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신(新) 세대공존의 법칙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일본에 의한 식민 지배, 국토 분단과 남북 간 처절한 전쟁,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 발전, 국가부도의 위기 상황까지 몰렸던 외환위기, 그리고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부상. 이는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드라마틱한 사건들의 일부입니다.

과거 우리는 어떻게든 가난에서 벗어나 보려고 독일의 탄광과 병원, 중동의 공사 현장으로 가서 묵묵히 비지땀을 흘렸습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이제는 행복의 어느 언저리쯤 도착해 있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네요.

2007년 당시 20대 비정규직 평균 월급인 88만 원을 빚댄 ‘88만원 세대’를 지나 최근 젊은이들은 스스로 ‘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세대’라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나라의 경제 규모는 과거에 비해 나아진 듯싶은데 도대체 젊은이들의 삶은 생각보다 윤택해 보이지 않으니 어찌된 일일까요.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소득 격차와 사회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근로 연령층의 빈곤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분기(4~6월) 18~25세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은 13.2%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상승했고, 26~40세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도 8.2%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중장년의 삶은 상대적으로 윤택할까요. 이른바 ‘낀 세대’로 불리는 신중년층은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결혼 연령이 높아진 자식들을 책임지기에 급급해 미래가 불안스럽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17년 기준 711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진입했죠. 생존 연령은 늘었지만 은퇴 이후 경제력이 급감해 인생 후반전에 잔병치레로 고생하는 ‘유병 장수시대’로 들어선 겁니다.

노인 세대도 행복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통계청의 ‘2018년 한국의 사회 동향’에 따르면 노인 독거가구는 23.6%로 2008년보다 3.9%포인트 늘어난 반면 자녀 동거가구는 23.7%로 3.9%포인트 감소했습니다. 또 부모 부양에 대해 ‘가족이 해야 한다’는 응답은 26.7%로 2008년에 비해 14%포인트 낮아졌는데 이제 노후의 경제적인 삶은 스스로 짊어질 짐이라는 소리겠죠.

앞으로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세대들은 어려운 숙제를 떠안은 듯합니다. 세대 간 부의 불균형과 이질감을 어떻게 풀어내며, 현재의 유산들을 올곧이 미래 세대에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이겠지요. 한경 머니가 창간 14주년 특대호 빅 스토리로 ‘당신의 상속은 몇 시일까요’를 다룬 것도 ‘세대유감’이 아닌 ‘세대공감’으로 상속 문제를 풀어보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세대 간 상속 갈등이 아닌 지혜로운 세대공존을 위한 해결 과제들을 제시한 겁니다.

더불어 창간 기념 14주년을 맞이해 ‘중2병’, ‘미운 14살’로 불리는 인생 과도기를 묵묵히 견뎌낸 성공 조언은 스페셜 ‘나의 미운 14살 슬럼프 극복기’에 담았고, 자산관리의 방향타가 될 스페셜 기획 ‘4대 은행 1등 PB센터의 비밀’과 부동산 긴급 좌담 ‘2019년 하반기 주택 시장 향방은’을 통해 좀 더 풍성하게 볼륨을 키워봤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9호(2019년 0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