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모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의 향방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CEO는 “미국과 유럽이 파국을 면하기 위해 또다시 돈을 풀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예언(?) 자체보다도 예언의 근거였습니다.“버블 붕괴로 초래되는 위기를 피하는 가장 수월한 방법은 또 다른 버블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을 들썩이게 한 일련의 뉴스, 즉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 방침, 독일헌법재판소의 유로안정화기구(ESM) 합헌 결정,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3차 양적완화(QE3) 조치 결정 등은 그의 예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 조치들은 한 마디로 경제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돈을 무제한 풀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QE3만으로도 매달 850억 달러가 풀릴 판입니다. 이렇게 풀리는 돈은 필연적으로 어느 곳에선가 또다시 거품을 일으킬 것입니다. 어찌 보면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모두 암묵적으로 새로운 거품 조성을 의도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근대 이후 자본주의 경제는 크고 작은 거품의 형성과 붕괴를 수없이 체험했습니다. 163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광풍을 시발로 1720년대 영국의 사우스 시 주식 투기, 1830년대 영국의 철도 버블 등이 이어졌고 가까이는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미국의 닷컴 버블과 주택 시장 거품 붕괴 등을 경험했습니다.

이처럼 거품의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보다 보면 ‘자본주의 경제가 갈수록 거품 중독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수차에 걸친 교훈에도 불구하고 거품을 일으키는 어리석음은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자들이 그 폐해를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자본의 국경이 낮아지면서 거품 생성의 속도와 주기가 한층 빨라지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번번이 거품에 취하곤 하는 자본주의의 태생적 약점에 투자자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요. 운 좋은 투자자라면 거품에 편승해 자신의 부를 늘릴 수도 있겠지만 그 경우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오히려 거품에 같이 취했다가는 쓴맛을 보는 경우가 절대다수입니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라면 거품의 조짐이 보이는 국면에서는 한층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차례의 거품 형성이 예상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세계 경제, 거품 중독에 빠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