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66호 (2019년 03월)

만화적 캐릭터 녹여낸 신토불이 팝아트

LIFE • Artist 김윤섭 소장의 바로 이 작가 - 아트놈 

봄이 오는 소리,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2×97.0cm(100호M), 2018년


[한경 머니 =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미술사 박사] 아트놈은 ‘신토불이 팝아트의 대명사’다. 아예 태어난 체질이며 감성까지 고스란히 작품 속에 담아낸다. 이름도 스스로 바꿨다. 그래서일까. 이젠 강현하인 본명보다 ‘아트놈’이란 예명이 훨씬 더 어울린다. 작품도 작가를 닮아서 쉽고 명료하다.

아트놈은 이름을 바꾸며 ‘미술 하는 남자’로 한평생 살리라 다짐했다. 남에게 격 없이 “아트 하는 놈입니다”라는 소개를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그저 활기차고 재미 넘치는 심플한 작가의 삶이면 만족한다. 작품도 그를 닮았다. 주로 만화적인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넘나든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했어요. 거기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았죠. 한국화 전공, 캐릭터디자인 회사 근무 이력은 한국적인 감성을 현대적 조형미로 해석하는 데 용이하게 작용했습니다. 되도록 무겁지 않은 의미의 작업 형식으로 늘 새로운 변화를 생각합니다. 이런 요소들이 제 작업의 매력 중 하나라고 여깁니다.

의도하는 작품의 메시지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특별히 무거운 의미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즉흥적인 요소들로 구성되는 편이 많아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양한 삶의 요소들이 편안히 녹아든 것들이에요. 그런 그림과 함께 긍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제가 우주의 중심이지 않을까요.”

일상에서도 무척 자기중심적인 삶의 방식에 유념한다. 그림의 풍을 떠나 옷차림이며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자기만족에 무게를 둔다. 어쩌면 그런 자신감이 ‘아트놈식 미술’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 아닐까 싶다. 개인을 넘어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맛깔스럽게 요리할 줄 아는 레시피를 지닌 듯하다. 특히 우리 전통 민화풍 바탕에 현대적인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장면들이 탁월한 흡입력을 지녔다.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이 잠시나마 일상의 고민을 벗어나 순수한 동심의 여흥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늘 활짝 미소 짓게 하는 아트놈의 작품들은 아주 다양한 곳에서 러브콜을 받는다. 흔히 온갖 번뇌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고, 사랑과 행복의 에너지가 충전되듯 웃음이 절로 난다는 평을 받는다. 과연 이토록 대중의 감성을 삽시간에 무장 해제시킬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고유한 자신만의 색감이나 캐릭터를 활용한 결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그동안 참 많은 전시와 프로젝트들에 참여했다. 동서고금,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대중에게 열린 에너지를 전달하는 아트놈. 그의 작품은 국내외 작품전뿐 아니라 공공미술과 많은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 주인공이 됐다.

1 보이(Boy), 캔버스에 아크릴릭, 60.6×72.7cm(20호), 2019년2 사색, 캔버스에 아크릴릭, 60.6×72.7cm(20호), 2018년3 로봇태권브이(Robot Taekwon V),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193.9cm(120호), 2018년4 나폴레옹(Napoleon),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193.9cm(120호), 2018년


다양한 협업의 분야는 경계가 없다. 삼성 갤럭시, 아디다스, 한국도자기, 카프리 맥주, 용산역 ‘러브(love) 계단’ 프로젝트, 서울문화재단 ‘미스터 기부로’ 초대형 공공미술 프로젝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아트트로피, 홍콩의 정보기술(IT) 그룹 브랜드, 파라다이스 호텔, 서울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에어 조형 작업 등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다. 올해에만 3월 구하우스 기획전, 5월 경주국제레지던시아트페스타 참여, 11월 서울 슈페리어갤러리 개인전, 2020년 초 중국 베이징 개인전 등이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아트놈이 작품을 통해 추구하는 점을 몇 가지 키워드로 요약해보면 ‘재미, 아름다움, 컬러풀, 변화, 한국성’ 등이다. 우선 ‘재미’는 작업의 기본적인 요소다. 원래 유머를 좋아한다. 해학적인 요소가 작품에 반영될 때 더욱 큰 만족도를 얻는다. 다음은 ‘아름다움’이다. 기왕이면 시각적으로 아름다웠으면 하고 생각한다. 철학적인 깊이보다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앞서길 원한다. 물론 그 아름다움의 기준은 작가만의 개인적인 기준과 해석일 수 있다. 또한 ‘컬러풀’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그림에서 강렬한 색조의 구성과 조화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컬러풀한 색상의 조화가 곧 우주만물의 조화로움이라고 역설하는 듯하다.

이어서 ‘변화’라는 요소도 그가 강조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이는 작가적 프로 근성과도 맞닿아 있다. 기본적인 패턴이 정해져 있지만, 늘 한편으론 같은 땅에서 새싹이 돋듯 변화를 추구한다. 작업의 변화를 꾀한다는 건 결국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만족감을 충족시킨다. 이러한 생각을 더 발전시킨 것이 ‘한국성’이다. 꼭 문양이나 색감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선(線)으로 시작해 선으로 끝나는 작업 방식은 대학 시절 한국화 전공 이력의 영향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작품의 전면을 채색으로 빼곡하게 채우지만, 전체적으로 특유의 여백미를 잃지 않는 점도 주목해봐야 한다.

겉으로 보면 쉽게 인쇄한 듯 간단해 보이지만, 작업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쉽지 않다. 우선 작품의 초기 구상 단계를 거친 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시안을 만든다. 그것을 캔버스에 옮겨 본을 뜨고 페인팅을 한다. 하지만 수많은 이미지들 속에서 적절하게 어울릴 만한 비율과 조화로움을 찾는 과정은 지난하다. 설령 제각각의 다양한 요소를 조화롭게 화면에 앉혔다고 해도, 만족할 만큼의 완성도 높은 바탕화면을 얻기까진 멀고도 멀다. 인쇄라는 착각이 들 만큼의 정교한 수작업 밑칠 과정과 ‘완전한 평면성’을 유지하는 집중력이 뒤따라야 한다.

“간혹 어떤 작가로 기억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봐요. 단편적으론 ‘한국 미술을 조금이나마 다양하게 만든 작가’나, ‘시각적으로 재미있으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좋은 감흥을 남기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기도 해요. 대학 시절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교내에서 전시를 하던 어느 날 새벽에 작업을 마치고 전시실에 불이 켜져 있어 잠시 들렀어요. 그런데 다른 전공의 한 여학생이 제 그림 앞에 앉아서 한참 동안 물끄러미 작품을 바라보고 있지 않겠어요. 그 모습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조용히 되돌아 나왔어요. 뭔가 뿌듯함과 떨림이 밀려왔습니다. 지금도 마음을 되잡고 싶을 땐, 그때의 초심을 떠올립니다.”

모란가족행복도, 캔버스에 아크릴릭, 193.9×130.3cm(120호F), 2017년


아트놈의 작업 방식이나 작품의 경계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캔버스 위주의 평면작업과 대형 설치 작업, 영상 작업, 여러 장르와의 융합 등 폭넓은 행보가 무척 인상적이다. 미술가로서의 역량이나 미술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동시에 구비한 중량감 넘치는 작가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비록 늦은 나이인 37세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지만, 지금으로선 그의 선택이 옳았다. 작가 생활을 시작한 12년 전 처음 작품을 판매했을 때 50호(116.7×90.9cm) 크기에 100만 원도 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10배 정도는 족히 더 올랐다. 작품 값이 대수는 아니라지만, 적어도 그의 바람처럼 높아진 인기만큼 보다 더 많은 해피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된 것만큼은 확실하지 않을까.



김윤섭 소장은…

김윤섭은 미술평론가로서 명지대 대학원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월간 미술세계 편집팀장, 월간 아트프라이스 편집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및 정부미술은행 작품가격 평가위원, 인천국제공항 문화예술자문위원,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문화나눔프로젝트 아트디렉터, 숙명여대 겸임교수, 계간조각 편집장, 2019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예술감독, 2019 경주국제레지던시아트페스타 전시감독,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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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2-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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