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ine 제 42호 (2008년 11월)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오나…위기감 고조

중국은 세계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지 않았다. 중국의 은행들은 해외 금융 회사를 통해 투자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은 해외 투자에 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 등이 이 때문에 금융시장을 완전 개방하라고 압력을 넣어 왔었고, 중국은 나름의 스케줄을 가지고 금융시장을 개방하려고 했었다. 미국이 풀라고 압력을 넣던 투자 제한이 역설적으로 중국을 금융 위기의 직격탄으로부터 보호해 준 셈이 됐다.

그렇다면 중국은 금융 위기로부터 안전한가. 답은 “노(NO)”다. 오히려 중국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것과 별개로 실물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위기는 실물 분야에서 나타날 게 분명하다. 두 가지 면에서 그렇다. 우선 중국은 수출 지향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수출이 안 되면 먹고살기 어렵다. 그러나 금융 위기는 전 세계의 상품 수요를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소시에떼제네랄은 지난 9월 21.5%를 기록한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내년 1분기에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위안화 환율 상승, 원자재 가격 인상, 임금 폭등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중국 기업으로서는 속수무책의 상황이 다가오는 것이다.

사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가 나타났을 때부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약 6만7000개의 중소업체가 문을 닫았다. 특히 수출 기업들이 몰려 있는 광둥성에선 하루가 멀다고 도산하는 업체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인이 사용하는 물건 50만 종류 중 40만 개가 거래된다는 이우시의 대표적 민영 기업인 진우그룹이나 항저우의 난왕그룹 등도 도산의 운명을 맞았다. 중국 10대 청년 사업가로 뽑혔던 진우그룹의 장정젠 회장은 야반도주의 길을 택했다. 난왕그룹은 자산 5억4000만 위안에 부채 14억5000만 위안이라는 장부에 짓눌려 망했다. 장정젠 회장 역시 실종 상태다. 저장성이 최근 펴낸 중소기업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0여만 개의 성내 중소기업 중 30%가 도산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미국발 금융 위기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면 버틸 수 있는 기업은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이미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거나 적자 전환됐다. 올 상반기 4200만 위안의 순이익을 낸 동방항공이 전 직원의 임금을 깎기로 했다. 동방항공은 이날 3분기 중 적자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국제항공 등도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마안산철강은 3분기 7억8690만 위안의 순익을 내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그러나 9월 들어서는 적자로 돌아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중국의 철강 회사들은 지난달부터 가격을 인하하는 한편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자동차 판매는 당초 8월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로는 마이너스 7.8%로 기록됐다. 9월 판매량도 마이너스 7.0%로 예상된다. 체감경기는 곳곳에서 싸늘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찬 물을 끼얹고 있는 게 자산시장의 붕괴다. 중국의 자산시장은 빈사 상태다. 주식시장은 작년 10월 16일에 기록한 고점(6030)보다 66%가량이나 하락했다. 중국 증시의 아킬레스건인 비유통주의 유통화 물량은 내년에 올해보다 더 많이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상하이종합지수 2000선은 맥없이 뚫려버렸다.

부동산 시장도 급매물 천지다. 신규 분양 주택은 바겐세일이 붐이다. 이 현상은 올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가 심상치 않다. 자금난에 몰린 외국 금융사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고 아파트는 신규 분양이 거의 안 된다. 상하이 황위위안 아파트 분양사무소의 장징타오 씨는 “작년에는 하루에 30명이 넘게 왔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30명이 고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은행의 부실 대출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차이나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아파트 개발 업체들은 도산하거나 사업을 전환 중이다. 난징의 부동산 재벌은 아파트 개발 예정 부지를 돼지 농장으로 바꿔버렸다. 투자자들은 ‘돤궁(斷供·상환중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는 대출 규제 등 긴축 정책이 가져온 결과다. 자금난에 몰린 분양업자들이 바겐세일에 나섰지만 은행 대출길이 막힌 투자자들은 꼼짝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이 급증,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실제 중국신문주간은 지난 8월 8일자에서 선전 훙커우피옌취의 한 은행에서 개인대출 중 15억 위안의 상환 중단이 발생했으며 이를 기준할 때 상환 불능에 빠진 개인 대출금은 선전에서만 약 1000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자산시장의 붕괴는 수출 대신 내수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중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내수와 수출의 균형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성장의 모델을 바꾸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 위기와 자산시장의 붕괴로 인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광둥성의 도요타 공장은 감산에 들어갔다. 국태안증권은 영업 부진을 이유로 홍콩법인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했다. 감산, 도산, 임금 삭감 등이 10월 들어 자주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안정된 것 같은 은행들도 긴장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중국 은행들은 외국계 은행에 빌려준 자금을 앞 다퉈 회수하고 있다. 중국의 외국계 은행은 예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국의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영업한다. 그러나 금융 위기 발발 이후 대출의 연기를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 한국계 은행 지점장은 “하루하루가 파리 목숨”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안간힘을 쓰고 있긴 하다. 최근 나온 증시 부양책은 자사주 매입 조건 완화, 현금배당 의무화, 매입거래세 폐지 등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9월 6년 만에 금리를 내리고 한 달 뒤인 이달 초 또다시 금리를 떨어뜨렸다. 은행의 지급준비율도 하향 조정했다. 말로는 물가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물가는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한도 확대, 수출환급률 인상 등 기업 지원책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상하이시가 매입보조금까지 확대하고 있다. 금융 위기의 방화벽을 쌓는데 올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다. 세계경제는 시계 제로의 상태에 놓여 있다. 만일 중국의 수출이 대폭 줄어든다면 중국 또한 불경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세계시장이 제구실을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자산시장이 붕괴되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게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이 버텨준다면 한국에도 길이 생긴다. 한국의 원화가치가 확 떨어지면서 중국에서 한국산 제품은 ‘질 높은 값싼 제품’으로 자리 매김할 수도 있다. 중국의 소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이야기다. 물론 중국의 내수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전제 아래서 말이다. 미국보다 중국의 경제 동향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주현 한국경제신문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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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11-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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