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6%를 기록, 5분기 연속 11%대를 기록한 뒤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3%로 전월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지표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과열이 지속되고 있고 인플레가 통제되지 않고 있다(홍콩 아시아노믹스 짐워커 수석분석가)”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중국 국가통계국 리샤오차오 대변인은 올 1분기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하고 “긴축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 역시 지표 개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중국 인민은행은 경제지표를 발표하면서 거의 동시에 올 들어 세 번째로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5.5%에서 16.0%로 0.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비록 소폭 하락했지만 1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과열 국면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떨어지긴 했지만 정부의 통제 목표선인 4.8%보다 4%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달과 달리 폭설로 인한 ‘돌발적 물가 급등’의 영향이 적었다는 점에서 상승세가 더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번에 발표된 경제지표를 뜯어보면 우려되는 측면이 눈에 많이 띈다. 중국의 성장을 견인해 온 고정자산 투자는 여전히 증가세지만 기업 이윤은 감소하고 있다. 1분기 고정자산 투자는 2조1845억 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6% 증가했다. 소비도 2조5555억 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6% 늘어났다. 반면 전국 규모 기업의 평균 이윤 증가율은 27.8%포인트(1, 2월 기준) 낮아졌다. 특히 1분기 무역 흑자가 414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9% 감소했다. 대미 수출은 534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하는데 그치는 등 세계 경기 침체와 위안화 절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21세기경영보는 투자 과열 속에 경기 침체가 혼재돼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이에 따라 인플레와 경기 침체라는 두 가지 모순된 상황을 타개할 묘수를 찾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 경착륙을 방지하는 선별적인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 총재는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정책의 초점이 긴축에 모아질 것”이라며 “금리를 인상할 계획은 아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의 유동성을 줄이기 위한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도이체방크 크리스 렁 수석분석가)”는 주문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차로 핫머니 유입을 불러오는 금리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는 올 1분기에만 약 800억 달러의 핫머니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안화 절상 속도를 더 높이는 한편 지난 3월 21.5% 증가로 1999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소비를 성장의 축으로 육성하는 정책이 예상된다.하지만 문제는 경제 운용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원유 값이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서 전 세계에 인플레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주가가 작년 10월 최고점(6092.06)에 비해 거의 반 토막이 나고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중국의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융권 대출도 부실화, 일각에선 일본식 자산 버블 붕괴 가능성도 제기된다.증시는 바닥론이 제기되지만 메아리처럼 흩어질 뿐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증시가 비이성적 공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경제의 후퇴 신호가 없고 △상장사 실적이 좋으며 △과도한 조정으로 내국인만 투자 가능한 A주의 가격 매력이 높아졌다며 투자자들로선 매입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반면 21세기경영보는 중국의 한 펀드 회사가 중국 증시의 상승 국면이 이미 마감됐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상하이종합지수를 비롯해 주요 지수들이 모두 35% 이상 하락했으며 하락 기간도 3개월을 초과했다는 점에서 상승 국면을 마감하고 침체장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바닥론 논쟁이 가열되면서 상하이 증시는 등락을 거듭하는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부동산 시장도 버블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투자가 많았던 선전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에서 매수자가 뚝 끊기면서 가격이 하락 추세다. 선전시는 1분기에 신규 분양된 주택 면적이 51만9400㎡로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7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선전의 3월 주택 거래 가격은 ㎡당 1만3618.42위안으로 전달보다 16.53% 하락했다. 상하이에선 작년 12월에 분양을 시작한 쑹장에 있는 아파트에서 지금까지 맺은 286건의 전 계약이 모두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특히 은행에 크게 의존해 온 부동산 개발 업체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 소호차이나의 판스이 회장은 “금융 긴축에다 원자재와 토지 가격은 물론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부동산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물론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은 밝다는 시각도 있다. 주택 및 도농건설부의 천화이 정책연구실장은 “중국의 도시화는 향후 20∼30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며 “중국 부동산 시장이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최근엔 핫머니 충격설도 나돈다. 중국 언론들은 해외로부터 위안화 절상 등을 노리고 중국에 들어온 단기 투기 자금(핫머니)이 현재 5000억∼1조 달러에 달한다며 올여름 이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증시와 부동산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은 위안화 절상 등에 따른 환차익을 겨냥, 핫머니 유입이 늘고 있지만 신용 경색에 따른 자본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3월 말까지 늘어난 외환 보유액 1539억 달러 가운데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850억 달러에 달해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핫머니(1170억 달러)에 육박한다. 푸단대 중국반자금세탁연구센터는 최근 중국에 유입된 핫머니가 주식과 부동산에 각각 40%와 30%% 투자됐다고 분석했다. 에너지와 식량에도 각각 15%씩 투자된 것으로 이 연구센터는 추정했다.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중국에서는 일본의 버블(거품) 경제기와 마찬가지로 일반 기업들이 부동산 개발 및 주식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며 “부동산 및 주식 가격 하락은 결국 회사의 수익 악화로 연결돼 기업에 대한 은행 융자가 불량 채권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중국 정부는 물가 급등과 경기 후퇴를 막으면서 한편으로는 자산시장 버블의 붕괴를 방지해야 하는 3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세계 원자재 및 식량 가격의 급등이라는 험악한 외부 환경도 헤쳐 나가야 한다. 글로벌화된 자본주의 체제의 초년병인 중국 정부가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궁금하다.조주현 한국경제신문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