세계에 케이(K)-브랜드가 퍼져 있습니다. 단순히 케이팝(K-pop)만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생명화학, 나노기술 등 기술 면에서나 자동차, 선박, 휴대전화 등 산업 면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 중국, 일본만큼 자주 접할 수 있죠. 그래서 이전부터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 제가 먼저 한국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 9개월 동안 한국 생활을 하면서 한국은 여러 면에서 놀랍고, 강렬한(intense)한 나라라고 느끼고 있어요.”

사실 아직 한국에서 우루과이에 대한 이미지는 남미의 축구 강호, 우루과이 라운드 외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아요. 일단, 우루과이의 자랑 좀 해주세요.
“우선, 우루과이는 상당히 민주적인 국가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실제로 한 통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된 국가 중 15위를 차지했습니다. 정치적 청렴도도 세계 12위 안에 들고요. 무엇보다 사회적·경제적으로 안정된 나라예요. 1인당 GDP가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높고, 빈부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약 60% 이상이 중산층이니까요.

안전한 치안도 우루과이의 강점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우루과이는 남미 지역에서 가장 범죄 발생률이 적은 나라로 꼽히거든요. 또한 우루과이는 유럽 이민자들이 (유입돼) 설립한 국가예요. 약 80%가 유럽 이민자들이고, 8% 정도 아프리카 이민자로 구성돼 있어 다양성은 물론, 인권과 노동권을 정말 중요시하는 나라입니다. 이렇듯 민주적인 국가로 성장한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루과이 DNA는 다양성… 한국은 놀랍고 강렬하다”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우루과이에 오시면 다양한 문화를 직접 체험하실 수 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80% 이상이 유럽 이민자인데, 주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는 물론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의 문화를 접할 수 있죠.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도 있기 때문에 그 지역 관련 문화도 우루과이에서 볼 수 있죠. 그만큼 우루과이에서 피부색이나 인종의 차이는 결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외국인들에게도 개방적인 나라예요. 그래서 저는 우루과이의 DNA는 ‘다양성’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축구 얘기도 안 할 수가 없는데, 우루과이 축구만의 특장점이 뭘까요. 동시에 한국 축구에 대한 대사님의 생각도 궁금해요.
“우루과이 축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죠. 이미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에서 15회 우승컵을 들었고, 월드컵에서도 2번이나 우승한 전례가 있죠. 우루과이 축구의 장점은 단연 ‘파워’라고 생각해요. 그야말로 강인한 힘이죠. 단적인 예로, 우루과이 근접 국가들만 봐도 그래요. 브라질, 아르헨티나 모두 저희보다 훨씬 인구도 많고, 명실공히 축구 강국이잖아요. 그런 강호들 사이에서도 우루과이가 그 (축구 정상의) 자리를 지켜낸 건 강인한 파워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리고 한국 축구에 대해서는 ‘끈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제가 매번 한국 축구를 보면서 놀라는 게 선수들이 경기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지든 이기든 쉬지 않고 뛰는 정신, 그런 끈기가 한국 축구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루과이 DNA는 다양성… 한국은 놀랍고 강렬하다”
아직 싱글이시라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수년째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우루과이 사정은 어떤가요.
“우루과이에서 1인 가구는 ‘사회 이슈’라기보다 보편적인 ‘현실(reality)’에 가깝죠. 우루과이에선 1인 가구 현상이 1970~ 1980년대부터 확산됐어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초혼의 나이도 점점 늦춰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30대 이후에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루과이 역시 저출산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가족이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발달하면서 가족에 대한 개념도 바뀌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문제를 두려워만 하는 것보다 사회의 변화상을 받아드리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루과이에선 이민자들에게 굉장히 개방적이고, 1인 가구의 입양도 많이 허용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유럽 국가들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한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여행지로서 우루과이를 추천하신다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루과이는 이민자들이 설립한 국가예요. 그래서 수도인 몬테비데오(Montevideo)만 가셔도 다양한 유럽풍의 건축물을 많이 구경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우루과이 국가 슬로건으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있어요. 바로 ‘우루과이 나투랄’인데, 즉 자연친화적인 국가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풍부한 토양, 맑은 공기, 드넓게 펼쳐진 해변 모두 천혜 자연을 자랑해요. 그걸 토대로 국가 관광 홍보에 힘을 싣고 있죠.

추천할 만한 곳이 많은데 그중 3가지를 꼽으라면 우선 우루과이 남서부에 위치한 도시인 콜로니아 델 사크라멘토(Colonia del Sacramento)를 권해드려요. 이곳은 포르투갈인들이 건설한 식민지 시대의 항구도시 유적인데, 여러 차례에 걸친 에스파냐와의 분쟁을 겪으면서도 도시의 틀을 갖추어, 17∼18세기에 건설된 전형적인 식민지 도시 건축물들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곳입니다. 1995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곳이죠.
“우루과이 DNA는 다양성… 한국은 놀랍고 강렬하다”
또한 동쪽인 대서양 지역에 ‘푼타 델 에스테(Punta del Este)’와 ‘호세 이그나시오(José Ignacio)도 추천해요. 푼타 델 에스테 지도상으로 보면 쭉 해변가가 이어져 있는데 그쪽에 보면 레스토랑, 카페 등 해변 잘 정돈돼 있어 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호세 이그나시오는 이른바 ‘힙스터’의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실제로 기네스 펠트로, 키아누 리브스, 모나코 왕실 등 셀러브리티들의 여행지로도 유명합니다.”

여행 하면 음식도 빼놓을 수 없겠죠. 우루과이에 가서 즐길 만한 음식 문화가 있다면요.
“지중해식 음식이 발달했고, 농업국가라 소고기가 유명합니다. 오죽했으면 사람보다 소가 더 많다고 할 정도거든요. 저희는 주로 소고기와 와인을 즐겨 먹습니다. 음식 문화에서도 유럽에서 온 것이 많이 반영됐다고 보시면 돼요. 무엇보다 와인 사업도 저희의 자랑거리인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과 위도 위치가 비슷한 우루과이는 날씨가 와인 생산에 최적화되어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우루과이 DNA는 다양성… 한국은 놀랍고 강렬하다”
한국은 번아웃 사회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한국인들이 피로감을 토로합니다. 우루과이는 그와는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제가 거의 3년 가까이 한국에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한국이 굉장히 경쟁사회라고 느끼고 있어요. 실제로 한국인들과 대화할 때마다 학업, 대입, 취업 등등 모든 면에서 굉장히 열중하고, 경쟁사회 속에 산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에 비해 우루과이는 좀 편안(relax)한 면이 있어요. 단, 여기서 말하는 릴렉스함이 일을 덜 하고, 논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일종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국의 그것과 좀 다르다고 할까요. 우루과이 사람들은 삶은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며 살면서 각자의 편안함을 추구하고 사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일단 우루과이에 가서 맑은 하늘과 넓은 해변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편안함을 느껴요. 자연이 주는 안정감이랄까요. 환경이 우루과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우루과이 DNA는 다양성… 한국은 놀랍고 강렬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지인들이 오면 소개하고 싶은 장소나 음식이 있다면요.
“많은 곳이 있는데, 가족이나 친구들이 왔을 때 우선 저는 제일 먼저 경복궁 등 한국의 다양한 궁전을 보여줘요. 정말 아름답거든요. 광화문 지역도 좋아하고, 특히 북촌도 좋아한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북촌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다소 ‘관광지화’된 것 같아 서촌을 좀 더 선호하게 됐어요. 서촌은 북촌처럼 독특한 멋을 간직한 동시에 뭐랄까 ‘진짜’ 같아요.

무엇보다 외국인들 눈에 비친 서울은 참 독특해요. 서울은 일종의 메가시티임에도 산과 강이 흐르죠. 놀랍고, 강렬하죠. 또한 부산도 좋아해요. 처음에 거기 갔을 때 너무 커서 놀랐어요. 인구수가 우루과이 인구수와 맞먹을 정도로 큰 도시였고, 문화마을인 감천마을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경주도 좋아합니다. 음식은 불고기, 잡채, 김밥을 좋아하는데 매운 음식은 좀 힘들어 한답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0호(2019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