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프라이드>, <킬미나우>, <비평가>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주말을 맞아 공연나들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는 연극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 소위 공연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작품성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연극 3편을 소개한다.

연극마니아들의 잇따른 호평... 3色연극
매 시즌마다 화제의 중심에 서다

연극 <킬 미 나우>

초·재연 전석 기립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관객들에게 감동 이상의 큰 울림을 선사한 연극 <킬 미 나우>가 오는 7월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나와 가족, 그리고 삶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대한 강렬한 질문을 던지며, 성(性)과 장애, 안락사 등 민감한 이슈에 과감하게 접근한 연극 <킬 미 나우>는 2013년 캐나다 초연 이후 미국, 영국, 한국, 체코 등에서 공연되며, 매 공연마다 수많은 이슈를 만들며 주목 받았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선천적 지체장애로 아빠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독립을 꿈꾸는 17세 소년 ‘조이’와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홀로 아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아버지 ‘제이크’의 삶을 그린다. 작품은 특별하지만 평범한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이자,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며, 무엇보다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2016년 초연 당시, 인터파크 랭킹 1위, 관객평점 9.7점, 평균 객석점유율 92%라는 기록과 함께 전 회 차 기립박수를 받으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으며, 이후 초연의 성공에 힘입어 1년 만에 재공연 된 2017 <킬 미 나우> 역시 수많은 관객과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세 번째 시즌에서도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웰메이드 연극임을 입증했다. 출연 배우들의 호연도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촉망 받는 작가였으나 아들에게 헌신하며 자신의 삶을 포기한 아빠 ‘제이크’ 역에는 드라마 <라이브> <풍문으로 들었소>, 영화 <화이> 등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
장현성과, 연극 <킬롤로지> <벙커 트릴로지> <더 헬멧> <터미널> 등 선 굵은 연기 속에서도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베테랑 배우 이석준이 더블 캐스팅 돼 한층 더 깊이 있는 연기로 감동의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용기 있는 목소리로 바꿔 온 편견의 역사

연극 <프라이드>

시의성 높은 주제와 감성적인 메시지, 감각적인 연출로 매 시즌마다 화제를 모았던 연극<프라이드>도 오는 8월 25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네 번째 시즌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연극 <프라이드>는 배우 출신의 극작가 ‘알렉시 캠벨’(Alexi Kaye Campbell)’의 작가 데뷔작으로 2008년 영국 로열 코트극장에서의 초연 이후 비평가협회, 존 위팅 어워드,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 등 공신력 있는 시상식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다.

작품은 1958년과 현재를 넘나들며, 두 시대를 살아가는 필립, 올리버, 실비아를 통해 성(性)소수자들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각의 시대를 살아가는 성(性)소수자들이 사회적 분위기와 억압, 갈등 속에서 사랑과 용기, 포용과 수용 그리고 자신을 지지해 주는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과 자긍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표면적으로는 ‘성(
)소수자’라는 특정한 인물들을 그리고 있지만, 연극 <프라이드>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었을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 두 시대를 오가며 숙명적으로 반복되는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는 관객들로 하여금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게 만들면서 큰 울림과 감동을 전한다.


한국에서의 초·재연 〮역시 18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만 17세 이상 관람가라는 높은 연령제한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드>만의 따뜻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선과 탄탄한 구성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17년 삼연에서는 관객평점 9.6점, 객석점유율 100%, 전석 매진이라는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새로운 배우들의 합류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이번 시즌에서는 김주헌과 김경수가 ‘필립’ 역으로 무대에 나선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새로운 일에 두려움이 없는 ‘올리버’역은 배우 이정혁과 이현욱이 더블 캐스트로 출연,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기를 선보인다.‘필립’과 ‘올리버’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아끼는 한 사람, ‘실비아’ 역에는 배우 손지윤, 신정원이 이름을 올렸다.

하루 만에 전석 매진 세례

연극 <비평가>

연극 <비평가>는 ‘다윈의 거북이, ‘맨 끝줄 소년’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가 2012년 발표한 작품이다. 극단 신작로의 연출가 이영석이 2017년 초연을 올렸다. 초연이 사실적 스타일로 인물의 내면 심리를 탐색하는데 주력했다면, 지난 해 공연은 작품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한 방법으로 배우와 인물의 성별을 달리함으로써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2019년 연극 ‘비평가’는 ‘젠더프리’의 방식을 이제 특별히 새로운 방식이 아닌 ‘자연스러운’ 연극적 선택으로 인정하고 그러한 토대 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를 증명하듯이 6월 3일 ‘인터파크’ 티켓이 오픈 하자마자 하루 만에 전 석 매진을 기록하였으며 바로 이어 5일에 오픈 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티켓도 오픈 하자마자 거의 판매가 이루어져 이제 잔여 석이 몇 석 남지 않게 되었다.

작품은 극작가와 비평가 두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2인극이다. 마요르가는 무대와 객석을 대표하는 극작가와 비평가를 내세워 연극과 현실의 관계, 연극 안팎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초연과 달리 작년 공연에서는 여성배우가 남성 배역을 연기해 화제가 되었고 이번 공연에도 작년에 출연했던 백현주, 김신록 배우가 그대로 출연한다. 자신의 평가를 냉정하게 유지하려는 비평가와 그런 비평가에게 인정받으려는 작가의 첨예한 대립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담았다.

뿐만 아니라 연극 ‘비평가’는 월간 한국연극의 2018년 ‘공연 베스트7’에, 이데일리 문화대상의 2018년 하반기 추천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8년 만에 부활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분에 신설된 ‘젊은연극상’ 후보에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 김신록이 후보로 오르는 등 평단의 주목을 이끌었다.

여성 배우가 남성 역할을 맡게 하는 연극 ‘비평가’의 시도는 최근 공연 예술계에서 활발히 시도되고 있는 ‘젠더프리’ 캐스팅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보다 폭넓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관객들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면서 젠더프리 공연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급기야 ‘비평가 관객 모임’ 이라는 자발적인 모임을 결성해 함께 공연 실황 영상을 보고 제작진을 초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이후 ‘관모’ 문화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연극 ‘비평가’의 이영석 연출은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 제시가 제작진으로 하여금 더 나은 공연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큰 힘”이라며 달라진 관객 문화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도 관객들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서 청취하기 위해 6월 30일과 7월 6일에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하고 있으며, 제작진의 SNS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공연은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예정이며 인터파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예매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