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탐욕·자만
‘당신은 탐욕스럽다’는 말을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대다수는 ‘난 탐욕스럽지 않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탐욕스럽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탐욕스러운 사람은 결코 스스로를 탐욕스럽다고 자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탐욕과 함께 자만도 인생에서 경계 대상 1호입니다. 자만은 ‘내 생각과 행동이 다 옳다’는 오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위험경보가 울린 셈인데, 스스로 알아채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대개 일이 벌어진 뒤에 뒤늦은 후회를 합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90세가 넘은 고령의 회장님은 각고의 노력으로 지금의 롯데를 키웠지만, 명예롭게 물러날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 잠실에 123층짜리 빌딩을 세워 그룹을 더 성장시키겠다는 탐욕, 환갑이 된 아들들과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전문경영인들을 언제든지 제압할 수 있다는 자만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렀습니다. 자식에게 이사직을 해임당한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믿었던 전문경영인들도 모두 등을 돌렸습니다. 무엇보다 피를 나눈 형제들이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돼 버렸으니, 국내 5위권 그룹을 일군 노(老)창업주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려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만약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건강할 때 후계구도를 마무리하고, 지속 가능한 가족경영의 틀을 만들어 놓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요.

롯데 패밀리 분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역사가 오래된 대기업들은 대다수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고, 중소·중견기업들도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 기업인뿐일까요. 평범한 사람들도 부모의 유산을 서로 더 갖겠다고 형제간에 소송을 불사하는 것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상속을 단지 사후(死後)의 일로 여긴 탓입니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피상속인이 건강하고 힘이 있을 때 미리 상속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어떻게 상속 계획을 수립할지, 어떻게 자녀들을 설득할지, 어떻게 각종 관련 법률과 제도를 활용할지 등을 9월호 빅 스토리에 모두 담았습니다.

이번 9월호에는 빅 스토리와 버금가는 분량의 스페셜 테마로 ‘힐링 & 머니, 마주의 세계’를 다뤘습니다. ‘마(馬)테크’는 상류층의 레저이자 재테크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액으로 말을 구입해 기르거나 경마대회에 출전시켜 수익을 올립니다. 마주협회에서 요구하는 마주 자격도 까다롭습니다. 적지 않은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하고, 도덕적인 하자도 없어야 합니다. 마주가 된 후에도 하이소사이어티로서 품위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합니다. 마주들이 말을 고르고, 구입하고, 경주마로 키우는 전 과정은 물론 혈통에 따른 말의 분류와 투자 대비 수익률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승마를 즐길 수 있는 방법과 장소까지 안내했습니다. 흥미로운 마주의 세계를 한경 머니 9월호를 통해 확인하십시오.

가을은 푸르고 공활한 하늘이 멋지지요. 천상병 시인의 ‘하늘’이라는 시를 읽으며 내 마음 속 탐욕과 자만을 경계해 봅니다. ‘무한한 하늘에/ 태양과 구름 더러 뜨고,/ 새가 밑하늘에 날으다.// 내 눈 한가히 위로 위로 보며/ 바람 끊임없음을 인식하고/ 바람 자취 눈여겨보다.// 아련한 공간이여./ 내 마음 쑥스러운 만큼 어리석고/ 유한밖에 못 머무는 날 채찍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