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달력도 이제 단 한 장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여기저기서 온갖 ‘예언서’들을 쏟아냅니다. 예언서들은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두려움을 자아냅니다. 올해는 근래 어느 해보다도 비관적인 예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중에도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The Great Crash Ahead)’라는 책에 담긴 예언은 거의 묵시록 수준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경제예측연구소 HS덴트의 최고경영자(CEO)인 해리 덴트입니다.

그는 책에서 미국의 양적완화(QE) 정책 등 주요국들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내년부터 길고 어두운 불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 위축과 전 세계적인 부채 조정 등이 그 주요 이유입니다. 그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이런 불가항력적인 불황기가 202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경제의 겨울’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떠오르는 또 다른 책은 영국 출신의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의 저서 ‘크로마뇽(Cro-Magnon)’입니다. 그는 최초의 현생인류인 크로마뇽인이 빙하기라는 엄혹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과학적 사실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크로마뇽인의 생존은 그들이 가진 독특한 적응력과 창조력, 그리고 임기응변 능력 덕택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척박한 겨울을 나기 위해 동물의 지방과 모피를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라든지, 나무가 없는 환경에서 동물의 뼈와 뿔을 이용해 무기와 각종 도구를 만들어 낸 것 등이 당시 크로마뇽인들만이 발휘했던 능력이었습니다.

그의 설명 중에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크로마뇽인들이 소통에 능했다는 사실입니다. 빙하기 이전엔 넓은 지역에 산재하며 살았던 크로마뇽인들은 빙하기가 도래하자 식량 부족과 추위에 대처하기 위해 점점 제한된 지역으로 몰려 서로 다른 무리들과 접촉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크로마뇽인들은 지능이 높아지고 기술적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들이 이룬 기술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오늘날의 스위스 아미 칼과 유사한 형태의 돌날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덴트의 저서로 돌아가면 그는 책의 결론 부분에서 “불황은 위대한 혁신의 어머니”라며 이번 ‘경제의 겨울’에도 혁신의 싹이 트고 그 싹은 뒤이은 호황기 때 만개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그러면서 이번 겨울을 위협으로만 보지 말고 삶을 형편에 맞게 조정해가며 다가오는 봄에 대비하라고 조언합니다. 크로마뇽인이 빙하기를 견뎌냈던 비결과도 일맥상통하는 충고라고 생각됩니다. 독자 여러분도 유전자에 내재돼 있는 크로마뇽인들의 특·장점을 발휘해 경제의 빙하기를 이겨 내는 전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크로마뇽인에게서 배울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