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ine 제 45호 (2009년 02월)

중국 救世論과 커져가는 중국 정부의 고민

중국이 세계를 구원해야 한다는 중국 구세론(救世論)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 외에는 세계경제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만한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화보유액을 갖고 있고 13억 명의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개발할 곳이 천지인 중국에 이런 기대가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중국만을 놓고 보면 이만저만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한편 올해 졸업할 610만 명의 대졸자들은 갈 곳이 없다. 물건을 만들어도 수출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곳곳에서 중국 경제의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는 데 있다. 수출은 감소하는데 늘어나는 무역 흑자는 위안화를 강세로 몰고 있다. 미국 국채를 사자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요, 사지 않자니 세계경제가 당장 위태로워진다. 중국 경제가 심각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무역 흑자의 덫이다. 중국의 수출은 지난해 11월 마이너스 2.2%로 7년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12월에는 마이너스 2.8%로 감소 폭이 더 커졌다. 그러나 무역 흑자는 11월에 400억9000만 달러, 12월에 390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11월 수입 증가율은 마이너스 17.9%, 12월은 마이너스 21.3%로 뚝 떨어졌다.

수출보다 훨씬 빠른 수입 감소 속도는 무역 흑자를 눈덩이처럼 불렸다. 무역 흑자가 급증하면서 중국 정부가 추진했던 위안화 약세 전략은 무위로 돌아갔다. 중국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통해 수출을 촉진한다는 그림을 그려 왔다. 그러나 엄청난 무역흑자 속에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다가는 미국 등 무역 상대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수출 기업들이 망해가면서 해외로 물건을 실어내는 게 다급한 과제이지만 위안화 가치는 거대한 무역 흑자에 막혀 꼼짝도 못하고 있다.

중국이 당면한 또 다른 난제는 미국 국채다. 중국은 미국 국채의 최다 보유국이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는 6529억 달러로 9월의 5870억 달러에 비해 659억 달러 늘었다. 전달에 일본을 추월해 미국 국채 보유국이 1위 국가에 올랐었다. 지난해 7월에는 전월 대비 150억 달러가 늘었고 8월에는 237억 달러, 9월에는 446억 달러가 늘었다.

중국의 고민은 언제까지 미국의 국채를 사야 하느냐 하는데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는 이유는 현재 시점에선 단순하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주지 않으면 미국은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한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돈을 쥐는 것은 국채 발행이나 세금 징수를 통하는 것 두 가지인데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세금을 올릴 수는 없다. 결국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걸 사줄 곳이 중국밖에 없다. 중국의 입장에선 미국 경제가 빨리 안정되거나 최소한 탈출구를 찾아야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문제는 도대체 미국 경제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하면 달러 가치가 곤두박질칠게 뻔하다. 이것은 중국의 보유한 달러 자산의 가치가 급감한다는 의미다. 자산을 지키기 위해 돈을 계속 꿔줘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중국 내에서도 미국 국채 매입 중단론이 나오고 외화 다변화 주장이 끊이지 않지만 중국 정부가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 다른 난제는 자산 버블이다. 중국 정부의 경제 위기 탈출 키워드는 내수 부양이다. 약 18조 위안을 투입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붕괴된 자산시장의 구멍이 너무 크다. 주식시장은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70% 가까이 폭락했고,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주식과 부동산에 돈이 묻혔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를 장려한들 먹히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부양책을 내놓을 수도 없다. 주식시장은 주가수익률(PER) 12배인 지금이 적당한 수준이라는 게 정설이다. 부동산 시장엔 절대 가격 기준으로 거품이 아직도 끼어 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주택 매입 세금을 깎아주고 심지어 집을 살 때 보조금까지 주고 있지만 이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거품을 지탱하기 위해 나라 돈을 쓰는 꼴이다. 그렇다고 시장을 방치할 수는 없다. 자산시장에 물린 돈들이 돌지 못하면 내수 부양은 물 건너갈 확률이 100%다.

산업 정책에도 장애물이 있다. 중국 정부는 수출세 환급 비율을 높이고 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리는 등 기업 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신발 방직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며, 부가가치가 낮은 업체가 혜택을 보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산업 구조조정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즉,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오랜 정책 방향은 금융 위기로 틀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정부의 경제 운용 틀과 맞지 않는다. 노동자의 해고를 막기 위해 지원을 늘리자니 저부가가치 산업을 키우는 꼴이 되고, 산업구조 고도화를 계속 추진하자니 ‘실업자 쓰나미’를 방치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중국 정부는 푸젠성 샤먼인근 구레이 지역에 두개의 화학공장 건설을 승인했다. 총 137억 위안(2조7000억 원)과 49억 위안(9800억 원)짜리 공장이다. 본래 이 공장들은 지난 2007년 건설 신청을 했다가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했었다.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금융 위기는 이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게 했고 지방정부는 면허를 내줬다. 경제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논리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중앙정부는 환경이냐 경제 회복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난제에 부닥친 셈이다.

중국 정부는 유동성을 17%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면 이 돈은 고스란히 부실채권이 돼 은행에 심각한 영향을 줄게 분명하다. 가뜩이나 자산시장 붕괴로 잠재적 부실채권이 많은 마당에 새로운 부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게 은행의 입장이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은행들이 부실채권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가 은행 돈으로 경기를 부양시키겠다고 작심한 마당이어서 이율배반적 지시로 들릴 수밖에 없다. 중국 중앙정부는 4조 위안의 경기 부양 자금 중 30%만 정부가 충당하고 나머지는 은행 돈으로 막을 생각이다. 특히 지방정부들은 채권 발행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은행 대출이 거의 유일한 재원 마련 창구다.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퍼부어야 하지만 은행의 부실화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신용 평가 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은행들의 신용 등급을 이래서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한 단계 낮추기도 했다.

중국은 지금 사상 유례없는 경제난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자본주의 초년병으로서, 특히 외부의 요인으로 인해 내부의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 대한 해답 찾기에 분주하다. 특히 실업 문제는 중국 사회의 특성과 맞물리며 뇌관으로 등장했다. 집단 시위가 빈발하고 있는 최근 상황으로 볼 때 실업은 잠재적 불만 세력을 키울 태풍의 눈이다. 특히 올해는 파룬궁 불법화 10년, 톈안먼 사태 20년, 티베트 점령 50년이 되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해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개혁 개방 30년의 성과를 중대한 시험대 위에 올려 놓고 있는 것이다.

조주현 한국경제신문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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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2-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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