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집 안에 들여놓는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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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문혜원 객원기자 | 사진 폭스더그린 제공]

초록빛 싱그러움에 대한 갈증은 비단 유행 탓만은 아닐 것이다. 식물이 주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입증돼 왔기 때문이다. 식물 본연의 기능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한편, 최근에는 공기 청정 효과로도 각광받고 있다. 새봄에는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는 반려식물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집에 식물을 들인다는 것은 미적인 요인 외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살아 있는 생물이기에 다른 오브제보다 책임감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때에 물을 주고, 가지를 쳐주고, 화분이 벅찰 만큼 자란 때에는 분갈이를 해주어야 하는 등 품이 많이 들어간다. 이렇게 공들여 키우기에 식물이 변하고 자라나는 모습에서 행복감마저 느낄 수 있다.

원예가이자 원예스튜디오 ‘식물의 취향’을 운영하는 박기철 대표는 식물을 키운다면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한 관리가 없어도 잘 자라길 기대한다면 식물을 기르지 않는 쪽이 좋다”며 “잘 기를 자신이 없다면 꽃(절화)이 좋겠고, 자연의 이미지가 프린트 된 사진과 그림 등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식물을 놓기로 결정했다면 식물이 자랄 공간을 잘 선정해야 한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통풍이 잘되는 곳인가, 햇빛이 잘 드는 곳인가다. 단순히 여기에 놓으면 예쁘겠지 하고 식물이 자라는 성격을 파악하지 않고 아무 곳에나 둔다면 갑자기 식물이 죽거나 잘 자라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즉, 식물의 자생지를 먼저 확인하고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식물을 들이는 것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허성하 폭스더그린 대표의 조언이다. 허 대표는 “식물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 겁을 내지 말라”며 “경험이 쌓여야 점점 잘 키울 수 있게 된다”고 조언했다. 내가 키우려고 하는 장소에 어떤 식물이 적합한지 키워보면서 공부를 해 가야 한다는 것.

그는 한 해 키우고 말 식물을 키우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말 것도 덧붙였다. 2~3월에는 히아신스, 튤립 같은 구근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 일주일에서 길게는 2주 꽃을 즐기고 나면 다음 해에 다시 꽃을 틔우기 쉽지 않다. 허 대표는 “튤립이나 히야신스와 같은 식물의 자생 환경은 우리나라와 맞지 않다”며 “여러 해 살리겠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이 정말 예쁠 때 예쁘게 보고 보내는 게 마음 편하게 식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몬스테라·이끼 테라리움 등 초보자도 관리 편해
이오난사, 휴게라 등 야생화
이오난사, 휴게라 등 야생화
그럼에도 초보자도 비교적 마음 편하게 키울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관엽식물인 몬스테라의 경우 자생지가 열대우림지다. 큰 나무 밑에서 살다 보니 해를 많이 못 받고 물도 충분히 못 얻어 마셔서 이에 적응해 자란 것. 이러한 습성 탓에 몬스테라는 해가 덜 드는 실내에서도 잘 자라고 물주는 주기도 길어서 관리가 쉬운 편이다.

‘식물은 꼭 흙에서 자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땅 속에 뿌리를 내려야 사는 식물이 대부분이지만 공기 중 먼지와 수분만으로도 생명력을 이어가는 식물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에어플랜트라고 하는데 이오난사와 틸란드시아가 대표적인 에어플랜트다. 물은 거의 매일 뿌려줘야 하고, 1~2주일에 한 번씩 물을 듬뿍 줘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하지만 인테리어 효과로는 제격이다. 심심한 창이나 휑한 벽에 걸어 두면 한층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은혜 슬로우파마씨 대표는 이끼 테라리움을 추천했다. 그는 “이끼 테라리움은 햇빛을 잘 보지 않고 물만 스프레이로 가끔 뿌려줘도 되기 때문에 식물 관리를 하기 힘들어하는 분들에게는 제격이다”고 설명했다. 이끼 테라리움은 작은 병 안에 이끼로 정원을 만들고 귀여운 미니어처로 장식하는 것.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 훌륭한 그리너리 오브제가 될 수 있다.

수경재배 식물도 관리가 쉬운 편이다. 물을 머금는 것을 보면서 보충해주기만 하면 별다른 관리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스킨답서스와 개운죽은 대표적인 수경재배 식물이다.

뱅갈고무나무·해피트리 등 미세먼지 제거 효과

최근에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와 공기 오염 탓에 공기 정화를 목적으로 식물을 들이는 경우도 많다. 특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공기 정화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식물 50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중 포름알데히드 제거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이 남천, 관음죽, 라벤더, 접란 등이다. 요즘처럼 미세먼지로 인해 환기가 어려운 때에 실내에 쌓이는 포름알데히드 제거에 효과적이니 환기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게 되는 셈이다.

이 밖에 수염틸란드시아와 아이비, 보스턴고사리는 미세먼지 제거에 뛰어나며 뱅갈고무나무, 칼리데아, 해피트리는 음이온을 발생시킨다. 행운목과 돈나무는 가습 효과에 뛰어나니 식물의 식생을 고려해 용도별로 구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워낙 공기가 좋지 않다 보니 공기정화식물을 많아 찾는 추세”라며 “집에 한 대씩은 공기청정기를 두면서도 공기정화용 식물을 구매해 인테리어 효과도 높이면서 공기를 정화시킬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식물, 어떻게 길러야 잘 자랄까

➊ 물 관리는 생명
식물을 키울 때는 물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식물이 잘 죽는 원인은 물을 주지 않아서라기보다 과습이 문제다. 흙 상태를 봐 가면서 물을 줘야 하는데 흙이 말라 있다면 물을 줘야 하는 시점이다. 식물 재배 초보자라면 바람에 흙먼지가 날리거나 배수가 잘되게 하기 위해 마사토나 자갈로 덮는데 이를 제거하면 흙이 어떤 상태인지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 박기철 식물의 취향 대표는 “식물의 크기와 해당 식물이 놓인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관엽식물은 15일에 한 번, 야생초목은 1~3일에 한 번, 다육·선인장은 30일 기준 정도로 생각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➋ 적절한 자생 환경을 갖춰라
식물의 품종이 해당 식물군에 맞는 적정한 흙으로 제대로 분갈이 된 식물인지 파악해야 한다. 또 식물의 품종에 맞게 적당한 빛이 노출되고, 통풍과 환기가 우수한 곳을 고려해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➌ 겨울철에는 조금 게으르게
우리나라에서 식물 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뚜렷한 계절의 변화 탓도 있다. 봄, 여름, 가을에 물을 주던 대로 겨울철에도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것. 겨울철 물 관리는 다른 계절보다 게으르게 해도 좋다. 단, 난방 시설과 실내 온도를 고려해 쉽게 건조해지거나 동사할 것을 신경을 써줘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