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우는 교훈-네 번째

세상사 모두가 원인 없는 결과 없고 과정 없이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투자에 실패하는 것도 골프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이유가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은 방법이 잘못됐거나 미래에 대한 판단을 잘못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
[GOLF&INVEST] 과정이 나쁘면 결과도 나쁘다
잘못된 투자법은 너무 많다. 수없이 많은 투자교본에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잘못된 투자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아무 종목이나 해서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 실적도 나쁘고 미래도 불투명한 기업에 무슨 재료 한 방만 터지면 된다는 생각, 실적도 보지 않고 재료만 보고 막연한 기대를 갖는 생각에 행해지는 몰빵 투자, 대출에 대출을 더블로 일으키는 무리한 투자 등 이루 헤아리기도 힘들다.

최근에 벌어진 H산업의 주식투자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2년 6개월 동안 오른 주식이 영업일수로 10일 만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10일 사이에 회사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회사의 해명 자료를 보면 아무 변화도 없다. 보통 급등한 주식이 급락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오른 주식은 상당히 가치가 있는 주식이고 탄탄한 수요 기반을 가진 주식으로 오해하기가 쉽다. 또한 이런 류의 회사는 적자를 내거나 사회적 이미지가 나쁜 회사가 아니다. 대부분이 땅이나 건물, 또는 영업 외 별도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시가총액 대비 많이 저평가된 가치주인 경우가 많으며, 대주주가 대부분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중소형주다. 하루 거래량이 적어서 기관이나 외국인이 관심을 별로 두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실적도 나쁘고 사회적 이미지도 나쁜 기업 즉,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기업은 아니다.

이와 달리 아주 짧은 기간에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주식도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루보’다. 루보는 피라미드식 금융사기 방식으로 돈을 모집해 아래 돌 빼서 윗돌 막고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앞에 투자한 사람의 이자와 원금을 돌려주는 전형적인 금융 피라미드 방식으로 모집된 자금이다. 여러 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했다가 한계에 도달해 무너진 경우다.

그러나 H산업은 이와 달리 중소형 가치주다. 투자자들은 장기간 동행하기로 뜻을 모은 이들로, 수시로 모여 등산도 하고 세미나도 했다. 때맞추어 주가가 어느 정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어느 목표 선까지 이탈하는 사람 없이 진정 행복한 동행을 하기 직전이었다. 이들 투자자들이 아직 팔아서 현금을 쥔 것도 아닌데 마치 부자가 된 환상에 빠져 있는 사이에 주가는 너무 고평가 되고 살 사람들이 망설이는 사이에 하나 둘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났다.


중소형주의 딜레마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 믿음이 깨어졌을 때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의심이 생기고 서로 먼저 빠져나오려고 아우성치면서 급락하고 대출에 대출을 일으킨 사람들이 반대매매를 맞으면서 가속도가 붙는다. 이런 경우는 반대매매가 끝나야 하락을 멈출 수 있다. 혹자는 이 종목은 신용이나 대출도 별로 없는데 왜 이럴까 생각하지만, 증권사 창구에 잡히지는 않지만 외부에 잡혀 있는 대출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높은 가격에 왔다 해도 언제든지 팔 수 있는 종목이 아니라면 남보다 한 발 먼저 매도해야 한다.

그렇다고 H산업처럼 중소형주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은 대형주의 미래가 불투명해서 대형주로는 부자가 될 수 없고 미래가 있는 중소형주에 답이 있다. 그러나 정도로 해야 한다. 즉, 팔고 싶을 때 언제든지 팔 수 있는 종목이어야 하고, 기관이나 외국인 같은 검증된 기관들도 살 수 있는 종목이어야 한다. 삼립식품, 컴투스, 산성앨엔에스, 메디톡스 등 수많은 스타 중소형주들이 그렇다. 잘 아는 사람들끼리 서로 같이 올리고 같이 들고 있는 주식을 누구에게 팔아넘길 수 있겠는가. 탄탄한 수요 기반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주가가 설명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그런 종목은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것이 좋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
골프에서도 원리는 동일하다. 시작할 때는 레슨도 받고 책도 보고 체력훈련도 받아가면서 기본부터 천천히 잘 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운동을 시작하고 친구들과 라운드하면서 내기를 하고 경쟁이 시작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온갖 잡소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누가 잘 맞거나 거리가 많이 나가는 클럽을 가지고 오면 그걸 사려고 혈안이 되고 기본보다는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찾게 된다.

어떤 사람은 돈을 잃으면 오기가 생겨서 눈만 뜨고 시간만 나면 연습장에 가서 맹훈련을 하기도 한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열심히만 하면 잘할 수 있다면 세상에 성공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프로의 스윙을 따라하려고 자신의 몸도 생각하지 않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 골프 스윙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 맞게, 쉽게, 아프지 않게, 오래 할 수 있게, 행복하게, 즐겁게 할 수 있는 내 몸에 맞는 스윙을 찾아가는 것이다. 많이 하고 오래하기보다는 집중해서 잘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름답고 멋지기로는 로리 매킬로이나 아담 스콧이 있겠지만 폼은 별로 좋지 않지만 박인비는 자신만의 스윙으로 세계 정상에 선 사람이다.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열심히 하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살펴보고 몸을 만드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아마추어는 근력운동을 하기 쉽지 않으니 스트레칭이라도 생활화해야 한다. 집에서 TV 보면서도 할 수 있고 사무실에서 의자나 책상 모서리에서도 할 수 있다. 골프에서는 세상의 루저도 위너가 될 수 있다. 즉, 키가 작거나, 못생겼거나, 뚱뚱해도 자신만의 스윙을 만들고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가진다면 바로 위너가 될 수 있다. 골프는 다른 운동과 달라서 신체적 조건 같은 펀더멘털적인 측면보다는 이기고 싶은 강인한 정신력 같은 센티멘털적인 측면이 조금은 강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연습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다. 내 스윙을 찾았다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연습하면 된다. 연습도 방법이 있다. 많이 쓰는 채를 많이 연습해야 한다. 1시간 연습 시간에 대부분을 드라이버만 치는 사람은 아마도 골프 연습을 온 것이 아니라 그냥 땀 흘리려고 온 사람이다. 드라이버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18홀 동안에 겨우 14번 정도 친다. 반면 아이언이나 퍼터는 서너 배나 더 많이 쓴다. 잘못된 것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은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 경영에서도 ‘멍부(멍청하지만 부지런한 사람)’보다는 ‘똑게(똑똑한 게으름쟁이)’가 나을 때도 있다고 하는 것이 그런 이유다.


도덕재 한국투자증권 상무·WPGA 티칭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