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ine 제 42호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 경기의 향방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제부터는 전 세계의 관심사가 과연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몰리고 있다.

시간이 문제이지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다면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은 ‘모기지 사태로 주식과 부동산, 상품시장에서 이탈된 그 많은 돈이 지금은 다 어디에 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과거 위기국의 경험으로 볼 때 이 부문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 그리고 투자자의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돈이 풀렸다. 우리만 하더라도 국가 회계 단위가 ‘경’을 넘을 정도로 높아지자 거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해 고액권 발행과 화폐 거래 단위를 축소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논쟁이 나올 정도였다. 이 많은 돈이 모기지 사태 이전까지 자산과 상품시장에 흘러들어갔다.

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끝이 없이 오를 것처럼 보였던 자산과 상품 가격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12월 이후 불과 1년도 못되는 짧은 기간에 평균 40% 이상 급락했다. 자산 가격 하락 속도로만 따진다면 1929년 대공황 때보다 빠르다. 그만큼 단기간에 자산과 상품시장에서 자금이 많이 이탈됐다는 의미다.

최근처럼 투자 관점에서 확실한 대체 투자 수단이 없고 실물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이탈된 자금이 갈 수 있는 경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중앙은행 창구다. 이 통로를 통해 이탈된 자금이 얼마나 흡수됐나를 알 수 있는 지표가 각국의 정책 금리 인상 폭이다.

모기지 사태 이후 인플레 안정 차원에서 정책 금리를 올린 국가도 있지만 미국은 1.5%로 내렸고 일본은 0.5%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 세계 평균 정책 금리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정책 금리를 올린 국가라 하더라도 시중자금을 흡수하는 민감도는 종전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탈된 자금이 중앙은행에 들어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경로는 이탈된 자금이 아예 시장에서 퇴장되는 경우다. 이론적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돈은 퇴장통화(hoarding money)와 활동통화(dis-hoarding money)로 나뉜다. 퇴장통화는 성격상 지하경제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당 경제주체들이 발표하지 않으면 정확한 규모를 추정할 수 없다.

그 대신 한 나라의 경제 활력 지표인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가 떨어지느냐와 일상생활에서는 금고 판매액 등으로 가늠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국가에서 이 두 가지 경제 활력 지표가 떨어짐과 동시에 금고 판매액이 급증했던 점을 감안하면 자산과 상품시장에서 이탈될 자금이 금고 속으로 빠르게 퇴장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이탈된 자금이 시중에 남아 있더라도 단기 부동화되는 경우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각종 단기 금융 상품에 유입되는 자금액이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자산과 상품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이 퇴장되거나 단기 부동화되는 것은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 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그만큼 불확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면 언제든지 자산과 상품시장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의 성격이 짙다.

모든 경제활동에는 리듬이 있다. 아무리 극심한 불황도 언젠가는 풀린다. 가정을 해보자. 앞으로 불확실성이 줄어들 경우 지금 시장에서 대기화된 이탈 자금이 어디로 몰린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의 경우 증시부터 가장 먼저 물꼬가 트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들어 슈퍼 리치들이나 세계적인 기업인들이 보다 긴 안목에서 모기지 사태에 대처해 나가거나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대처해 줄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글로벌 금융 위기 과정에서 풀린 돈의 향방을 알기 위해서는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자기 실현적 가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가설은 투자자의 심리와 경기와의 관계를 잘 설명한 이론으로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예측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올 들어 미국 경기는 1분기에 성장률이 0.9%로 둔화된 후 2분기 들어서는 2.8%로 회복됐다. 아직까지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3분기에는 지금까지 발표된 단기 지표로 볼 때 마이너스 성장률까지 예상돼 1분기 때보다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는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에도 미국 경제는 ‘제로(0.1%)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증시는 지난 1년 동안 40% 이상 급락했다. 특히 모기지 사태에도 잘 버티던 미국 주가가 지난달 중순 이후 불과 3주 만에 1년 낙폭의 70%가 폭락했다. 너무 짧은 기간에 낙폭이 컸던 만큼 체감적인 낙폭은 지수 하락 폭의 2배에 달해 투자자들은 심리적으로 공황(panic)에 빠지면서 금융이라는 용어조차 꺼리는 혐오증(financial phobia)을 보이고 있다.

조지 소로스의 이론을 지금의 상황에 적용해 보면 경기 침체기에 주가는 과민하게 반응하는 국면에 해당된다. 이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은 각종 공포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공포지수라 불리는 빅스(VIX)지수는 무려 60이 넘어섰다. 또 미국인들은 1년이란 짧은 기간에 ‘I(Inflation: 물가 상승)→S(Stagflation: 경기 침체 하의 물가 상승)→R(Recession: 경기 침체)→D(Deflation: 경기 침체 하의 물가 하락)’ 공포에 시달려 왔고 최악의 경우 1929년에 버금되는 ‘GD(Great Depression: 대공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또 다른 공포설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 만큼 미국은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각국의 대응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대응도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의해 그 효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불안 심리가 증폭되면 세계 경제는 일본식 복합불황에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되는 반면 오히려 긍정의 힘을 발휘한다면 전례가 없을 정도로 돈이 많이 풀린 점을 감안하면 지난 1년 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지금의 국면에서 더 깊은 나락(Ice age)으로 빠지느냐와 또 다른 기회(Ice breaking)를 만들어 내느냐는 각국의 신속한 대응과 함께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 주체들의 태도, 그리고 가장 본질적인 문제인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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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11-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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