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ine 제 38호 (2008년 07월)

시간당 1억 달러 유입…핫머니 비상 걸린 중국

핫머니(초단기 운용 자금) 비상 경보가 울리고 있다. 올 들어 정체불명의 돈이 시간당 1억 달러씩 쏟아져 들어온다. 시장을 교란하는 핫머니의 빠른 유입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 전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핫머니가 일으킨 자산 버블이 붕괴되면 제2의 베트남 사태가 중국에서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아진다.

지난 4월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744억6000만 달러가 불어났다. 무역 흑자 166억8000만 달러, 해외 직접 투자(FDI) 76억 달러를 제외하면 501억8000만 달러의 자금은 정체불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돈의 대부분이 핫머니일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레디스위스는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유입된 핫머니는 2283억 달러로 추정했다.

FDI도 핫머니화하고 있다. FDI 중 회수 기간이 긴 고정자산 투자 비중은 지난 5년간 연평균 50%에서 뚝 떨어져 지난 1분기 20%에 머물렀다.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정치경제연구소 장밍 박사는 지난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2282억 달러와 2078억 달러의 핫머니가 중국에 들어왔으나 작년엔 3851억 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는 6000억 달러,내년엔 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레디스위스 타오둥 아시아담당 수석연구원은 지난 6월 12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유동성 과잉이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며 “핫머니 유입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안화 강세와 고금리는 핫머니의 중국 쏠림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13일 달러당 6.901 위안으로 지난 2005년 7월 환율 개혁 후 19.8% 뛰었다.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위안화 가치 상승을 유도하고 무역 흑자가 쌓이고 있어 당분간 강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위안화 가치 상승세와 함께 중국의 고금리도 핫머니를 유혹한다. 특히 미국과의 금리차가 역전된 올 초부터 핫머니의 유입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중국으로 들어오는 핫머니는 국제적 투기 자본과 같은 큰손에서부터 홍콩의 평범한 시민까지 주체가 다양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위안화만 갖고 있으면 큰돈을 버는 형편이어서 홍콩 주민 등에겐 유용한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 국경선을 넘어가 중국 선전의 은행에 계좌를 만드는 시민들로 이곳 은행들이 발 디딜 틈이 없는 형편이다.

핫머니의 유입은 중국 정부의 성장과 안정의 동시 추구라는 정책 방향을 무력화하고 있다. 중국에선 인플레 억제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지만 효과적인 정책을 집행하기가 어렵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금리 인상이 어려워졌다. 또 환율을 떨어뜨려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안도 수동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위안화 강세를 노린 핫머니의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큰 폭으로 환율을 하락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산시장 역시 핫머니로부터 위협받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증시는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제한돼 있어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외국 자본이 일단 부동산 시장에 들어와 건물을 사거나 임대한 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증시에 투자하는 부동산-증시 동시 공략의 전술이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부동산도 법인 설립을 해야 취득이 가능하고 증시 투자도 차명으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상당한 금액이 이 같은 방식으로 흘러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확한 규모를 산출할 수는 없지만 이미 중국의 자산 시장 버블에는 핫머니가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핫머니로 인해 제2의 베트남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한꺼번에 유출된 투기 자금은 8000억 달러 규모였다. 이는 현재 중국에 들어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핫머니의 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증시와 부동산에서 이 금액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중국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것. 최근 중국 증시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물론 베트남 등과는 질적으로 달라 큰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강하다. 푸단대 경제학과 순리잰 교수는 “1조76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고 경상흑자가 나고 있어 다른 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외국 자금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 역시 금융 불안을 막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외자은행의 경우 1년 미만 외화 차입을 지난 3월 말보다 15%, 중국은행은 5% 축소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작년 4월 외자은행은 40%, 중국은행은 60% 줄이도록 한 것에 이은 두 번째 조치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들은 사실상 외화 대출을 중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국 내 은행 간 달러 거래의 경우 1년물의 이자율이 리보금리에 6.5%를 더한 수준에 달하고 있어 중국 내에서 달러를 구해 대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도 “단기 외화 차입 한도가 더 축소될 경우 사실상 외화 대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은 외화예금이 없어 런던이나 뉴욕 시장에서 달러를 차입한 뒤 대출해 왔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국제적으로 금융 위기의 잠재적 위험성이 있으며 자본시장이 받는 충격의 정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도 지난 6월 13일 베이징에서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금융위기방지대책과 지진 구조 대책 등 2대 현안을 논의했다.

세계 경제 전망의 불투명성과 중국 경제가 받고 있는 압력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금융 감독을 강화하고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며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유지,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2008 중국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을 일으키는 전염성 금융 위험을 적극 막을 것을 금융계에 지시했다. 국유자산 감독관리위원회도 최근 증시가 연일 폭락세를 보이자 국유 상장기업 경영진에게 손실이 생기면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기업자산 손실 책임추궁 임시조치법’을 긴급 발령했다.

중국 인허증권 쭤샤오레이 연구원은 “핫머니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통상적인 경제 수단 외에도 긴급 행정적 수단을 통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과감한 자본 통제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한국경제신문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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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07-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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