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우는 교훈-두 번째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라는 말을 참 많이 한다. 하지만 일이 잘못됐을 때 잘못된 원인을 점검해 보면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너무 많다.
[GOLF&INVEST] 못생긴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에 안전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됐다. 정부에서도 ‘안전관리 통합 컨트롤 타워를 만든다’, ‘관련부처의 통신 등 시스템을 통합한다’, ‘새로운 매뉴얼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건이 일어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유사한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모두가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자리도 지키지 않고 안이한 생각으로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는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다.

주식시장은 내일을 알지 못하는 시장이지만 오늘도 수없이 사건이 일어나고 테마가 바뀌기 때문에 한순간도 방심하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큰손인 외국인과 기관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최근 소위 ‘최경환 효과’라는 표현으로 요약되는 현상으로 시장의 수급이 급변했다. 기존의 코스닥을 비롯한 중소형주 중심의 패턴에서 현금 등 유보가 많고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 건설, 증권, 통신, 정부 공공기관 주식으로 자금이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중소형주가 폭탄을 맞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시장에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고 자산을 순식간에 잃어버리는 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안전불감증이다. 펀드 투자에서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몇몇 종목에 집중하는 직접투자에서는 이런 흐름을 놓치게 되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증권맨의 세 가지 타입
필자는 투자신탁과 증권회사에서 30년 회사 생활을 했고 그중 절반 이상을 지점에서 영업했다. 지점에서 주식영업을 하는 직원들을 자세히 보면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열심히 발품을 팔면서 본사 영업지원 조직과 연계해서 기업을 탐방하고 리포트를 작성하는 ‘정통파’, 또 하나는 은밀하게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 또는 주식담당자들을 만나서 소위 기업의 고급 정보를 캐내려고 혈안이 돼 있는 ‘은둔형’, 마지막으로는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해 큰 시장의 움직임을 관찰함으로써 내일을 예측하고 종목을 발굴하는 ‘시장형’이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은둔형 직원인데 이들은 정보가 없으면 불안해한다. 남보다 튀는 고급 정보를 갖고 싶은 동기야 무엇이 나쁘겠는가. 또 열심히 탐방하고 부지런히 일하는 걸 어떻게 탓하겠는가. 그러나 이들이 만나는 기업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고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IR(Investor Relations)회사를 통하거나 증권사와 소통하려고 한다. 그들이 알려주는 정보를 너무 믿고 확신을 가지는 데서 불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채취 허가, 유전 개발, 대규모 수주 등 고급 정보를 가진 공무원들이 많이 실패하고 심지어는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 주식투자도 왕도는 없다.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시장이 좋건 나쁘건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이미 시장에 입성해 있거나, 입성하려고 애쓰는 회사가 많고 오늘도 큰 거래처와 계약을 성사시키고자 불철주야로 뛰는 회사와 함께 투자자도 뛰고 공부하고 찾아야 한다. 그럴 시간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면 성공한 사람들과 인맥을 쌓아서 거기서 진짜 고급 정보를 얻는 수밖에 없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매매의 달인이 되는 것이다.

골프 이야기를 해 보자. 영어 ‘골프(golf)’를 뒤집어서 쓰면 flog, 영어 L과 R 발음이 비슷하니 frog 즉, 개구리가 된다. 원래 flog라는 용어는 골프에서 타수 속이기나 알까기 같은 비신사적인 행위를 한 사람들을 뭐라고 부를까 고민하다가 골프를 오염시켰으니 golf를 거꾸로 읽어서 flog라고 부르자고 했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frog와 발음이 비슷하고 신기하게도 주가가 뛰는 방향과 개구리가 튀는 방향을 알 수 없다고 하니 골프를 오염시키는 것과 투자를 오염시키는 공통적인 이야깃거리가 많은 거 같다.


자신의 실수는 인정하지 않고 도구 탓만 하는 골퍼
지금이야 골프 업계가 불황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골프용품 업계는 전성기를 누렸다. 드라이버와 퍼터를 수시로 바꾸었다. 무슨 드라이버가 멀리 나간다고 하면 100만 원이 넘는 금액에도 선뜻 채를 샀고 퍼팅이 안 돼도 툭하면 신형 퍼터로 교체하기 일쑤였다. 당시 골프 숍들이 얼마나 떼돈을 벌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인터넷도 없어서 가격을 비교할 수도 없었고 비싸면 더 좋은 것으로 생각해서 비싼 채만 골라 샀으니 말이다. 골프가방에 보통 드라이버, 퍼터는 2개씩 넣어가지도 다니면서 이것저것 신경질적으로 바꾸고 친구끼리 채를 서로 바꾸는 일도 예사였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품질관리(QC)의 기본은 자신에게 있고 현장에 있는 것인데도 자신은 품질관리를 하지 않고 장비만 탓하기 일쑤였다. 연습장은 발 디딜 틈 없었고 골프장 부킹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던 시절이다. 장비는 첨단장비로 장착하고 몸에는 주렁주렁 보석에 명품 옷으로 치장했으나, 골프 원리도, 룰도, 매너도 알지 못하는 골퍼들을 볼 때마다 선무당들이 설쳐대지 않는 시절이 오기를 고대해 왔다. 시절이 조금 달라져서 지금 예전처럼 북적이지는 않지만 꼴불견 골퍼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운전도 자격증이 필요하듯이 골퍼에게도 자격증 제도가 있으면 안 될까 생각해 본다. 이상하게도 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지 않은 경우는 왜일까. 주식 같지도 않은 주식이 미친 듯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까.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에게도 선무당은 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툭 하면 코치와 캐디를 갈아치우는 선수가 생각보다 많다. 자신을 도와줄 코치나 캐디도 신중하게 선택하되 한번 인연을 맺으면 평생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서로의 장단점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와야 한다.

투박하고 못생긴 호박은 오랫동안 사람 손을 타지 않아 늦가을 서리 내릴 때까지 남아서 늙은 호박으로 사랑을 받고, 못생긴 나무도 베어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대대로 후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교훈을 주고 있다. 모두가 일등을 하고자 안달하는 세상이다. 마라톤에서는 가장 빠른 한 사람만 일등이지만 인생은 누구나 일등이 될 수 있다. 조바심을 갖지 말고 늦어도,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아도, 주가가 빨리 오르지 않아도 꼼꼼하게 다지고 기다려 주면서 끝까지 달릴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이 일등인 것이다.


도덕재 한국투자증권 상무·WPGA 티칭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