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폭염주의보로 시작한 올여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는 8월에는
더위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칠 수 있는 여름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바람직한 식생활 관리다. 예년보다 무덥고, 강수량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알아보자.
여름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팁
더위가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맵고 뜨거운 보양 음식을 찾는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보양식의 상당수가 고단백인 동시에 매운 양념이 들어간 자극적인 음식들이다. 이러한 음식들이 위로 들어가면 위산 분비를 자극해 위염을 유발할 수 있고,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도 유발할 수 있다. 자극적인 음식들은 복통과 설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건강하기 위해 먹는 음식들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름철에는 배탈이나 설사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상당수가 찬 음식을 많이 먹은 뒤 발생하는 기능성 설사와 식중독에 의한 감염성 설사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체온과 큰 차이가 나는 찬 음식은 위장관에 자극을 주고, 이에 따라 장운동이 항진되며 복통 및 설사가 유발될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여름철 치맥(치킨+맥주)이다. 뜨거운 여름, 바삭한 치킨과 함께 시원한 맥주 한 모금만큼 구미를 당기는 것도 없을 것이다.

특히, 최근 유럽과 아메리카 지역에서 열리는 국가대항전 축구 경기는 물론, 리우 올림픽이 시작되면 그 인기가 절정에 다다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야식으로 치맥을 찾기 전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밤에는 위장 운동이 느려지기 때문에 음식물들이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분비되는 과량의 위산은 위벽을 자극시킬 수 있다.

결국 위산의 역류로 인한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기 쉽고 이는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맥주는 뛰어난 청량감 때문에 잠깐 동안 더위를 쫓기에는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소화불량, 급성·만성 위염, 위장 출혈과 같은 다양한 위장 질환과 탈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맥주 속 알코올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다.

◆차고 짠 음식, 장염과 불면증 유발해

지혜롭게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음식을 찾기보다는 신체의 균형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건강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무더운 여름에는 아무래도 땀을 많이 흘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물을 마셔 적절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갈증이란 단순히 ‘목이 마른’ 증상이 아니라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다고 몸이 보내는 신호다. 따라서 갈증을 느꼈다면 우리 몸은 이미 수분 부족에 빠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갈증을 느끼기 전 수분을 적절히 공급하는 것은 무더운 여름철에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땀을 통해서 수분만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체내 무기질과 비타민도 함께 배출되기 때문에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수시로 섭취한다면 여름철에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를 쉽게 공급해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위생적인 식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최근 국민안전처가 식품안전정보포털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지난 5년(2011~2015년)간 총 1429건의 식중독 사고로 3만156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나 6~8월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균은 병원성대장균(17%)과 캠필로박터균(10%)으로, 덜 익힌 육류와 오염된 유제품에서 주로 발생한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물은 반드시 끓여 마시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음식물은 충분히 익혀서 섭취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과감하게 버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해산물을 통한 식중독의 주요 원인은 장염 비브리오균이다. 장염 비브리오균은 연안 해수에 존재하는 세균으로 수온이 섭씨 20~37도에서 빠르게 증식하기에 해수 온도가 20도 이상 올라가는 여름철에 주로 식중독을 일으킨다. 따라서 조리 전 어패류와 칼, 도마, 행주 등 조리도구를 수돗물로 충분히 세척해야 하며, 가능한 모든 해산물은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대부분의 설사는 금식 및 수분 보충과 같은 보존적 치료에 호전을 보이지만, 소아 또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소량의 설사에도 탈수 증세가 나타날 수 있어 더욱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만일, 설사 증상이 수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건강한 성인이라도 전해질 불균형, 쇼크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병원을 내원하는 것을 권고한다.

감염성 설사의 경우에는, 수분 보충뿐 아니라 적절한 항생제 투여가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설사라는 증상만으로는 감염성 설사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심한 복통 또는 발열이 동반된 설사가 발생했다면 신속히 병원에 내원해 적절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가령, 의사의 처방 없이 지사제를 복용할 경우, 되레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로 지치기도 쉽지만, 한편으로는 1년 중 가장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 여름이기도 하다. 지혜로운 식생활을 통해 그 어느 해보다 건강하고 활기찬 여름을 맞이하기 바라며, 우리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줄 즐거운 소식들이 리우에서 많이 들려오길 바란다.

심기남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부속 목동병원 위·대장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