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이면 각종 정부 및 민간 연구기관들은 ‘수정 구슬’을 꺼내놓습니다. 새해의 경제 전망에 대해 ‘예언’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들의 예언이 맞아 떨어지는 경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극히 드문 게 현실입니다.

때문에 어느 경제학자는 “유능한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의 전망이 왜 빗나갔는지를 가장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사람”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연구기관들은 경제 전망을 위해 고도로 복잡한 분석모델을 설계하고 전문 지식과 고성능 컴퓨터를 동원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85년에 다양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10년 후 영국의 경제 상황을 예측케 하는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1995년에 결과를 보니 다국적기업 CEO 그룹과 환경미화원 그룹이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또 다른 사례로 일레인 가자렐리라는 펀드매니저는 1987년의 증시 붕괴를 예언해 일약 스타가 됐지만 그가 운영한 뮤추얼펀드는 1994년 실적 부진으로 폐쇄되고 말았습니다. 이는 어쩌다 한 번은 예측이 들어맞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예측에 성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이처럼 경제를 예측한다는 게 부질없는 노력임에도 연구기관들은 여전히 때만 되면 경제 전망을 쏟아냅니다. 또 시장에는 연구기관들이 전망을 내놓기만 기다리는 이들이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낯선 곳을 찾아갈 때 아무 준비도 없이 가는 것보다 대충이나마 비슷한 약도가 있으면 심리적으로라도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해석이라고 생각됩니다.

MONEY도 새해를 맞으며 ‘2011년 자산시장 대전망’을 커버스토리로 다루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각종 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 새해 거시경제 기상도를 살펴보고 주식, 펀드, 부동산, 사모펀드 등의 투자 전략을 짚어봤습니다.

또 주요 금융사 PB들과 만찬을 함께 하며 새해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본 ‘PB들의 수다’도 함께 실었습니다. 아울러 투자 전략을 세울 때 참고할 만한 ‘재테크 캘린더’도 만들어봤습니다. MONEY의 커버스토리가 그려낸 지도가 성공 투자를 찾아가는 길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수정 구슬 속의 201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