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1975년 4월 9일 ‘사법 암흑의 날’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기록하지 못했던 그날의 이야기들을 국립극단이 연극 <고독한 목욕>으로 그려낸다.

국립극단이 ‘젊은극작가전’의 일환으로 연극 <고독한 목욕>을 오는 3월 8일부터 2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에 선보인다. 젊은극작가전은 차세대 극작가를 소개하는 국립극단의 기획으로, 그간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2017년), <얼굴도둑>(2018년) 등의 작품을 상연해 왔다.
암흑 같던 그날의 기억, 국립극단 연극 <고독한 목욕>
[왼쪽부터 배우 이종무·남동진]
세 번째 작품인 <고독한 목욕>은 2018년 시작된 창작희곡 상시투고 제도 ‘희곡우체통’에서 발전돼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낭독회를 통해 호평 받은 이 작품은 희곡우체통 초대작 중에서는 최초로 국립극단에서 정식 공연으로 제작된다.

<고독한 목욕>은 1975년 일어난 인혁당 사건을 목욕이라는 소재를 통해 감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극을 이끌어 가는 ‘송씨 아들’은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된 아버지를 회상하며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극본을 맡은 안정민 작가는 “충분히 애도 받지 못한 죽음들이 너무 많다”며 작의를 설명했다. 그는 국가 폭력이라는 거대한 장막에 덮인 개개인의 고통을 섬세한 언어로 되살려낸다.
암흑 같던 그날의 기억, 국립극단 연극 <고독한 목욕>
[<고독한 목욕>의 작가 안정민]

이번 공연은 연극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로 제5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거머쥔 연출가 서지혜가 맡아 작품의 몽환적인 매력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같은 작품으로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남동진은 ‘송씨 아들’ 역에 캐스팅돼 무대 위 고통과 공포, 때로는 치유를 객석에 오롯이 전한다. 정치 공작에 의해 희생된 ‘송씨’ 역은 국립극단 시즌단원인 배우 이종무가 맡아 기억과 환상 속의 아버지로 분한다.

인혁당 사건

1964년 중앙정보부가 41명의 혁신계 인사와 언론인, 교수, 학생 등이 인민혁명당을 결성, 국가 전복을 도모했다고 발표하며 1차 인혁당 사건이 촉발됐다. 1974년 민청학련사건이 발생하면서 1차 인혁당 사건 관련자를 재수사했고, 대법원은 8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한다. 그런데 재판 후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1975년 4월 9일, 국방부가 이들의 사형을 기습 집행했다. 국제법학자회에서는 이날을 ‘사법 암흑의 날’로 선포했으며 국제사회로부터 ‘사법살인’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2007년 재심에서 33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