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사랑, 낯설다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중년들은 때때로 사랑이 참 낯섭니다. 배우자나 훌쩍 커 버린 자녀들과는 점점 대화가 적어지고,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장소는 어느 누군가의 상갓집인 경우가 늘어납니다.

술자리에서는 업무나 정치,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단골 메뉴가 될 공산이 크죠. ‘사랑’은 낡은 서랍에 넣어 둔 과거의 연애편지처럼 낯선 단어가 됐습니다.

잔혹한 무한경쟁 사회에서 ‘사랑이 밥을 먹여주는 것’은 물론 아니겠죠.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우울과 불안, 분노와 무관심 등이 숨 막히게 목을 조여 오는 것 같습니다. 15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는 사랑이 결핍된 분노사회의 막장을 보여주는 듯도 싶고요.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저서 <피로사회>에서 ‘성과사회’를 설명합니다.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하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이 우울증을 낳는다”고 말이죠. 또 한 교수는 “자신과의 싸움에 바쁜 자아는 타자에게 관심을 둘 수 없다. 성과 주체는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 어떻게 싸울 것인가. 듣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활동의 멈춤이다”고 전합니다.

그렇다면 우선 멈추고, 주변을 한번 돌아볼까요. 그리고 다시 ‘사랑’을 이야기해보는 겁니다. 원래 사랑이라는 것이 단단히 조여진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키는 데는 제격이니까요. 또 사랑은 강한 긍정적 감정도 전달합니다. 어떤 단어 옆에서도 긍정의 힘을 폴폴 뽐내죠. 심지어 ‘연탄(사랑의 연탄)’이나 ‘시래기(시래기 사랑)’ 같은 단어 옆에서도 묘한 케미를 보여줍니다.

이에 한경 머니는 2월호 빅 스토리로 ‘다시 사랑을 쓰다’를 잡았습니다. 감정의 결핍 시대에 다시 쓰는 사랑. 세대별로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랑과 관련된 비즈니스에는 무엇이 있으며, 부부간에는 어떤 사랑 코치가 필요한지 등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화두로 꺼내봤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한다”고 적었습니다. 머니가 빼곡히 다시 써 가는 사랑의 이야기를 통해 지친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새롭게 꽃을 피우길 기대합니다.

또 머니는 스페셜 ‘말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를 통해 말투의 작은 변화가 이끌어줄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 업그레이드를, 스페셜 ‘중년 걷기를 다시 배우다’에서는 별다른 기구나 비용 없이 제대로 된 걷기만으로도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