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ine 제 43호 (2008년 12월)

미국의 골칫거리 자동차 산업 구제금융

미국이 ‘디트로이트 3사’의 구제금융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얘기했듯 미국 제조업의 골격이며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북미 지역에서 ‘빅3’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27만2350명이다. 이들 회사가 현재 가동하고 있는 공장만 102개다.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큰 산업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말이 많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원해도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공화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조차도 ‘빅3’에 대한 정부 지원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은 천문학적인 돈을 지출하면서도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GM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총 3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기간의 감가상각 규모가 1280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1820억 달러의 사회자본이 GM에 직접 투자됐던 셈이다. 국가 저축을 매달 15억 달러씩 가져다 썼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GM의 시가총액은 460억 달러였다. 지금은 주가가 담배 값에도 밑돌 정도로 폭락한 상태다. 포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두 회사는 파산 및 상장 폐지 위험에 처해 있다. 이제는 ‘빅3’ 경영진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파산하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것’이라며 조속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할 정도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경영진, 노조는 물론 워싱턴의 감독 기관도 문제가 있었다. 가정이긴 하지만 GM과 포드가 낭비한 자본을 다른 산업에 투자했다면 훨씬 유익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가 ‘빅3’에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쓰러져 가는 회사에 돈을 지원하는 것은 나중에 더 큰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들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빅3’은 1990년대 중반까지 엄청난 수익을 올리다가 2005년부터 급격한 쇠락을 길을 걷고 있다.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로 최근 자동차 수요가 급감한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다. 일례로 2005년에는 신용 경색도 없었고 경기도 괜찮았다. 그런데도 이 기간에 GM은 570억 달러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차 메이커들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승용차 개발을 등한히 한 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트럭 생산에 주력한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동안 미국 차 메이커들은 승용차는 팔아봐야 수익이 별로 남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주로 대형차와 SUV 트럭 등을 개발 생산해 왔다. 이들 차량은 개발비가 상대적으로 덜 들어가면서 수익성이 승용차에 비해 훨씬 좋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차 메이커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차종만 생산해 온 것이다.

미국 차 메이커들이 경쟁력을 잃은 데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강력한 노동운동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임금 인상은 물론 헬스 케어 등 복지에 대한 무리한 요구가 지속되면서 경영자들이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노동자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느라 비용 부담이 커진 차 메이커들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SUV 사업에만 주력했다. SUV가 잘 팔릴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유가가 상승하거나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소형차 등으로 바뀌면서 ‘빅3’은 더 이상 차를 팔기 어려워진 것이다.

‘빅3’ 독과점이 무너져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뀐 상황에서도 ‘빅3’은 아무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외국사가 미국에서 처음 자동차를 생산한 것은 지난 1982년이다. 혼다가 오하이오 공장에서 차 생산에 들어간 이후 외국 차 메이커들이 미국 진출이 잇따랐다. 현재는 도요타 혼다 현대차 등 16개사가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미국 차에 대한 로열티가 감소하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커졌는데도 ‘빅3’은 독과점 시대의 안이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당은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지키고 고용 악화를 막기 위해 ‘빅3’에 대한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마련된 7000억 달러의 자금 중 일부를 미 자동차 업계에 지원해 주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신차 개발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외에는 추가로 ‘빅3’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의회에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자금 중 250억 달러를 포드와 크라이슬러, GM 등 ‘빅3’ 자동차 업체에 지원하는 법안을 상정해 부시 정부를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소속인 펠로시 하원 의장은 최근 “기업의 구조조정을 전제 조건으로 과감한 지원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의결되기 위해선 상원에서 60표 이상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공화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통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결국 오바마 당선인이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한 후 첫 과제가 ‘빅3’ 구제금융 지원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빅3’이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다.

GM은 3분기에만 50억 달러 이상의 현금흐름 감소가 있었다. 이런 속도라면 추가로 자본을 확충하거나 유동성 지원을 받지 않으면 연말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GM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회사를 돌리기 위해선 최소 140억 달러의 현금이 있어야 한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 하지만 상황이 절박하다고 정부가 선뜻 지원을 해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퍼싱스퀘어캐피털을 운용하는 윌리엄 애크먼은 “해결책은 GM에 더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것”이라면서 “정부 자금은 자동차 회사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대상으로 전직 훈련을 위해 쓰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요구될 것으로 보여 파산을 하는 것과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의 수전 헬퍼 교수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도 구조조정이라 면에서 결과는 파산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악의 경기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빅3’이 파산하면 전체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다트머스대학의 매튜 슬로터 교수는 자동차 회사들이 1년 안에 파산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경제의 상태를 볼 때 이것이 지금 당장 파산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GM 등이 여전히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 자동차연구센터에 따르면 빅3 중 한 곳만 파산보호신청을 해도 근로자 소득과 세수 감소 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첫해에만 17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GM 등의 인력 축소로 인한 미시간 등 지역 경제의 사회적 손실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빅3’이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생존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 ‘빅3’이 노조와 협상해 인건비 등 생산비 부담을 경쟁사 수준으로 낮추고 자동차 판매가 활성화되면 ‘빅3’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돼 차 판매 위축 현상이 이어질 경우 ‘빅3’에 대한 정부 지원은 깨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이익원 한국경제신문 뉴욕 특파원 iklee@hankyung.com

어둠이 짙게 깔린 GM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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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12-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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