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늦가을이었습니다. 군용버스를 타고 춘천 102보충대에서 강원도 화천의 신병교육대로 가는 길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잘 다녀오라”며 돌아서서 어깨를 들썩이던 어머니의 가여운 모습만 아른거렸습니다. 그래도 자꾸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군대인데, 사방으로 흩날리는 마음 조각들을 애써 그러모았습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그곳은 가시덤불이었습니다. 조교들로부터 처음 들은 말은 욕지거리와 함께 “꿇어앉아”, “머리 숙여”, “고개 들지 마”, “앞사람 허리 잡아”였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인 채 앞사람 허리를 잡고 들어간 내무반에서 기다리는 것은 조교들의 무자비한 발길질이었습니다. 군 생활 내내 구타는 일상이었습니다. 세월은 흘렀습니다. “군대 좋아졌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천인공노할 윤일병 사건이 터지기 전까진 정말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정부가 척결하겠다고 나선 4대 사회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에 군 폭력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폭력이나 가혹 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직결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학교폭력, 군 폭력이 만연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비인간화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비인간화 현상이 깊어진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자산가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사회의 비인간화 현상을 심도 깊게 연구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비인간화 연구재단’을 사회공헌 차원에서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왔는데, 누군가의 선창을 기다려 봅니다.

이번 9월호에는 꿈틀대고 있는 지방은행들의 도전을 다뤘습니다. BS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이 각각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주인이 되는 등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지방은행계는 수도권 진출, 인수·합병(M&A) 등으로 새판에서의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스페셜 리포트로는 ‘억대 건강검진 럭셔리 메디컬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2박 3일에 걸쳐 양전자방출컴퓨터진단촬영(PET-CT)을 하는 특급 검진 등 1000만 원대 의료 서비스는 물론 중동의 부호들이 드나드는 국내 의료기관의 최고급 프리미엄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국내 기업 CEO 100이 사랑하는 명품 브랜드 기사도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 것입니다. 패션, 골프, 자동차, 금융 등 15개 부문의 선호도를 조사했는데, 어떤 옷을 입고 어느 회사에 자산관리를 맡기는지, 국내 CEO들의 라이프스타일 철학을 엿볼 수 있을 겁니다.
[EDITOR`S NOTE] 비인간화 연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