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상인 복식부기로 회계역사 우수성 알려

한공회, 「세계가 놀란 개성회계의 비밀」 발간
[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회장 최중경)가 우리나라 회계유산의 우수성을 알리는 「세계가 놀란 개성회계의 비밀」(전성호 지음/한국경제신문 한경BP 펴냄)을 기획·발간했다.

그동안 13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 상인이 작성한 거래원장이 최초의 복식부기로 인정받아왔는데, 그보다 200년이나 앞서 개성상인들이 복식부기를 사용했다는 기록들이 속속 나오며 세계 최초 복식부기의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공회가 기획한 이번 책자는 개성상인들의 회계 우수성을 집중 조명하며, 우리나라의 회계역사를 바로 세우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부기(簿記)는 말 그대로 ‘장부에 기록을 하는 것’이다. 주부가 가계부를 쓰듯이 회사가 매출과 매입에 관한 장부를 정리하는 것이 부기다. 또 복식부기(複式簿記)는 인간의 지혜가 낳은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로 여겨진다. 자산, 부채, 자본, 비용, 수익이 모두 양면계정이라는 집계 장소에 차변과 대변으로 분류돼 기록되고 계산되도록 한 것인데 이를 통해 자산과 자본의 증감, 변화 과정과 결과까지 자세히 기록할 수 있어 ‘회계로 인해 자본주의가 완성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뛰어난 상술과 인삼 무역으로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친 개성상인들은 일찌감치 ‘사개송도치부법’ 등 서양보다 앞선 선진 복식부기를 활용했다. 사개는 대차대조표의 대변과 차변에 해당하는 계정을 ‘주는 자, 받는 자, 주는 것, 받는 것’으로 나눠 기록한 것이다. 자산 계정의 위치인 차변에는 ‘받는 자’와 ‘받는 것’을, 부채와 자본의 계정인 대변에는 ‘주는 자’와 ‘주는 것’을 배치했다. 부채 인식 등의 측면에서는 오늘날 미국식 재무상태표의 균형식과 비슷할 정도로 체계적이다.

또한 개성상인들은 시대를 앞선 여러 제도를 운영했다. 이 책에도 소개하고 있는 ‘시변제도’(블록체인망처럼 은행을 두지 않고도 회계장부의 계정처리만으로 금융 거래를 수행), ‘차인제도’(10년 이상 잘 양성된 점원을 차인으로 등용해 상업 활동을 하도록 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 실천한 일종의 전문경영인제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전성호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는 그동안 세계에 우리나라 개성상인들의 우수한 복식부기 방식을 알리기 위해 개성 복식부기의 해설서이자 교재인 ‘실용지수 사개송도치부법’을 영문으로 변역해 출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었다. 한공회의 기획으로 탄생한 이번 책자는 그간의 노력을 좀더 구체화·대중화시킨 결정체인 셈.

이 책에서는 세계 최초·최고의 복식부기인 개성회계부터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의 회계장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록물과 제도를 소개하고 있으며, 개성에 뿌리를 둔 아모레퍼시픽, 한일시멘트 등 4개 기업의 경영정신 등도 소개한다.

최중경 회장은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회계제도와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빛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더욱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고려의 개성상인은 서양보다 200년이나 앞서 복식부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소홀히 다뤄왔던 회계역사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우리의 소중한 회계역사를 탐방하기로 하였고, 잘 알려지지 않은 개성회계를 통해 회계 자긍심을 높이고자 기획·발간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중·고생을 주 타깃으로 회계와 회계 역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탤링 기법을 사용했으며, 시중 서점 및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