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제 69호 (2011년 02월)





[The Collector] 영혼을 정화하고 병을 낫게 하는 침향의 매력

향로·침향 컬렉터 - 居奇茶苑 김영효 선생

김영효 선생의 명함에는 ‘차를 내며 침향을 사른다’라고 적혀 있다. 명함에 적힌 대로 그는 보이차를 마시며 향을 사른다. 그렇게 그는 향과 향로도 모으게 됐다. 특히 천상의 향기라는 ‘침향’ 컬렉션의 수량은 그를 아는 사람들조차 놀랄 정도이다. 김 선생의 침향과 향로 컬렉션을 소개한다.

“ 어려서부터 제사상에 울릉도 향나무를 쪼개 피우던 것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 나이에도 달콤한 향이 싫지가 않았습니다. 보이차의 매력에 빠져들던 1980년대에도 기품 있게 차를 마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간혹 차실에 향을 살랐습니다. 아주 좋더군요. 그때부터 향과 관련된 컬렉션을 한 겁니다.”

김영효 선생은 차와 향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설명한다. 젊어서부터 차를 마셨던 그가 향과 향로를 컬렉션하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향은 차 자리 주변의 기운을 맑게 하고, 차를 마시기 전 마음을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몸이 약했던 탓에 인공적인 향을 맡았을 때 구토가 나고 머리가 아프다고 느꼈지만, 좋은 향은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개운하게 하는 것을 알았다. 차와 함께 향을 관심 갖게 된 그는 간혹 일본인 집을 해체할 때 나온 각종 향을 무리 없는 가격에 골동품 가게에서 사들였다.

그중에는 침향도 있었다. 침향을 사르면 머리부터 가슴, 단전까지 시원한 기운이 온몸에 돌았다. 그때까지는 그저 ‘기분이 좋고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구나’ 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어렴풋하게나마 침향이 우리 몸의 막힌 곳을 뚫어 가장 이상적인 순환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았고, 향에 점점 빠져들면서 그는 향기라는 것이 음식과 달리, 배가 불러 숨이 차지도 않으면서 몸을 개운하고 가볍게 해주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도나 명상을 할 때 향을 피우는 이유도 자연스레 알았다고 한다. 허공을 타올라가는 연기는 기도자와 신을 이어주는 대화의 끈이었던 셈이다. 향을 통해 신에게 소원과 바람을 전하는 것이었다.

향은 불교가 아니라도 모든 종교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불교의 6법공양 중 차와 향이 들어가고, <성경>에도 향로와 향에 대한 이야기가 구약 시편과 민수기, 레위기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민수기에 침향을 심은 기록이 있으며, 요한복음에는 예수의 장례를 위해 그 당시에 비싼 침향을 준비해 오는 이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그가 바로 니고데모다. 이렇게 신·구약에서 짝을 이뤄 침향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세계 3대 보물인 침향과 1500년 된 서울 남산의 향나무

처음에 그는 침향을 단지 태우는 것쯤으로 생각했다. 그러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쌌다.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헐했지만, 가치를 잘 모르던 당시로서도 만만한 가격이 아니어서 적극적인 컬렉션의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다만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수준이었다.

“차 도구 수집 때문에 골동품점을 헤집고 다녔거든요. 가끔 일본인 집을 허물거나 고치다 보면 벽장이나 다다미 아래서 범상치 않은 상자가 나왔고, 그 안에 침향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침향에 대해 저도, 판매하는 사람도 잘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단지 향이 필요해서 사들이게 됐죠. 2010년에 제약회사에서 공진단 만들면서 제 침향 사진을 도용하고 그와 다른 가짜 침향을 사용하더군요. 그게 아니라고 했더니, 법적대응 운운해서 국립산림과학원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해 ‘임업시험성적서’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제가 소장한 것만이 진품 침향이고 다른 것은 모두 가짜 침향으로 판정이 났습니다.”

그에게 침향의 가치를 가르쳐준 것은 과거 가루차 선생님이었다. 젊은 시절 차실에서 검고 윤기 나는 것부터 아닌 것까지 다양한 향목을 그에게 보여주면서, 모두가 가짜라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다른 하나를 조심스럽게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그가 틈틈이 구입한 것과 같은 것이었고, 이것만이 일본 황실에서 인정하는 진짜 침향이라고 가르쳐 줬다. 가격은 순금보다 훨씬 비싸며 베트남 남부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된다는 사실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혈안이 돼 베트남에서 구하려 했던 것이 바로 침향이라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그때 제 기분이 어땠겠습니까. 그 후 침향이 나왔다는 소식만 들리면 불원천리하고 구입했죠. 가보면 가짜도 많았습니다.”

침향은 향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진귀한 보물이다. 침향은 단순한 향 재료의 범주를 넘어선다. 한방에서는 ‘침향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이기(理氣)의 약재 중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산삼보다 귀하다. 워낙에 귀하고 비싸게 거래되는 품목이라 시중에서도 대단히 구하기 힘들며, 99.99%가 가짜라고 한다.

가짜를 가진 사람들조차 자기가 소장한 것만 진짜고 다른 것은 가짜라고 말한다. 그러니 향 중 최고가 침향이라는 사실은, 진짜고 가짜고를 떠나 침향을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침향의 참된 가치와 효능을 정확히 알게 될수록 목에서 손이 나와 움켜쥐고 싶어 숨이 탁탁 막힐 만큼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잔존량도 적고, 변종과 아종이 많아 앞으로 생산이 어려우며, 구입할 길은 사실 더 어렵다. 지금까지 그가 컬렉션한 침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침향의 현재 시세는 순도에 따라 g당 10만~70만 원인데, 줄잡아 그 가치가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

그는 침향 외에도 2010년 가을 식물원 확장을 위해 잘라낸 서울 남산 케이블카 옆에 있던 1500년 된 향나무도 소장하고 있다. 확장 당시 이 향나무를 갖게 된 이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 전량을 사들여 모두 컬렉션하고 있다. 그는 2년 전부터 차를 배우러 오는 배용준 씨를 위해 대한민국 남산의 기운과 기상을 받고 자란 향나무로 ‘욘사마의 향기’를 만들 계획이다.

영혼을 정화시키는 그릇, 향로와의 인연


향이 영혼을 정화하는 것이라면 향로는 영혼을 정화시키는 그릇이다. 차를 우려내는 자사호는 손에서 사용하기에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와 같고, 잔은 입술로 사용하기에 사랑하는 연인과 같듯이, 향로는 영혼을 정화하기에 힘들 때 찾는 어머니 품과 같다고 한다.

30년간 차 도구와 향로 등을 컬렉션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다. 가장 아쉬웠던 때는 눈앞에서 마음에 드는 골동품을 놓친 때다. 그중 하나가 조선 초 차사발로 단풍이 든 듯 아름다운 오기다완에 앵무잔처럼 귀가 붙어있는 말차다완이었다.

주인에게 사겠노라고 하고 돈을 찾으러 간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다완을 팔아버린 것이었다. 꽤 비싼 다완이었기에 학생이 그런 돈이 있겠냐는 생각에 팔아버렸다고 한다. 그 후 그 상인과는 두 번 다시 거래를 하지 않았다.

“그 후 마음에 드는 것은 그 자리에서 반드시 구입을 하려고 합니다. 제게 다가온 인연을 놓치고 두고두고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몇 년 전 청대 향로 하나를 또 그렇게 놓쳤습니다. 저 아니면 누가 그 비싼 향로를 살까 하는 교만 때문에 놓친 거죠.

고작 20만 원을 깎으려다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된 거죠. 향로도 향로지만 그 순간 어린 시절 놓쳤던 차사발이 생각나서 오랫동안 맘이 아련했습니다. 눈앞에서 또다시 사랑을 놓쳤다고 생각해보십시오.”

30년 관록의 컬렉터인 그는 향로를 선택할 때 실용성과 투자가치도 따져보라고 말한다. 좋은 향로란 실용성을 생각한다면 부담 없는 가격에 무엇보다 향을 부드럽고 달콤하게 내는 게 좋다. 투자가치까지 고려한다면 시대와 작가도 정확히 살펴야 한다.

구입 전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물론, 시간과 재력이 충분히 있다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하나 배우고 익히며 알아가는 것도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만만치 않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동안 이리저리 나눠주느라 현재 그가 보유한 향로는 60개 안팎이다. 오래된 진품 향로는 찻잔보다 그 수량이 더 적다.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때를 닦아내고 길들여 가며 즐기기에 그에게는 하나같이 매력적인 존재들이다.


향로의 가치는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경매에서 거래되는 것을 기준으로 적게 잡아도 10억 정도는 될 듯하다. 최근 골동품과 미술품 가격이 급상승하는 추세라 가격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컬렉션은 안목과 주관적·객관적 가치에 따라 달리 매겨지기 때문이다.

“저는 지금도 아파트를 월세로 살고 있습니다. 맘만 먹으면 집을 못 살 것도 없지만, 저에게는 집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진정한 컬렉터는 이런 것조차 가볍게 생각해야만 진실로 바라는 것을 얻게 되나 봅니다.

차 도구와 침향은 너무 귀해서 잘 나오지도 않지만, 원하는 것이 나오면 여력이 닿는 한 컬렉션할 생각입니다. 광부가 광맥을 찾아 끊임없이 파고들어 가듯이 말입니다. 컬렉션, 그것은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안목과 열정, 가끔은 필요한 것조차 희생해서라도 꼭 갖고 말겠다는 집중력으로 하늘을 감복시켜서 얻어내는 겁니다.”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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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1-02-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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