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ENIX SPRINGS COUNTRY CLUB

파지오 하우스
파지오 하우스
휘닉스 스프링스의 코스는 한국의 골프 명당 경기도 이천 땅에 짐 파지오라는 걸출한 설계사가 그려낸 한 폭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주어진 땅에 자신의 예술을 구현하고 그것을 통해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만들어 내려 혼신의 힘을 쏟는 사람들이 골프코스 설계가다.

그래서 땅은 어떤 설계가를 만나는가가 중요하고 설계가는 땅 소유주가 누구냐에 따라 자신의 예술성을 오롯이 창작 활동으로 이어가 최고의 걸작을 만들게 된다.

그렇다면 휘닉스파크라는 걸출한 종합리조트를 소유한 (주)보광과 미국 100대 골프장 ‘트럼프 인터내셔널’을 설계한 짐 파지오가 만난다면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까. 파지오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수천 년 동안 시간이 만들어 놓은 지형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코스를 설계하고, 홀마다 보이는 앵글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설계가다.

이들이 만나 지난 2009년 8월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에 휘닉스 스프링스라는 하나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휘닉스 스프링스는 18홀 규모에 파72, 총 연장 7271야드(약 6649m)로 국제규격의 회원제 명품 골프클럽이다. 개장 2년을 맞은 지금 파지오의 작품은 어떻게 한국적 기후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김장우 프로와 동행했다.
레이크 코스 8번 홀
레이크 코스 8번 홀
라운드가 있던 날 아침, 장마에 태풍까지 서울에는 적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경험으로 보아 이 정도 날씨면 경기도 인근 골프장은 십중팔구 라운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경기도 이천 날씨는 아침 이후로 비가 소강상태란다.

50여 분을 달려 골프장 입구에 도착하자 벙커 하나가 우리를 맞이한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제는 한옥 기와집이 위용을 드러내고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큰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이 여느 골프장과는 다른 느낌이다. 세련된 클럽하우스와 한옥 기와집이 썩 괜찮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운틴 코스, 김 프로의 티샷으로 라운드가 시작됐다. 아침까지 내린 장맛비에도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는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파도를 옮겨 놓은 듯 페어웨이와 그린은 춤을 추고 있다.

듣던 대로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처럼 108개(정문입구 모형 벙커 포함)의 아름다운 하얀색 벙커들은 요새를 사수하듯 요소요소에 진을 치고 있다. 이들에게 잡히는 날엔 털 속에 감춰진 날카로운 발톱이 스코어에 심한 생채기를 내고 만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아름다운 풍광이다. 특히 3번 홀 그린 뒤쪽에 서 있는 사자바위는 원래 있던 모습을 그대로 살려 하나의 조각품을 만들어 놓았다. 이뿐 아니라 그린 뒤쪽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광은 제주도 어느 오름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시원함을 선사한다. 파지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아주 멋진 홀이다.
레이크 코스 6번 홀
레이크 코스 6번 홀
마운틴 코스가 조금 거칠다면 레이크 코스는 조금 부드러운 편이다. 산악지형이 주는 위압감은 훨씬 덜하다. 4번 홀 티 박스에 들어서자 캐디가 우측 건너편에 갤러리가 있으니 조심하란다.

갤러리는 다름 아닌 30여 개 석물들로 티 박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회원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무심 타법을 전수해 주는 갤러리란다. 한바탕 웃고 나면 5번 홀이다. 잔잔함과 평온함이 공존하는 휴식 같은 홀이다.

8번 홀은 파3 시그니처 홀이다. 산골을 타고 내려오던 물줄기가 하나의 물방울로 튀어 올라 초록빛을 발하는 보석처럼 살포시 물위에 앉아 있다. 석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파지오가 바라는 자연과 사람의 일체가 여기에서 완성되는 듯하다.

라운드를 마친 김 프로는 “상급자와 초급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골프장”이라며 “첫 라운드임에도 착시현상이 없어 처음 오는 골퍼에게도 낯설지 않고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가장 어려운 곳을 묻자 “마운틴 9번 홀 그린으로 18홀 그린 가운데가 가장 사나운 그린이라며 세컨드 샷 거리 조절에 실패한다면 스리 퍼트, 포 퍼트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휘닉스 스프링스는 또 다른 매력도 있다. 라운드를 마친 후 이천 온천수로 즐기는 노천탕과 19홀 장소로 애용되는 파지오 하우스다. 또 하나는 차가운 물로 10~12시간 동안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려 만들어지는 향기로운 더치커피다.

글·사진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