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한 점, ‘꼬시미’



콩나물무침을 마무리할 때쯤 늘 엄마의 손끝은 떨렸다. 그깟 참기름이 얼마나 한다고 저러시나 싶어 혀를 차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그 손끝의 의미를 이해한다. 그저 이윤만 남기기 위해 생산되는 싸구려 참기름과 할머니가 직접 기른 참깨로 짜주신 참기름의 차이가 음식의 품격을 달리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기름 짜는 고깃집’, 꼬시미는 그 사소한 차이를 앞세워 손님들의 미각을 사로잡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새말길에 있는 992㎡ 규모의 한우·한돈 전문점 꼬시미의 시작은 ‘기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박민호 꼬시미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가장 한국적이면서 건강한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점을 구상했다. 그러던 중 그는 기름을 떠올렸다. 불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했던 올리브유가 이제는 누구나 즐기는 주요 식재료가 됐다. 올리브유가 곁들어진 음식들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박 대표가 참기름과 들기름의 경쟁력을 떠올린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서양 음식을 대표하는 ‘올리브유’처럼 참기름, 들기름을 갖고 건강하고 맛있는 한식의 세계화를 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그는 직접 참기름과 들기름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본 재료인 들깨와 참깨는 충남 홍성에서 공수하고, 한양대 화학공학과와 협업해 착유공법과 필터링 기술을 개발해 더욱 맑고 고소한 기름을 만들 수 있었다. 이후 그는 고소하고 신선한 기름을 단순한 제품 형태로만 팔기엔 왠지 아쉽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결국 직접 짜낸 기름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고자 올해 1월 한우·한돈 전문점 꼬시미를 개업했다. 기름과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을 고민하다 선택한 것은 소고기와 돼지고기였다. 신선한 고기와 직접 짜낸 기름으로 정성스럽게 준비한 반찬, 직접 만든 두부와 떡까지 두루 섭렵한 플래그십의 도안이 완성된 것이다.



양념 하나하나 조리장 손끝 거쳐

꼬시미의 강점은 무엇보다 믿을 만한 ‘재료’와 ‘조리 과정’에 있다. 기름을 직접 짜는 것은 물론, 모든 음식의 양념을 매일 아침마다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조리장 외 5명의 조리사들이 직접 만든다. 김치, 두부 등 반찬은 물론 후식으로 내주는 떡까지 직접 만든다. 심지어 고깃집의 필수 사이드 메뉴인 냉면까지도 직접 면을 뽑고, 육수를 낸다고 한다. 비용이 적지 않게 들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박 대표는 그것이 꼬시미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처럼 꼬시미는 재료 선정부터 조리 과정까지 투박하리만큼 전통을 고수하지만, 결코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일단, 외관부터 최신 트렌드에 걸맞게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여기에 벽면을 통유리로 배치해 탁 트인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건물 2층에 마련한 카페테리아 린하우스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더불어 떡 등 다양한 디저트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운치를 더한다. 직접 짠 들기름과 참기름은 ‘꼬시유’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가격은 30ml의 3만5000원이다. 한 상자에 4000원인 꼬시미의 떡도 이 집의 인기 메뉴다. 지금은 주로 매장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형태로 판매되고 있지만 플래그십 스토어인 꼬시미를 발판으로 사업을 확장시킬 계획이다.

“저의 최종 목표는 정성을 가득 담아낸 한국의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지금 하는 꼬시미와 꼬시유 사업을 발판으로 프리미엄 디카페인 커피 사업과 스테이크하우스, 프리미엄 베이커리 사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한결같이 최상의 재료와 정성으로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음식을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음식으로 한국의 문화를 더 알리겠다는 박 대표의 야무진 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예약·문의 031-714-3230

기자가 맛본 꼬시미 간판 메뉴



최상의 기름장과 등심 한 근

꼬시미의 대표 메뉴는 마블링이 균형적으로 꽃핀 등심 한 근(600g)이다. 꼬시미는 최고급 퀄리티의 고기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자 청정 지역인 안동에서 최상의 고기를 엄선해 들여온 후 최적의 온도에서 숙성을 진행한다. 두터운 등심 위 화려하게 수놓인 마블링이 씹는 동시에 혀끝을 녹인다. 손님의 기호에 따라 마블링 정도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직접 짠 기름장과 등심의 만남이 꼬시미란 이름처럼 고소함의 궁극을 느낄 수 있다. 함께 제공되는 오이고추로 감싼 양배추, 양파 등 채소 초절임은 아삭함과 함께 눅진한 고기 맛을 상큼하게 정화시켜준다.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들과 즐기기에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스르르 녹는 주물럭과 육회
설탕 대신 각종 과일과 채소로 맛을 낸 주물럭도 이 집의 알짜 메뉴다. 천연의 단맛을 내기 위해 조리장만의 특급 레시피인 사과잼으로 주물럭의 달콤함을 배가시켰다. 무엇보다 고기 하나하나 양념이 잘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 기계가 아닌 주방장이 직접 수제로 칼집을 내고 있다. 특제 양념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대나무 잎을 넣은 항아리에서 숙성시킴으로써 고기 특유의 잡내를 완벽하게 잡았다. 소고기는 물론 돼지고기도 감칠맛 나는 양념이 적절히 배어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달콤 짭조름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참기름과 고추장을 기본 베이스로 숙성시켜 만든 육회장을 더한 숙성 육회비빔밥도 인기 메뉴다.


정성 가득 한 상, 점심 한 상
꼬시미는 별도의 점심 메뉴도 운영 중이다. 등심이 주 메뉴인 꼬정식, 꼬치주물럭이 일품인 시정식, 차돌박이와 간장게장이 제공되는 미정식이 있다. 특히, 꼬시미의 히든챔피언은 ‘밑반찬’이다. ‘기름 짜는 고깃집’인 만큼 한 상 차림에 놓이는 모든 반찬에는 직접 짜낸 기름과 특제 소스가 베이스로 버무려진다. 들깨소스와 들기름으로 맛을 낸 들깨부추무침과 아담하고 정갈한 김치전, 직접 만든 순두부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외에도 계절마다 제철 재료를 사용한 3가지 밑반찬이 제공된다. 어느 하나 조리장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 가공되지 않은 천연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김수정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