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경영하는 K 씨가 술자리에서 작은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심성이 곱고 얌전한 초등학생 늦둥이 아들이 친구와 싸움을 하고 온 날엔, 아들에게 “상대가 한 대 때리면 꼭 두 대를 때리라”고 말해놓곤, ‘부모인 내가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 심적 갈등을 겪는다고 합니다.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짓밟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려면 어릴 적부터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는 K 사장도 “교육적으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의견을 구해왔습니다. 한편으론 K 사장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입맛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람의 품성은 아무래도 어린 시절 가정에서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한 집에 사는 부모의 말 한마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요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뭘까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낙오하지 않으려면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네가 힘이 있어야 사람들이 얕보지 않는다” 등 이런 말들이 아닐까요.

반면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약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 “어른을 공경하고 이웃과 잘 지내야 한다”라고 자식에게 자주, 꼭 해야 할 말을 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군대 폭력, 학교 왕따 등은 오직 “너만 잘되면 된다”라고 강조하는 ‘부모의 말’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어른을 공경하고, 이웃과 희로애락을 같이 하며, 밥을 굶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내줄 줄 아는, 우리네 부모 세대가 살던 때가 불과 20~30년 전입니다. 부모의 말 한마디가 자녀의 좋은 성품을 만들고, 참된 꿈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젊은 부모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듦을 생각하게 하는 높푸른 가을 하늘과 나이 듦의 안쪽에서 뛰고 있는 젊음을 동시에 느끼는 단풍의 계절에 내놓는 11월호 커버스토리는 ‘혼전계약서로 재산분쟁 막는다’로 준비했습니다. 대형 로펌에서 공개 세미나를 열 정도로 자산가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혼전계약서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봤습니다. 스페셜리포트로는 해외 진출에 고전하며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한 ‘한국 금융의 글로벌화 딜레마’를 다뤘습니다. 이밖에 국내 최고 증권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대우그룹의 해체와 함께 이리저리 휘둘리며 예전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는 대우증권의 명암을 역대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 스타일을 통해 되짚어봤습니다. 황금의 계절 10월에도 독자 여러분들의 행운을 기원합니다.
[Editor’s note] 부모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