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구상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l 사진 각 사 제공] 미래의 자동차 산업은 대격변을 맞을 것이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모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 미래의 변화 방향은 어느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운전’이 아닌 ‘이용’이 더 강조되는 자율주행자동차에서 바라보는 이동의 특징은 무엇일까. 모빌리티에서 얻는 이동의 경험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미래의 디자인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아인슈타인과 모빌리티, 어떤 연관이 있을까


평소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 신간 서적부터 살펴보게 되지만, 종종 아니 자주 서점의 판매대에서 잘 보이는 쪽에 진열된 책들이 아닌, 조금 비껴진 곳에 꽂혀 있는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정말로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앞줄에서 밀려난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8일 인도 푸네(Pune) 도심의 대형 쇼핑몰에 있는 서점에 들렀다가 눈에 띈 책이 한 권 있었다. 지금부터 무려 105년 전인 1915년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정리해 출판했던 원본을 바탕으로 지난해에 재간행된 클래식 시리즈 단행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특수상대성이론(Special Relativity Theory)’을 발표했고, 10년 뒤인 1915년에는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Relativity Theory)’을 발표했다. 1915년에 첫 출간된 이 책의 원형에는 그 두 가지 이론이 함께 설명돼 있었고, 그 원본에서 표지만 바뀌어 재출간된 책이 그곳 서점의 서가 한구석에 그것도 딱 한 권이 꽂혀 있었다.

아인슈타인과 모빌리티, 어떤 연관이 있을까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그 두 가지 이론을 정리해 출판한 1915년은 미국에서 포드의 모델 T가 대량생산 방식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러나 모델T는 실제로는 1908년에 나왔고, 처음부터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포드의 창립자인 헨리 포드는 수공업으로 만들어지던 모델T를 부품 규격화와 단순화, 표준화 등을 통해 개선하면서 대량생산 기법을 발전시켜 나갔고, 1915년에 모델 T의 중기형(中期形) 모델을 내놓으면서 대량생산의 효율을 더욱 높인다. 이때 헨리 포드는 모델T의 차체 색도 검정 한 가지로 통일하면서 모든 옵션을 없애는 단순화를 실현한 단일 모델을 통해 20세기 산업 기술의 핵심 개념이 된 대량생산 방식을 완성한다.


그리고 우연처럼 그로부터 100년 후인 2015년에는 역사상 첫 자율주행 콘셉트 카 F015가 나온다. 물론 서로 다른 메이커에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새로운 기술의 상징이다.


승객의 멀미, 그리고 E=mc²


자율주행차는 우리들이 가까운 미래에 만나게 될 자동차의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승객이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 탑승하게 되는 자율주행차에서는 놀랍게도 승객의 멀미(motion sickness)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상당한 연구 사례에서 밝혀지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자율주행차의 사용성은 높지 않을지 모른다.


실제 상황에서 봐도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은 멀미를 하지 않지만, 동승자들은 멀미를 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멀미 유발의 요소는 시각과 움직임 사이의 괴리, 움직임의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움직임에 대한 통제 불가 등이다.


상대성이론 관련 책을 본 순간 승객이 느끼는 수동적 관성과 그로 인한 체감 요인 등에 대한 생각들이 마치 영화의 장면이 압축돼 지나가듯 했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자, 아인슈타인의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사서 귀국한 뒤 학교에서 의무로 지정한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 덕분에 필자는 책에 집중해서 두 번이나 읽을 수 있었다. 물론 필자는 물리학이나 과학 전공자는 아니어서 이 분야는 사실상 문외한이지만, 상대성이론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호기심이 컸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모든 운동은 상대적이라는 것과 광속불변의 법칙을 제시한다. 그리고 1915년에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하는데, 여기에서 그 유명한 ‘E=mc²’, 즉 질량이 에너지로, 에너지가 질량으로 바뀔 수 있다는 공식이 나온다. 이 책에서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해서는 도해를 제시하지 않고 달리는 열차에서 돌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설명한다. 돌을 떨어뜨리면 돌이 낙하하는 궤적(軌迹, trajectory)은 떨어뜨린 사람의 관점에서는 지면을 향해 수직 방향으로 중력가속도로 떨어지지만, 열차 밖에서 지켜보는 관찰자의 시각에서는 열차의 속도와 돌의 낙하가 결합돼 포물선 궤적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인슈타인과 모빌리티, 어떤 연관이 있을까
아인슈타인의 텍스트는 명확했지만 필자의 전공 특성 때문인지 보다 현상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그래서 돌 대신 야구공을 떨어뜨리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여기에 간단한 수치를 대입했다. 열차 안에서 야구공을 떨어뜨린 행위자 B 기준의 좌표에서 낙하 거리를 1.5m로 설정하고 열차가 달리는 속도(편의상 시속 100km라고 설정했다)를 더해서 계산해 보았다. 일반적인 자유낙하속도는 1초에 약 9.8m이므로, 야구공이 1.5m를 낙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산술적으로 약 0.153초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시속 100km로 달리는 열차가 이동하는 거리는 약 4.25m다. 한편, 열차의 밖에 서 있는 관찰자 A에게 보이는 공의 궤적은 앞서 살펴본 낙하 거리 1.5m와 이동 거리 4.25m 간의 벡터 값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데, 대략 4.5m 정도이지만 실제 공의 궤적은 낙하 속도와 열차 속도 때문에 직선이 아닌 포물선을 그리게 되므로, 직선 벡터보다는 약간 더 길 것이다. 즉, 공의 궤적은 긴 포물선이 된다.


아인슈타인은 열차 내부의 행위자 B 기준의 좌표를 ‘위치(position)’라고 설명했고, 열차 바깥의 관찰자 A 기준의 좌표를 ‘공간(space)’이라고 구분했다. 또한 이동 여부와 상관없이 물체에 적용되는 물리 법칙은 달라지지 않으며, 관찰자 A 기준의 긴 포물선 궤적은 실제 상황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이는 이론상의 상대적 궤적이다. 이 두 궤적만으로 따져 본다면, 멈추어 있는 상태에서 1.5m 이동해야 할 야구공은 시속 100km로 달리는 열차에서는 같은 시간 동안 4.5m 이동하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시간이 느려지는 셈이 된 것이다. 이러한 시간 지연 상황은 SF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등장하는데, 주인공 쿠퍼가 웜 홀(worm hole)을 통한 광속 우주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자신의 딸이 할머니가 돼 있는 설정이 그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이런 시간 인식의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와 잠시 휴게소에 들렀을 때 시간의 흐름이 서로 다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휴게소에 잠깐 머무른 15분이 고속도로 주행 시의 15분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정말 일상 속에서도 물체의 운동에 따른 상대적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는 걸까.


어떻게 안락하게 탈 것인가


일반상대성이론은 상대적 운동을 하는 관점에서 중력을 재해석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들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상승 시에 순간적으로 중력(체중)이 증가한 듯한 느낌을, 그리고 하강 시에 순간적으로 중력(체중)이 감소한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것이 바로 중력(重力, gravitational force)과 관성력(慣性力, inertial force)의 동시 작용에 의한 것이다. 자율주행차에서 승객의 멀미는 바로 일반상대성이론과 연관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대략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중력과 관성력은 본질적으로 같은 힘이며, 이들 힘은 시공연속체(時空連續體, time-space continuum)를 매개로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시공연속체는 오늘날의 양자역학에서는 ‘중력장(重力場, gravitational field)’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는데, 이는 중력이 존재하는 들판이라는 의미이지만, 1915년의 아인슈타인은 그것을 연속체(連續體, continuum)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한편 오늘날에 사용되는 장(場, field)의 개념은 우주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전자(電子)와 양자(量子) 등 다양한 원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이야기하는 현대물리학의 한 분야인 양자론에서의 관점이다. 양자론은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이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양자론을 연구하는 과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이탈리아의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는 최근 출간된 그의 책에서 뉴턴 이후 아인슈타인을 거쳐 양자론까지 변화돼 온 주요 개념을 6단계로 요약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기에서 아인슈타인의 시공 개념에서 ‘연속체’라는 말을 빼고 시공(spacetime)이라고만 표기해 놓았다.

아인슈타인과 모빌리티,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필자가 오늘 이렇게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중력과 관성의 개념 등은 운전이 전제되지 않은 ‘자율주행차’에서 승객들이 느끼게 되는 여러 문제들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미래에 등장하게 될 자율주행에 의한 모빌리티는 실내 구조와 형태 등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에 둘러싸인 그것을 어떻게 안락한 탈 것으로 구체화시킬 것인가에서 향후의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차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에게는 도전적 자세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 필자가 이야기 한 상대성이론의 내용에서 오류가 발견된다면 가차 없는 질책을 해 주기를 바라는 바다.


구상 교수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이른바 자동차디자인 교수로 유명하다. 기아자동차
미국 디자인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지난 2007년 자동차 디자인아이덴티티에 대한 논문으로 서울대 공업디자인에서 1호 박사학위 수여자가 됐다. <스케치&렌더링 스튜디오>. <자동차 디자인 아이덴티티의 비밀> 등을 썼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1호(2020년 0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