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개와 인간의 시간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바야흐로 펫(pet) 전성시대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8년 ‘반려동물 보고서’와 한국농촌경제원구원 등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1%이며, 반려동물 양육 인구만 1481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조금 농담을 보태자면 앞으로는 가족관계증명서의 공란에 반려동물을 따로 기입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펫은 이제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되고 있으니까요.

생활수준 향상과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은 반려동물의 증가를 불러오고 있으며, 이와 동반해 반려동물 산업도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산업의 규모는 오는 2027년에 6조 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기본으로 돌아가 곰곰이 생각해볼 대목도 있죠. 우리는 반려동물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잦은 스킨십과 고열량의 사료, 고가의 반려동물 용품을 안겨주는 것이 전부인 걸까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프랑스에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해질 무렵 날이 어둑해 언덕 너머에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기르던 개인지, 아니면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황혼 무렵)을 일컫는 말이라고 하죠. 엉뚱하게 이를 비틀어 ‘개와 인간의 시간’을 상상해봅니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시간은 분명 틀릴 터인데 개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인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개를 위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의료정보 업체인 웹앰디(WebMD)를 인용해 보도한 ‘개의 나이’에 따르면 개는 출생 후 첫 1년간 급속하게 성장하기 때문에 출생 후 첫 1년은 인간의 15년과 같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유추해보면 개에게 하루는 최소 5일에서 최대 18일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루 종일 개와 함께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인간이 집을 나선 후 홀로 남겨진 시간 동안 개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또 인간과 개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둘에게 똑같은 의미는 아닐 테고요.

한경 머니가 준비한 9월호 빅 스토리 ‘펫, 특별한 동행 이야기’에서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 대표는 “반려견을 너무 아끼기 때문에 함께 침대에서 자고 수시로 안아주는 일도 다반사”라며 “그러나 이는 개가 혼자 있을 때 불안감을 키워 문제 행동을 일으키기 쉽다”고 전합니다. 관점을 바꿔 개 입장에서 ‘나도 쉬고 싶은데 왜 자꾸 침대로 데려가려 하지’라고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대표는 “혼자 있어도 자기만의 공간에서 쉬는 개가 행복할까요. 보호자가 보이지 않으면 하루 종일 문밖을 바라보는 개가 행복할까요”라고 반문하며 “진짜 개를 사랑하는 방법은 개를 온전히 개로 보는 것이다”라고 충고합니다.

‘개와 인간의 시간’은 과잉 애정으로 억지로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아닌 겁니다. 마치 ‘가족과 나의 시간’, ‘회사 대표와 직원의 시간’, ‘아내와 남편의 시간’이 서로 간에 소통 없이는 결국 겉돌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죠.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