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여름휴가를 맞이해 지난 7월 29일 캄보디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 여행사의 분석에 따르면 29일은 여름 성수기 해외여행 수요가 정점에 가까워진 날이었습니다.

여름 성수기 해외여행객 13만4000명 중 8.4%가 29일 당일 해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니까요. 공항에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다음 날인 7월 30일에는 인천공항 출입국 객수가 역대 최대인 20만4554명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사람 반, 짐 반’인 공항을 비집고 들어가 비행기에 몸을 실고 3박 5일의 여정을 떠났습니다. 이미 머릿속에는 TV 프로그램으로 미리 정보를 접한 천년 신비의 앙코르와트 전경이 한 가득 채워져 있었지요.

소설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사막에 불시착해 어린 왕자를 만나듯 여행은 늘 ‘낯선 사막’을 만나는 경험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고비’나 ‘사하라’에서만 사막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심 빌딩 속에서도 사람들은 곧잘 낯섦과 황폐함을 느낍니다.

바로 옆자리의 지인이나 친숙한 풍경들이 갑자기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들을 하곤 하는데 이 같은 낯섦의 갈증을 축여줄 오아시스가 없다면 머물고 있는 그곳은 사막일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이번 캄보디아 여행에서 낯선 사막을 느꼈습니다. 크메르 왕국의 마지막 도시 앙코르톰과 아시아 고대문명의 대서사시 앙코르와트, 동양 최대의 톤레사프 호수를 둘러보는 동안 애써 외면했던 낯선 모습들이 눈을 괴롭혔던 겁니다.

지난 1975년부터 1979년의 4년 동안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만 명이 급진 크메르루주 정권에 의해 대학살을 당했던 일명 ‘킬링필드’의 역사, 13세인 제 딸의 어깨에도 한참 못 미치는 키의 아이들이 가는 곳마다 1달러를 달라며 애원하는 모습, 베트남전쟁 때 피난을 온 후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황토 빛 톤레사프 호수 보트 위에서 베트남인도 캄보디아인도 아닌 채 살아가는 수상족들의 일상은 마치 화려한 오페라 무대 뒤에 어지럽혀진 소품실 풍경처럼 낯설고 불편했습니다.

물론 현지 가이드의 말처럼 단순히 ‘타임머신을 타고 한국의 1960~1970년대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위안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여행 중 현지의 일상을 제대로 둘러보기보다는 상황버섯이나 라텍스 등 패키지 쇼핑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도 결국 제 선택이었기에 마음 속 불편함은 가시지가 않았습니다.

짧은 여행에서 돌아와 한경 머니의 새 편집장으로서 9월호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번 호에서 다룬 빅 스토리 ‘롱스테이의 경제학’은 여행에서 돌아와 항상 겪곤 했던 사막처럼 허전했던 갈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여행하고, 그 속에서 나만의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진짜 여행’ 이야기를 담은 겁니다. 더불어 해외 사례를 통해 ‘롱스테이’의 경제적 가능성도 한 번 짚어봤습니다.

또 스페셜로 다룬 ‘문재인 정부, 상증세법 완벽 적응법은?’은 2017 세제개편안 가운데 상속·증여 부분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향후 상속 플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릴 겁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머니가 ‘사막 어딘가에 있을 희망의 오아시스’가 됐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