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에서 다시 읽는 리더십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장소 제공 갤러리 FM]<인문학은 밥이다>, <고전, 어떻게 읽을까> 등으로 유명한 인문학자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는 리더는 ‘명령하는 사람’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공자와 제자의 문답처럼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공감’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에서 올바른 리더십이 발현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special]인문학자 김경집 "<삼국지> 3번 읽은 자와 말 섞지 말라"

인문학자인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는 저서 <고전, 어떻게 읽을까>, <다시 읽은 고전>, <엄마 인문학> 등을 통해 고전을 통한 사색과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거인의 어깨’에서 위기를 극복할 지혜와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고 설파한다. 다만 고전의 권위에 경도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리더십의 바이블’로 손꼽히는 동양 고전 <삼국지>, <수호지>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폭력성에 감염되는 것을 경계했다. 대신 <논어>를 통해 제자들과 교감하는 공자의 지혜를 리더십의 모델로 제시했다.


<삼국지>를 3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삼국지>, <수호지>는 리더십을 배울 만한 대표적 동양 고전이 아닌가요.


“저는 개인적으론 <삼국지>를 3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말도 섞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삼국지>와 <수호지>는 오늘날까지 중국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으로 꼽힙니다. 그래서 중국 인문학계의 거장 류짜이푸는 <쌍전>을 통해 <삼국지>와 <수호지>를 적나라하게 비판합니다. ‘권모술수’와 ‘집단적 폭력성’의 뿌리가 이들 작품에서 배양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삼국지>와 <수호지>의 배경은 원말 명초(元末 明初)의 혼란스러운 시기입니다. <삼국지>는 당시 원나라 이민족(몽골족)에 지배당하고 있지만, 한족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을 고취하기 위해 쓴 책입니다. 유비가 초기 정통성을 얻은 이유도 단순하게 ‘유씨 종친’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한족이 한나라를 이어간다는 것, 그러한 시대적 배경하에 폭력성도 눈감아진 겁니다.


<수호지>에서는 심부름을 온 여종을 죽이고, 어린아이도 죽입니다. 그런데 왜 죽여야 하는지 당위성이 없습니다. 표제는 불의에 맞서 싸우고, 탐관오리를 척결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지만 결국 껍데기에 불과한 거죠. 개인적으로 <삼국지>나 <수호지>는 2번쯤은 비판적 시각에서 읽어 볼 만하다고 봐요. 그런데 3번 이상 읽다 보면 알게 모르게 이들 작품의 페르소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삼국지>와 <수호지>가 동양 고전의 대표작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도 있을 텐데요.


“<삼국지>와 <수호지>에는 영웅과 간신 등 온갖 천태만상의 인간관이 들어 있습니다. 이는 사실 모든 개인 안에 있는 다양한 페르소나예요. 누구에게나 조조 같은 교활함과 지혜가 있고 유비 같은 도덕성과 우유부단함이 있고, 손권 같은 과시욕도 있습니다. 그런 요소들이 역사적인 상황에서 재현되며 동질성을 느끼고 공감하게 되는 것이죠. <삼국지>와 <수호지>의 다양한 인물들에게서 어떤 점을 취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면이 좋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삼국지> 인기는 대하드라마가 빈약한 현실에서 중국이라는 거대한 영토와 원말 명초의 역사적 배경, 다양한 인간군상의 매력에 경도된 영향이 있습니다.”


<논어>를 다시 읽어 볼 만한 동양 고전의 으뜸으로 꼽으셨는데요.


“우리는 흔히 리더를 지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논어>를 보면 리더십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입만 열면 ‘공자가 말하기를, 이러는데’ 그때 왜 공자가 그렇게 말했는지는 생각해 봤나요? 몇 해 전 중국 공자문화원에서 1시간짜리 특강을 듣는데, 유명한 석학이라면서 논어 몇 구절을 칠판에 써 놓는 겁니다. 무엇을 가르치려 하나 싶었는데, 구문에 대해 설명을 안 하더라고요. 그것이 충격이었어요.


그동안 공자의 <논어>를 익힌다고 하면,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하고 운을 떼면 ‘배우고 때맞추어 그것을 익히다’는 뜻부터 얘기하기 급급했어요. 공자가 한 말을 그대로 머릿속에 넣어 뒀다가 바로 꺼내 쓰는 것이죠. 그것을 취하면 그게 나의 지적인 권력(힘)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그 중국 석학은 ‘답’이 아니라 질문에 집중했어요. 공자가 이렇게 얘기한 건 어떤 질문 때문이었을까. 왜 질문했을까. 식전일까, 식후일까. 사실 공자의 답은 늘 가변적이었습니다. 예컨대 공자는 효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 효에 대한 정의는 질문자에 따라 달라집니다.


몸이 약한 제자에게는 아프지 않고 부모보다 오래 사는 것을 효라고 얘기하고, 욱하는 성질의 제자에게는 다툼으로 부모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 효라고 말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바탕이 돼 있습니다. 제자를 애정으로 지켜보면서 그가 처한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임무를 부여합니다.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리더는 조직을 망칩니다. 그동안 우리는 공자의 ‘문구(text)’를 취하기 급급했지만, <논어>는 ‘스승과 제자의 (문답) 콜라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자의 말을 외우기보다 공자의 이 대답이 나오기 위해서 어떤 질문을 했을지, 본인이 공자라면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해 보면 리더의 역할에 대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special]인문학자 김경집 "<삼국지> 3번 읽은 자와 말 섞지 말라"

‘리더십’에 대한 오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우리는 리더십 하면 뭔가 조직하고, 컨트롤하고, 명령하고, 수행시키는 것을 떠올립니다. 그리곤 ‘나도 그 자리 가면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합니다. 이건 리더를 ‘(높은) 자리’로 보는 겁니다. 리더십 얘기도 백날 얘기해 봐야 결국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으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오늘날 통솔하고 명령하는 리더는 조직을 망칩니다. 그건 속도와 효율이 중시되는 시기의 방식입니다. 속도를 높이려면 명령하고 따라가는 게 빠르죠. 하지만 지금은 창조와 융합의 시기잖아요. 지금 우리 시대가 추구해야 할 리더십은 중간 리더십입니다. 그에 따라 팀제가 대세가 됐죠. 하지만 무늬만 팀제입니다.


CEO는 팀장의 리더십을 키워 주는 노력에 무게를 두면 되는데, 전부 다 명령하려니 팀장은 하수인이 될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스티븐 잡스 애플 창업자의 성공과 실패는 좋은 교훈을 줍니다. 잡스는 탁월한 직관력을 지녔습니다. 뭐가 필요한지, 딱 집어냅니다. 그는 독선적인 리더였지만, 조직의 속도와 효율 면에서는 최고였습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뒤 잡스는 쫓겨납니다. 잡스가 계속 성공했다면 쫓겨나진 않았겠죠. 후에 잡스가 영화 <토이 스토리>로 대박을 친 ‘픽사’에서 재기하면서 변화한 모습을 보입니다.


2003년 애플에 복귀하고 혁신상을 받을 때 그가 이런 연설을 합니다. ‘비즈니스에서 정말 위대한 일은 한 개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팀에 의해서 이뤄진다.’ 잡스는 후에 농담조로 암에 걸린 것은 픽사에서 일할 때였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답답했다는 거죠. 명령하고 ‘나를 따르라’ 식으로 일하다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배우부터 자본 유치, 프로모션 방법 등을 각 스태프가 모여서 협의하고 논의하는 방식이 낯설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지루한 절차가 아니라 최적의 조합을 만든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래서 ‘팀에 의해서’라는 연설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CEO 리더십에서 눈을 돌려 ‘팀장 리더십’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팀장이 갖춰야 할 리더십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팀장의 능력으로 크게 2가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코디네이션(coordination)과 큐레이션(curation) 능력입니다. 팀원들의 생각은 다 다릅니다. 이를 수용하고 조정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비전을 제시하고, 기획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연공서열로 올라간 팀장 가운데 탁월한 조정 능력이나 기획 능력을 갖춘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안타까운 것은 큐레이션 해야 할 때 코디네이션 하고, 코디네이션 해야 할 때 큐레이션 하면서 정작 본인은 2가지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영역이 구별이 안 되는 거죠. 코디네이션은 회의를 할 때 직급을 떠나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을 보장하고, 의견이 충돌할 때 감정적 싸움이 아닌 에너지로 발화되도록 이끌어 주는 것입니다. 기다려 주기도 하고, 조정도 해야 합니다.


큐레이션은 영감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예컨대 만리장성을 보세요. 그 거대한 만리장성의 이면에는 중국이 얼마나 절박하고 무서웠으면 그렇게 어마한 성을 쌓았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중국 역사에서 비한족의 침략은 다 위에서 내려 왔습니다. 그러니 내려오지 못하게 거대한 성을 쌓은 겁니다. 그럼 다른 입장에서 볼까요. 만약 몽골의 입장이라면 중국 땅 넘어가고 싶은데 만리장성으로 막혀 있잖아요. 넘지 못할 거대한 장벽일 뿐일까요. 기본적으로 성벽은 공격적이 아니라 방어적인 겁니다. 거꾸로 보면 중국이라는 어마한 힘이 뒤통수를 치지 않기 때문에 서쪽으로 뻗어 나가기엔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탁월한 리더라면 성벽을 이쪽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반대쪽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능력을 고전 읽기를 통해 배양할 수 있습니다.”


고전을 읽으면 정말 리더십이 향상될까요.


“지식 면에서는 굳이 책을 안 읽어도 됩니다. 책을 보지 않아도 원하는 지식이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요리라고 하면 ‘백종원 유투브’, ‘김수미 유투브’를 보는 게 훨씬 쉽고 빠른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책이 주는 근본적인 힘이 있습니다. 책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오랜 시간을 들여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기록해 둔 결과물입니다. 책 1권을 읽었다는 것은 그 주제를 통찰하는 힘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유투브를 보는 것과 다릅니다.


구어(口語)는 짧습니다. 글은 호흡이 길죠. 문장 길이는 사람의 사유에 영향을 줍니다. 긴 글을 통해 어떤 일을 수행할 때 긴 호흡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집니다. 당장 일을 수행할 때는 책을 보지 않아도 되고 가시적 성과도 크지 않지만, 리더가 되고 10년, 20년 뒤 길게 갈 수 있는 힘은 책에 있습니다.


저는 책의 3가지 힘으로 첫째, 섬세한 사유 둘째, 다양한 감각 셋째, 풍부한 감정을 꼽습니다. 점점 형용사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와 아이가 단풍 구경을 갔다고 가정하면, 엄마는 단풍을 보며 분홍치마 같은 단풍잎이 가슴을 적시고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십중팔구 한 마디로 표현합니다. ‘헐’, ‘대박’. 그 말의 수식어를 잃어버린 겁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수식어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럼 수식어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 수식어들이 책에 있습니다. <삼국지> 보면서 조자룡이 휘두르는 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옷깃이 날리는 풍경, 말의 호흡 등이 어떻게 글을 통해 배양되는지를 보면 언어의 밭이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100권보다 고전 1권이 낫다는 말이 있죠. 책 중에서도 가장 기름지고 안정적인 땅이 고전입니다. 인간의 삶과 보편적 문제를 대가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고전 읽기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그동안 고전을 1번 쓱 보고 머릿속에 저장하는 게 일반적인 학습법이었다면, 저는 고전은 2번 정도 읽기를 권합니다. 흔히 고전은 정독한다 생각하는데, 1번은 후다닥 읽는 겁니다. 그러면 스토리는 알게 됩니다. 이후 천천히 읽으면서 각각의 단락이 어떻게 전체 맥락으로 귀결되는지 보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질문을 해 보세요. 서희의 시선으로 쓰인 <토지>를 길상의 눈으로도 보세요. 플라톤의 <대화>를 플라톤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세요. 내가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러면 답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다 달라요. 이러한 질문이 창의력이고 생산적인 사고력의 근원이 될 것입니다.


또한 고전의 지혜를 배우는 데서 그치지 말고 실천해야 합니다. 백날 공자 가라사대 하면 뭐합니까. 공자는 지식만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공자가 짧게 공직에 있을 때 마구간에 불이 난 적이 있습니다. 공자도 사람이니 관용차 같은 ‘말’이 다쳤는지 걱정도 되고, 불이 난 상황에 화도 났을 겁니다. 하지만 공자는 맨 처음 물어 봅니다. 다친 사람은 없는지. 그 일화가
<논어>에 쓰인 것은 제자들이 봤을 때 상당히 감명 깊었다는 것일 겁니다. 말로 예(禮)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겁니다. 리더라면 그런 고전을 읽고 흉내라도 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고전의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독일 수 있습니다. ‘나 이렇게 똑똑해’ 하는 지식의 축적일 뿐입니다.”


“고전을 읽고 실천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삶 속에서 고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팁을 주신다면.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격리되고 힘들어합니다. 초기 중국 교민들이 연수원에 격리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이때 막연히 공포에 젖어 있을 것이 아니라, 격리 기간 동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캠페인이라도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출판사나 개인이 책 500권, 1000권 보내주고요. 평소에 바빠서 책을 가까이하지 못했다면 이런 시간에 책 1권이라도 제대로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정신 근력과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면 위기가 곧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마케팅은 결국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 공감 능력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출퇴근할 때 고전 한 줄, 시 한 편이라도 읽는 습관을 들였으면 합니다. 사유의 근육이 단단해지면 일에서도 차별성이 나타날 것입니다. 시 읽고, 고전 읽어서 성장한 CEO의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면 멋지지 않을까요.”


고전 읽기 ‘길라잡이’

[special]인문학자 김경집 "<삼국지> 3번 읽은 자와 말 섞지 말라"

고전, 어떻게 읽을까 /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고전, 어떻게 읽을까>는 인문학자 김경집이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에게 새로운 고전 독서법을 제안한 책이다. 고전이 삶의 강을 건너는 힘이 돼 준다고 말하는 저자는 기존의 권위자나 평론가가 해석해 놓은 틀이 아닌 나만의 독법으로 고전을 읽으라고 말한다. 고전이 쓰인 당대 배경부터 문화, 역사적 사건 등을 짚으며 고전의 가치를 우리 삶에 적용시키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햄릿>부터 <논어>, <국부론>에서 <해리포터> 시리즈까지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29권의 고전 목록과 새로운 해석을 만날 수 있다.


[special]인문학자 김경집 "<삼국지> 3번 읽은 자와 말 섞지 말라"

쌍전 / 글항아리 펴냄
<쌍전>은 중국 인문학계의 거장 류짜이푸가 <삼국지>와 <수호전>의 두 경전을 정면으로 해부하고 비판한 책이다. 저자는 <삼국지>가 보여 주는 권모술수 숭배현상 및 <수호전>이 보여 주는 폭력숭배 현상에 주목한다. 이 책은 2개의 경전 ‘쌍전’의 뛰어난 문학성 속에 녹아 든 이러한 폭력성과 권모술수의 책략들이 지난 수백 년간 사람들의 심성에 쌓여 왔음을 지적한다.
<쌍전>의 이러한 측면들이 소설의 한 장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실질적 ‘정치윤리’를 형성하고, 이데올로기로 작용해 사람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폭력과 기만, 술수가 폭력적인 혁명에 대한 숭배를 만들어 냈다고 강조하고 있다.


[special]인문학자 김경집 "<삼국지> 3번 읽은 자와 말 섞지 말라"

고전 콘서트 / 꿈결 펴냄
숭실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이 함께 진행한 청소년 고전 읽기 강연을 엮어 <고전 콘서트>로 엮었다. 문학에서 시작해 역사, 경제, 사회,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석학과 함께 동서양 고전을 아울러 읽고 살펴보는 이 책은 당대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오늘날의 시대정신에 따라 새롭게 재해석하는 고전 읽기를 통해, 청소년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지식의 세계를 경험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