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이승률 프리랜서] 드라이빙 변주의 시작은 ‘스티어링 휠’부터다.


[Car] 스티어링 휠
[Car] 스티어링 휠
ROLLS-ROYCE PHANTOM

고급스럽다. 롤스로이스의 스티어링 휠은 장인이 직접 가죽을 제단하고 바느질해 완성한다. 유난스러울 정도로 큰 크기도 다른 자동차와의 차별점이다. 덩치에 걸맞게 크지만, 크기와 어울리지 않게 가느다란 림(손으로 잡는 부분)도 눈에 띈다.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롤스로이스의 운전석은 오롯이 운전기사의 공간이다. 과거에는 운전기사가 흰 장갑을 끼고 정교하게 운전을 했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을 크고 가늘게 만들었다. 롤스로이스는 지금까지도 이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것. 재미있는 사실은, 팬텀이 가장 가늘고 레이스가 가장 두껍다. 즉, 상위 모델로 올라갈수록 스티어링 휠이 가늘어지는 셈이다.


[Car] 스티어링 휠
[Car] 스티어링 휠
FERRARI GTC4 LUSSO

화려하고 복잡한 구조다. 포뮬러원(F1) 머신처럼 ‘디(D)’자형 스티어링 휠을 적용하고 12시 방향에는 최적의 변속 시점을 알려주는 엔진 회전수 램프를 달았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시동 버튼 등 다양한 조작 장치다. 페라리의 운전석에 앉으면 시동을 켜고 운전 모드나 서스펜션의 성격을 변경하는 등의 모든 조작을 스티어링 휠에서 할 수 있다. 심지어 방향 지시등과 경적, 와이퍼까지 엄지손가락 하나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이는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말고 오직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뜻에서다.


[Car] 스티어링 휠
[Car] 스티어링 휠
PEUGEOT 3008

푸조는 유독 작은 스티어링 휠을 쓴다. 위아래 면도 납작한 직선 형태다. 여기에는 아주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폭설이 내리던 어느 겨울 날, 푸조의 실내 디자이너는 눈길에 운전하다가 앞차와 계기반을 동시에 보는 데 큰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매우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주행 중 계기반을 보면서도 앞선 차량에서 시선을 떼지 않을 수 있는 인테리어를 고안해냈다. 스티어링 휠의 지름을 대폭 줄여 계기반을 가리지 않도록 하고, 윗면을 직선으로 깎아 전방 시야를 확보한 것. 안전뿐 아니라 조향 시 보다 민첩한 핸들링이 가능하다는 것이 푸조의 설명이다.


[Car] 스티어링 휠
[Car] 스티어링 휠
FORD MUSTANG

요즘에야 경차의 스티어링 휠에도 별의별 버튼이 다 들어가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티어링 휠에서 음향 장치를 조절하거나 계기반 정보를 바꾸는 것은 매우 고급 옵션에 속했다. 그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1966년 포드에서였다. 포드는 세계 최초로 양산형 자동차의 스티어링 휠에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장착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유난히 많은 버튼을 탑재하는데, 가령 머스탱에는 16개의 버튼이 달려 있다. 컴퍼트와 스포츠 모드 등 조향 시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재미나다.

사진 박원태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