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의 행복
편집장 권오준
40대에 접어들어서 저를 가장 긴장시킨 말은 ‘불혹(不惑)’이었습니다.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의 불혹의 나이란 세상을 사는 지혜가 꽉 들어찬 나이임을 의미하는데, 여전히 인생의 갈피도 잡지 못하고 있다 보니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상당 기간 방황의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50대에 접어들면서 저를 우울하게 하는 말은 ‘석양’입니다. 아무리 수명이 길어졌다 해도 50대가 되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적은 데다 친구의 부모님들이 한 분 두 분 돌아가시고 자녀들이 분가하는 등 외로움이 더 짙어지는 시기입니다.

사회에서 가장 왕성한 리더십을 발휘할 절정의 나이이긴 하지만, 절정이 지나면 차츰차츰 내려오고 궁극엔 사라질 일만 남았으니. 현재의 절정을 단순하게 즐길 수만은 없게 됐습니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나 조직에서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간다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서 있는 공간이 점차 좁아지는 것으로 언젠가는 두 발을 딛고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이 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녁 하늘을 불태운 절정의 석양은 아름답지만, 순식간에 어둠에 묻혀 버리는 것처럼 인생도 그러하니 그 아름다움만을 감상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석양을 맞이하는 자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고독은 배우자와 자녀들의 격려와 웃음소리에 어느 정도 메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년의 싱글들은 곁에 이런 소중한 가족마저 없으니 남다른 고독감에 몸부림치지 않을까요.

한경 머니가 고민 끝에 8월호 빅 스토리로 ‘싱글 라이프, 행복의 조건’을 다루기로 한 것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중년의 싱글들이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정리해서 제공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중년 싱글 라이프의 행복 조건으로 외로움 극복하기, 건강관리, 자산관리, 싱글하우스 등 4가지로 잡고, 각 조건별로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싱글하우스는 공동체 가꾸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고령화될수록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살아야 외로움을 덜고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함께 극복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스페셜 리포트로는 주택가 골목, 옛 공장 터, 건물 지하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고, 규모도 작아 아는 사람만 찾아간다는 ‘작은 미술관(대안 미술 공간)’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보통 이곳에서 새로운 미술 실험이 일어나고 스타 미술 작가가 탄생했습니다. 안목을 갖춘 컬렉터라면 10년 후 뜰 작가의 그림을 미리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상속과 기부, 法 개정 논란’도 우리 독자들이 필독해야 할 기사입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여야가 공익법인을 둘러싼 법안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공익법인은 기부나 자산 상속 측면에서 핵심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20대 국회에서 어떻게 법안 개정이 이뤄질지 미리 관측해봤습니다.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건강관리에 유념하시고, 뜻있고 행복한 8월을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