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고 있는 롱쇼트펀드나 절대수익 추구형 헤지펀드는 주가지수와 관계없이 수익을 내도록 설계돼 있어 올라도 즐겁고 내려도 즐겁다. 골프도 공이 잘 맞든 잘 안 맞든 동반자와 함께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을 찾아보자.
[GOLF&INVEST] 투자와 골프의 공통점 오르락(樂) 내리락(樂)
일반적으로는 경기가 좋아지면 대부분 사람들에게 좋은 게 사실이지만 부자들은 생각이 좀 다르다. 부자들은 소위 실탄(현금 또는 신용)이 있기 때문에 위기에 빠져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할 때를 기회로 삼아 크게 배팅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이다. 반면, 불황이 닥칠 때마다 서민의 삶은 쪼그라든다. 수입은 줄고 얼마 되지도 않은 자산마저 가치가 하락하는 데다 대출을 끼고 있어 대출 이자가 늘어나니 견디다 못해 싼값에 처분해야 한다. 주식도 그렇다. 여유 자금이 없다 보니 많이 떨어진 우량한 주식을 더 사기는커녕 있는 것도 팔아야 생활이 가능하다.

증권 시장에서는 실물경제와 달리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오를 때뿐만 아니라 내릴 때도 이익이 나는 상품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선물·옵션 시장이 대표적이고, 현물 시장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나 대주제도가 있지만 역사가 그리 길지도 않고 일반화되지도 않다가 최근에 많이 활성화됐다.


시대의 산물인 금융상품 트렌드
요즘 증권 시장에는 올라도 좋고 내려도 좋은 상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롱쇼트펀드와 헤지펀드가 그것이다. 롱(long)은 사는 것을, 쇼트(short)는 파는 것을 의미한다.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미리 사 놓고 올라가면 팔아서 이익을 챙기고, 내릴 것이 예상되는 것은 빌려서라도 미리 팔아서 실제로 떨어졌을 때 사 되갚아서 이익을 보는 펀드다. 이렇게 설계된 펀드가 롱쇼트펀드인데, 지수가 박스권으로 오락가락하는 요즘에도 수익률이 연 10%를 넘는 펀드가 생겨나고 있다.

헤지펀드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헤집고 다니는 투기성 자금을 일컫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많이 오르고 내리는 위험을 제거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헤지펀드도 선물이나 옵션 롱쇼트 트레이딩 기법을 합성해 지수가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어느 정도 범위 내에 있으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도록 설계돼 있다. 다만, 절대적으로 수익을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공학적 범위나 알고리즘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이라는 가정이 붙어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보면 공모형 롱쇼트펀드는 10배 이상 성장해 2조3000억 원대 시장이 됐고 헤지펀드도 약 2조7000억 원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주식 대차잔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이런 상품들을 출시하다 보니 가뜩이나 어려운 주식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하고 때로는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이 상품들을 지목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믿고 있기에 부분적으로는 부정적인 측면들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주가는 펀더멘털로 귀속되기에 너무 단기적이고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제도나 상품을 만들어 놓으면 시장이 스스로 알아서 소화시키고 성숙시킬 것이다.

왜 이런 상품들이 인기일까? 상품은 시대의 산물이다. 이제는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가 됐다. 과거처럼 고도성장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증권 시장에서 2000포인트는 결코 싸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주가순자산비율(PBR)로는 1배 수준으로 싸다고 할 수 있지만 주가수익비율(PER)로는 12~13배 수준으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거기에 최근 실적 발표를 보면 이익전망치를 하회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어서 코스피 추가 상승에 대한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정말 부럽다. 100년 만에 닥친 금융위기도 겪었지만 초저금리와 무제한 돈 풀기(양적완화) 정책으로 부작용이 거의 없이 거뜬하게 극복하고 5년째 호황을 구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비하면 아직도 신흥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뚜렷한 감속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잘 되기만을 고대하고 있으니 천수답이 따로 없다. 내수시장은 작고 대외의존도는 아직도 높다 보니 우리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리 변동이 거의 없는 요즘 같은 장을 소위 ‘껌장’이라고 한다. ‘껌장’이란 껌처럼 짝 달라붙어서 먹을 게 없다는 의미로 특히, 채권 시장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또 코스피를 ‘박스피’라고 부르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의 한계 지수인 2000포인트만 되면 여지없이 환매 물량이 쏟아져 1800과 2000 사이를 4~5년째 횡보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다 보니 요즘 수익을 잘 내는 펀드가 많지 않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돈이 돌지 않는다. 오르는 것만 쳐다 보다 목이 빠지느니 차라리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거기로 돈이 흘러가는 것이 돈의 생리다. 이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우리 인생도 행복해졌는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올라도 즐겁고 내려도 즐거울 수 있으니 걱정은 적어졌다. 이것이 오르락(樂) 내리락(樂)이다.


골프에 울고 웃는 골퍼들
골프 이야기를 해 보자. 골프란 놈은 정말 울고 웃기는 놈이다. 잘 쳐도, 못 쳐도, 자주 쳐도, 안 쳐도, 비올 때 쳐도, 눈 올 때 쳐도, 요즘처럼 분위기 살벌할 때 쳐도 이런저런 이유로 욕을 먹이는 게 골프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는 것이 골프다. 운동 같지도 않은 것이 하고 나면 즐겁기를 하나, 친구 간에 우정이 돈독해지기를 하나 열은 열대로 받고 시간은 시간대로 없어지고 돈은 돈대로 날아가면서 행복해지지도 않으니 말이다. 공 한 개 값이 자장면 한 그릇 값이고 저녁반찬 값인데 해저드에 들어가거나 아웃오브바운드(OB)가 나도 허허 웃어야 하니 그 놈의 속은 얼마나 쓰리겠는가.

공이 안 맞는다고 인상 쓰거나 욕하면 인간성 나쁘다고 상종하지 않으려 하고 잘 치면 자랑하려고 불렀냐며 인간미가 없다면서 핀잔을 준다. 멀쩡한 신사도 예비군복만 입혀 놓으면 X가 된다더니 골프가 그렇다. 부킹할 때만 기분 좋고 막상 라운드가 시작되면 첫 홀부터 전쟁이다. 매너 실종, 룰 실종에 접대 골프는 가관도 아니다. 잘 치면 잘릴까 봐 어쩔 줄 모르고 표 나게 못 치면 우습게 본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18홀이 간다. 어쩌다 돈 몇 푼 따면 곱배기로 밥을 사야 한다. 지금이야 골프장이 ‘을’ 수준인 곳이 많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킹 한 번 하려면 있는 백(back) 없는 백 다 동원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으니 골프장만 황금기였고 골퍼들은 봉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급 선수들도 언더파로 잘나가다가 다음 날 오버파를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아마추어가 잘 안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데도 본인 탓은 하지 않고 신경질 부리고 욕하고 캐디 잡고 동반자를 배려하지 않는 골퍼들이 너무 많다. 지구는 망해도 바퀴벌레와 골프핸디는 귀신같이 따라다닌다고 한다. 스코어는 나이가 갈수록 늘어가고 비거리는 줄어드는 게 정상이다. 동반자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즐겁고 행복한 라운드를 할 수 있다면 당신이 진정한 메달리스트다.


도덕재 한국투자증권 상무·WPGA 티칭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