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라고 두 번 소리 내어 말해 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한 번 탁 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 이제부터 사람을 만나면 무리를 해서라도 따뜻한 국밥 한 그릇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났다’

이면우 시인의 ‘오늘 쉰이 되었다’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나잇값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곤 합니다. 40년, 50년을 살았는데도 철이 없거나 편협하거나 냉혹하거나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혹시 저도 그러지 않고 있나 되돌아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깊어지고 넓어진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깊어지고 넓어지면 사람이나 현상의 보이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이면까지도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되리라고 봅니다. 이리되면 세상을 보는 시야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더욱 성숙해질뿐더러 사랑, 행복, 죽음 등 삶의 본질에 대해서도 젊은 시절보다 한 차원 높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나잇값을 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혹독한 경쟁 사회에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얕아지고 좁아지는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사랑, 용서, 측은지심 같은 인간의 기본 품성마저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명윤리학자로 유명한 미국의 스티븐 포스트 박사는 ‘왜 사랑하면 좋은 일이 생길까’라는 책에서 45세 이후에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능력이 삶의 만족도와 직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대하고 용서를 잘 하는 사람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누리는 삶의 질이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4월호에도 다양한 기사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커버스토리로 금융권 자산관리의 첨병인 프라이빗뱅킹(PB) 가운데 가장 뛰어난 ‘베스트 PB’를 뽑았습니다. ‘계절의 여왕’ 봄을 맞아 바이크, 낚시, 캠핑, 비박 트레킹 등을 즐기는 최고경영자(CEO) 4인의 아웃도어 스포츠 현장을 기자들이 직접 찾았습니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도 취재했습니다. 최근 100만 부를 판매하며 화제를 모은 조정래 작가의 소설 ‘정글만리’에 대한 중국 전문가들의 독후감도 흥미롭습니다. 4월에도 한경 머니와 함께 투자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꾀해 보시기 바랍니다.
[EDITOR`S NOTE] 나잇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