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유류분
'집 안에 머물다 집 떠나니 / 집이 내 안에 와 머무네
집은 내 속에 담겨 / 나를 또 담고 있고
지상에서 가장 큰 그릇인 길은 / 길 밖에다 모든 것은 담고 있네’

함민복 시인의 시 ‘그릇’입니다. 집을 떠나서야 집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깨달으니 더 애잔합니다. 애잔하니 더 그립습니다. 더 그리우니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쉽사리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을 담고 있는 길은 ‘내 속’에 집을 만들지 않습니다. 밖에다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더 큰 가치를 위해, 묵묵히 자기의 역할을 감당할 뿐입니다.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시를 읽으면서 세 가지를 자문해봤습니다. ‘집 안에 머물다’ 보니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것들은 없는가? ‘나를 또 담고 있고’처럼 지나온 발자취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길 밖에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길처럼 좀 더 큰 의를 위해 묵묵하게 일하고 있는가?

‘집 안에 머물다’보니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 중엔 가족이 첫 번째가 아닐까요. 화목한 가정이 가져다주는 삶의 에너지는 절대적입니다. 그렇지만 상당수는 그 소중함을 머리로만 알고,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며,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남보다 못한 가족 사이가 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상속 분쟁도 가족 불화의 주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대법원 자료를 보면 여덟 집 중 한 집 꼴로 상속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유비무환’의 자세로 상속을 준비하는 가정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특히 상속 소송의 불씨인 유류분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은 드문 상황입니다. 이는 한경 머니가 3월호 빅 스토리로 31쪽에 걸쳐 유류분 제도를 다룬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류분이란 법정상속인 중 여러 사정으로 상속 받지 못한 상속인이 상속액의 일정 부분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상속에서 소외된 딸과 이복형제들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고 있고, 상속을 받았더라도 ‘많이 받았네, 덜 받았네’하면서 소송전에 뛰어듭니다. 유류분 제도는 단순하지만 유류분 재판은 복잡합니다. 3월호 빅 스토리를 읽으면 최소한 유류분에 대한 고민은 해결될 것입니다.

스페셜 테마로 다루는 ‘단색화 투자 열풍’도 일독을 권합니다. 최근 미술품 시장에 단색화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단색화 작가 10인의 낙찰총액을 계산해보니 323억여 원에 달했습니다. 단색화 열풍이 부는 이유와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주요 단색화 작가들을 알아봤습니다.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를 다녀온 취재기자의 관련 기사도 관심을 끌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고급 시계 트렌드와 신제품의 특징을 꼼꼼하게 정리했습니다.

언 땅 녹이며 실개울 부풀리며 봄이 찾아왔습니다. 봄의 하늘, 봄의 들판, 봄의 꽃, 그리고 봄의 따스한 온기를 가득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한경 머니 편집장 권오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