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A RICCI

오트 쿠튀르의 전설이 된 브랜드
니나리치(Nina Ricci)는 1932년 프랑스 오트 쿠튀르 시대를 대표하던 전설적인 디자이너 중 한 명인 ‘마담 리치(Madame Ricci)’가 만든 브랜드다. 당시 파리는 퇴폐주의와 자유주의가 지배하던 시기였다. 마담 리치는 ‘가장 여성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페미니즘 철학을 바탕으로, 우아하고 기품 있는 패션을 선보이고 있었다.

마담 리치는 1883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처녀 시절 이름은 마리아 니엘리(Maria Nielli)였다. 그녀의 가족은 마리아가 5세 때 피렌체로 이주했다가 12세 되던 1895년 프랑스에 정착했다.

13세의 어린 나이로 의상실 견습생이 되면서, 패션계에 매료된 그녀는 18세에 의상실 책임자, 22세에는 수석 디자이너가 됐다.

1904년 피렌체의 보석상인 루이지 리치(Luigi Ricci)와 결혼하고, 다음 해인 1905년 로베르트 리치(Robert Ricci)를 낳았다. 1908년부터 그녀는 라팽(Raffin) 하우스에서 20년 가까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화이트 레이디의 전설

그녀가 니나리치라는 이름의 오트 쿠튀르 하우스를 가지게 된 것은 거의 50세가 되었을 무렵이다. 통찰력 있는 마케팅 전문가였던 아들 로베르트의 설득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32년, 마침내 카푸신 거리(Rue des Capucines)에 니나리치 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그녀의 화려한 창작욕과, 아들 로베르트의 뛰어난 경영수완으로 오픈하자마자 전성기를 누렸다.

니나리치의 디자인은 당시 정제되고 로맨틱한, 그리고 페미닌한 감각의 대명사라고 불렸다. 프랑스 영화계의 가장 아름다운 배우들이 영화 스크린 상에서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니나리치 하우스의 명성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오트 쿠튀르의 전설이 된 브랜드
크레이프 소재의 드레스, 여러 줄의 진주 목걸이, 멋진 헤어 컬, 완벽한 안색에 이르기까지 화이트 컬러로 표상되었던 니나리치는 ‘화이트 레이디’의 전설을 만들기도 했다.

니나리치 하우스에서 처음 향수가 만들어진 것은 1946년이다. 머스키 플로랄계 향을 담은 꾀르 주와(Coeur Joie) 향수를 출시한 것이다.

그 후로도 카프리치(Capricci), 피으 디브(Fille d’Eve), 파루슈(Farouche), 니나(Nina)에 이르기까지 니나리치의 향수는 계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니나리치는 뉴욕과 런던, 도쿄 등 유명 백화점에 숍인숍을 전개했으며, 2009년에는 루이비통의 아트 디렉터 피터 코핑(Peter Copping)을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피터 코핑은 영국 출신 디자이너다.

‘여성을 아름답게 만들고, 각자의 개성을 살린 매력을 선사하기’라는 니나리치의 기조를 바탕으로, 현대적이면서도 편안한 여성미 넘치는 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니나리치의 고유 남성 라인

니나리치의 남성복을 명명할 때 그들만의 차별화된 패턴과 고유의 실루엣도 빠질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라인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니나리치 하우스의 창시자인 마담 리치의 아들이자, 니나리치를 지금의 패션 하우스로 일궈낸 로베르트의 이름을 딴 ‘로베르트(Robert)’ 라인이다. 이름에서 풍겨지는 클래식함과 정직함,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해 브랜드 내에서 변치 않는 가치를 상징하는 고유 클래식 라인이다.
오트 쿠튀르의 전설이 된 브랜드
두 번째는 루이(Louis) 라인이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슬림한 실루엣의 깔끔한 스타일과, 지극히 프랑스적인 이미지에서 모던 테이스트를 접목한 니나리치만의 모던 스타일리시 라인이다.

세 번째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의 이름을 딴 앙리(Henri)라인이다. 앙리 라인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로 대변되는 니나리치의 스타일리시 라인이다.

니나리치는 키스하는 두 마리 비둘기로 표현되는 브랜드다. 처음 이 아이콘이 생긴 것은 1948년, 니나리치의 향수 라인 중에서 두 마리의 크리스털 소재 비둘기가 서로 날개를 감싸 안는 형상을 만들면서부터다.

한편으로 비둘기는 여성적 감성과 섬세함을 표현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니나리치는 ‘키스하는 비둘기(Kissing Dove, 키싱 도브)’를 브랜드 심벌로 삼았다.

고급스럽고 모던한 남성 캐주얼부터 프랑스식 세련된 감성을 표현할 룩까지, 이제 전국 주요 백화점에서 니나리치 남성복을 만날 수 있다.

김가희 기자 holic@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