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누군가 천재에 대해 ‘비상식적인 것을 상식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곱씹을수록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천재들의 기발한 발상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그들의 신박하고, 특별한 두뇌 사용법에 대해 알아봤다. 참고 문헌 <천재들의 생각법>(테레자 보이어라인·샤이 투발리 지음), <생각하는 인문학>(이지성 지음), <천재들의 창의력>(로드 주두킨스 지음)
[big story]천재들의 특별한 두뇌 사용법은
천재들의 위대한 발견의 순간에는 대개 전설 같은 일화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핵심’은 천재들의 생각법이다.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사고하는 걸까.
실제로 아인슈타인 이전에도 상대성이론에 거의 근접했던 여러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인슈타인과 똑같은 공식을 연구했고, 비슷한 자료를 수집했으며, 심지어 똑같은 계산식을 얻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결정적인 마지막 도약은 하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상대성이론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게 초인적인 사고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평범한 현상에도 아이처럼 감탄할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핏 간단한 일 같지만 보통 사람들이 실천하기란 녹록지 않다. <천재들의 생각법>의 두 저자는 이것이 천재들의 핵심이라고 지목한다.

천재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한다. 같은 정보라도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다른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면 세상을 놀라게 한 위대한 사람들은 어떻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누구나 꼭 알고 싶었던 천재들의 독특한 두뇌 사용법을 소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중 상당수는 보통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다는 것. 돈이 드는 건 없다. 그저 당신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하다. 무엇이든 귀중한 것을 얻으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창의력은 타고난 재능이자, 천재들의 영역으로 으레 치부한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다. 창의력도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 천재들의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미리 말해 두고자 한다. 이번 기회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방관하고 있을지 모르는 나만의 독특한 생각법을 발견하고 실행에 옮겨보는 건 어떨까.

알베르토 아인슈타인
토론하고 사색하다
[big story]천재들의 특별한 두뇌 사용법은
‘천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이 사람, 아인슈타인일 것이다. 실제로 아직까지 그를 연구하는 서적들과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그가 위대한 물리학자이자 세기의 ‘두뇌’였기 때문일 터. 아인슈타인이 방대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할 수 있던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를 꼽자면
‘토론’을 내세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토론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자신의 인문학 멘토였던 막스 탈무드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나가면서 몇 시간씩 토론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자리를 구하던 시절에는 주변에 딱히 토론할 만한 사람이 없자 신문에 광고를 내서 토론 모임을 만들 정도로 열성적이었다고. 그는 죽을 때까지 토론하길 즐겼는데 그에겐 7가지 토론의 규칙이 있었다.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고 싶다면 그가 즐겼던 토론 방식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아인슈타인의 토론 법칙] 자료출처 : <생각하는 인문학>
1. 토론할 책을 정하고 읽는다.
2. 토론할 주제를 정하고, 책의 내용 중 토론 주제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한다.
3. 카페에 모여서 발췌한 부분을 함께 읽고, 각자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4.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철학적·과학적 논쟁을 시작한다.
5. 논쟁은 모두가 수긍할 만하고 발전적인 결론을 내렸을 때 비로소 끝을 맺는다.
6. 만일 책의 저자가 동시대 인물이라면 되도록 직접 찾아가서 겸손하게 가르침을 구하고, 이 과정을 통해 책이라는 제한된 형태로 드러난 저자의 근본적인 사상을 배우고, 이를 주제로 치열하게 토론한다.
7. 토론을 마치면, 격렬하게 불타오른 각자의 두뇌를 쉬게 하고 잠시 격해진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맛있는 식사, 소박한 산책, 클래식 감상 및 연주, 등산, 도보 여행 같은 사소한 일을 하면서 휴식을 보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생각을 방치하지 마라
[big story]천재들의 특별한 두뇌 사용법은
수많은 천재들의 뛰어난 업적 뒤에는 늘 기록하는 습관이 뒷받침됐었다. 베토벤은 늘 오선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기록했고, 그의 노트에는 ‘콘셉트 스케치’가 넘쳐났다. 반 고흐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평생 동안 거의 매일 그림을 그렸다. 무엇보다 기록하는 습관의 ‘끝판왕’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발명품과 아이디어, 그리고 관찰할 것들을 기록했다. 정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맞춤법을 무시하고 표현도 거칠었다. 그래도 그것은 매우 중요한 정보였다. 사실 그가 이토록 기록에 집착했던 이유는 자신의 그림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해부학, 식물학, 광석 등을 연구했는데, 덕분에 그런 소재들을 그림으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의 미술평론가 케네스 클라크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림을 잘 그린 이유는 아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그가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에 아는 것이 많았다는 말이 더 진실에 가깝다.” 따라서 당신만의 생각을 더 확장하고 싶다면 어디를 가든 노트를 들고 가고,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에 중독돼보자.

안토니 가우디
이성적 태도를 거부하다
[big story]천재들의 특별한 두뇌 사용법은
로드 주두킨스는 <천재들의 창의력>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는 창의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건넨 예술작품들 상당수가 논리와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가령,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79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20세기 최고의 건축학가로 평가받는 안토니 가우디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태도는 가우디 성당으로 더 잘 알려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성당은 1883년 11월 3일에 공사를 시작해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1926년까지 작업이 진행됐으며, 2019년 현재까지도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가우디 역시 초기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20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런 부담스러운 예상에도 그는 기죽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사후를 대비해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세부 설계도와 모형을 미리 마련해 두었다. 가우디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생각한 다음, 그 계획을 밀고 나가 실행했다. 남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치부했지만 그 자신에겐 도전할 만한 프로젝트였던 것. 아마도 합리적인 사고에만 매몰된 사람들만 가득하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절대 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이끌어내려면 때론, 논리가 아니라 감정, 열정, 욕망으로 일을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프리드리히 니체
노력은 천재의 어머니
[big story]천재들의 특별한 두뇌 사용법은
어느 한 분야에서 월등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후기들을 읽다 보면 타고난 재능 이상으로 그 일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 귀감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그 유명한 ‘발 사진’이나, 40여 년간 하루에 매일 5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200자 원고지 20매를 꼭 쓴다고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 등 그들의 열매에는 피나는 노력이 더해졌다. 그중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가였던 프리드리히 니체는 대표적인 ‘노력파’ 천재였다. 그는 “소질과 타고난 재능에 대해 말하지 마라.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위인이 된 이들을 여럿 들 수 있다”며 “그들은 모두 유능한 장인답게 작은 부분을 제대로 만드는 법부터 진지하게 배운 다음 전체를 구성하는 일에 도전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핵심 사상 중 하나인 ‘아모르파티’ 역시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즉, ‘아모르파티’가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인간 본래의 창조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인류에 뛰어난 업적을 남기는 ‘천재’가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단, 천재들이 남들과 달랐던 것은 뚜렷한 주관을 갖고, 끊임없이 사색하고, 기록하고, 토론하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던 태도가 아닐까.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7호(2019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