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경기 도중 A선수가 허리에 극심한 통증과 함께 다리까지 당기는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아왔다.

훈련이나 시합 도중 때때로 허리에 통증이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찜질이나 얼마간 쉬면 괜찮아지는 일이 반복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처럼 고통에 시달리는 일은 처음이란다. 진단 결과 척추의 디스크가 파열되고 탈출, 신경을 압박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시즌을 종료했다.



프로 골퍼는 물론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디스크와 관련된 질환은 흔한 일이다. 허리를 숙인 채 척추의 각을 유지하고 몸통 회전을 반복해야 하는 골프의 특성 때문이다. 보통 디스크 문제라면 디스크 탈출만 생각하지만 디스크 질환은 퇴행성 디스크, 디스크 파열, 디스크 탈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퇴행성 디스크
디스크는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연골이다. 척추의 압박력, 즉 충격을 흡수해주는 특수 연골이다. 척추 위아래에서 누르는 압력, 척추 회전 시 비틀리는 압력이 가해지면 디스크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위아래에서 누르는 압력은 허리를 숙일 때 많아진다. 척추가 바로 서 있는 자세에서는 디스크에 압력이 많지 않다. 그러나 숙일 때에는 세 배 이상 압력이 가해진다. 허리가 회전할 때에도 디스크가 짓이겨지는 압력을 받는다.

따라서 허리를 숙이고 회전하는 골프 스윙은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골퍼들은 일반인에 비해 디스크 손상이 약 세 배 이상 많이 발생한다. 퇴행성 디스크가 있는 경우에는 허리가 아프고 아직 다리까지는 당기지 않지만 허리를 숙이면 통증이 유발된다. 또한 근육이 잘 뭉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엑스선(X-ray)으로는 발견이 어렵고,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으면 디스크 수핵에 물이 빠져나가 새까맣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좀 쉬면 나아지기 때문에 맘을 놓지만 점차 디스크는 나빠져 질환으로 발전한다.


디스크 파열
퇴행성이 지속된 디스크는 조금씩 찢어진다. 이런 상태를 디스크 파열이라고 한다. 허리를 숙이거나, 숙인 상태에서 물건을 들다 삐끗하거나, 일어나다가도 디스크는 찢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허리를 숙이고 돌리는 동작이 강하면 디스크가 파열되기 쉽다.

디스크에 파열이 있을 경우에는 매우 심한 통증이 따른다. 단순하게 근육이나 인대가 삔 경우에는 2~3일 정도면 회복되지만 디스크 파열은 3일 이상 심한 통증이 지속되고 파열된 조직이 아물지 않으면 그 사이로 수핵이 탈출할 수 있다.


디스크 탈출
디스크 탈출이란 제자리에 있어야 할 신경 통로가 있는 디스크가 뒤쪽으로 밀려나 신경을 누르는 상태다. 이때에는 허리가 아프면서 다리까지 당기는 데 앉아 있을 때에나 허리를 숙일 때 증세는 심해진다. 서 있으면 덜하고 누우면 통증은 사라지지만 심한 경우에는 계속 아픔을 느낀다. 점차 악화되면 다리의 감각이 떨어지고, 다리의 힘이 빠지는 마비 증상까지 동반하고 때때로 대소변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디스크 탈출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은 비교적 퇴행성이 없는 정상적인 디스크에 갑자기 강한 압력이 가해졌을 때 탈출하는 경우다. 골프에서는 흔하지 않다.

반면 골퍼들에게 흔한 만성 디스크 탈출은 앞서 말한 퇴행성 디스크다. 이후 디스크가 찢어지기 시작하면 틈이 생기고, 그 틈새로 디스크의 수핵이 삐져나오게 되는 거다. 처음에는 조금 나오다가 점차 심해지며 더 많은 수핵이 삐져나온다. 만성인 상태에서 갑작스런 강한 압력이 전해지면 급성으로 발전한다.


척추관절염
골프 스윙은 한쪽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척추가 옆으로 휘고 척추와 골반이 꽈배기처럼 꼬이는 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척추의 뒤쪽에 있는 척추 후관절이 서로 충돌하면서 후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관절이 어긋나기도 한다. 이를 척추후관절증이라고 한다. 초기에는 관절의 충돌로 손상이 일어나지만 만성으로 가면 무릎에 관절염이 발생하는 것과 유사하게 관절염이 생겨 고질병이 된다.

골퍼들에게 발생하는 척추 질환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젊은 데다 아직 척추의 근력이 비교적 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른 척추 즉, 어드레스 시 척추의 에스(S) 라인을 철저하게 지키고, 항상 척추 각이 유지되도록 스윙에 신경을 쓰고, 가끔씩 반대로도 스윙하면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도 허리를 곧게 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척추의 근력이 중요한데 이른바 ‘코어’라고 하는 척추 중심 근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골반의 유연성도 중요하다. 골반이 굳어 회전이 잘 되지 않으면 회전력이 척추에 상대적으로 많이 가해져 허리에 더 무리를 주기 때문에 골반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부상 예방의 필수 요소다.


나영무 솔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