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 대표
[big story] “반려견은 미성년 자식과 같다”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 참고 서적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언제부터인가 개들이 의인화됐다. ‘원조 개통령’으로 통하는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 대표는 “개를 사람으로 착각하고, 반려견을 과잉보호하는 것이 문제견을 만드는 원인이다”라고 했다.

사랑스러운 반려견이 주인이 외출하면, 집을 엉망으로 만들고 끊임없이 짖어댄다. 문 앞에서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낑낑대며 문을 긁거나, 웅크리고 앉아 하염없이 문을 응시한다.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 대표는 “최근 반려동물 상담의 1위는 분리불안으로 인한 문제 행동이다”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해진 장소에 똥오줌을 못 가리는 대소변 문제가 주로 상담 주제였다면, 근래에는 반려동물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따른 이상행동이 주된 고민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TV 프로그램 과 <해피선데이 1박2일>의 국민견 ‘상근이 아빠’로 널리 알려진 그는 대한민국 1호 반려견 심리전문가로서 그 원인을 ‘개를 사람처럼 대하는 것’에서 찾는다.
흔히들 사람들은 개집이나 울타리 안에 개를 가두는 것을 가엾게 생각한다. 하지만 개는 본능적으로 좁은 공간 안에 있을 때 가장 안락하고 편안한 심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화려한 옷과 비싼 간식으로 애정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는 태어날 때부터 ‘털’이 있고, 색맹이다. 반려견을 너무 아끼기 때문에 함께 침대에서 자고 수시로 안아주는 일도 다반사다. 그러나 이는 개가 혼자 있을 때 불안감을 키워 문제행동을 일으키기 쉽다.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개 입장이라면 ‘나도 쉬고 싶은데 왜 자꾸 침대로 데려가려 하지’ 할 수 있어요. 개도 개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생활이 있어야 합니다. 개는 항상 주인을 기다린다는 착각 때문에 개도 피곤해졌습니다. 개는 보호자가 5분, 10분만 놀아줘도 행복할 수 있어요. 혼자 있어도 자기만의 공간에서 쉬는 개가 행복할까요. 아니면 보호자가 보이지 않으면 하루종일 문밖을 바라보는 개가 행복할까요.”

개와 함께 4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이 대표는 “진짜 개를 사랑하는 방법은 개를 온전히 개로 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반려견 4대 문제 해결법

시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집 지키는 개’(번견)를 분양 받은 사람이 있었다. 몇 달 후 보호자는 집 지키라고 데려온 개가 가정견이 돼 순둥이가 됐다고 황당해했다. 다음에는 맹견으로 알려진 핏 불테리어 한 마리를 더 분양받고 싶다고 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결국 보호자는 3마리 용맹한 개들의 재롱잔치를 보게 됐다. 보호자의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아 정 많고 순한 가정견으로 자란 것이다. 반대로 한 성격 하는 보호자의 집에 분양된 치와와는 동네에서 유명한 ‘투견’이 됐다.

이 대표는 저서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를 통해 이와 같은 일화를 소개하며 반려인의 자세를 돌아볼 것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명견과 멍견의 차이는 품종이 아니라 보호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반려견 교육의 궁극적 지향점이 ‘보호자에 대한 교육’에 있는 이유다. 올바르게 개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개를 예뻐한다고 ‘오냐오냐’ 하라는 뜻은 아니다. 개와 사람은 다른 종(種)이다. 지극히 사람을 위한 공간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에 최소한의 타협과 규칙이 필요하다. 개와 함께 살면서 겪는 어려움은 크게 4가지다. 짖는 것, 무는 것, 대소변, 분리불안이다. 그는 “아무리 개를 사랑해도 인간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며 “개를 더 사랑하기 위해서 규칙을 알려주고, 훈련은 최대한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인간으로 치면 6세 이전의 나이인 생후 16주 사이의 마법의 시간만 활용하면 개는 평생 별 문제없이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사회화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가 중요하다.
[big story] “반려견은 미성년 자식과 같다”
반려견과 더불어 잘 살기위해서 어떤 규칙이 필요한가요.
“개들을 위한 규칙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잠자리를 구분해주고, 정해진 시간에 먹는 식습관을 길러주고, 산책 예절을 가르쳐주면 됩니다. 침대에서 같이 자고 보호자가 안고 다니면 그 개에게는 사람이 집과 같은 곳이 됩니다. 사람 품을 떠나면 불안해지죠. 또 개들이 잘 먹지 않는다고 간식을 이것저것 주면 식습관이 나빠지죠. 산책 예절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사람을 물거나 짖는 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규칙을 가르치고 살펴주면 개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반려견 분리불안,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우선 잠자리 분리가 필요합니다. 과연 침대에서 같이 잠들었을 때 반려견도 편안할까요. 보호자가 잠자다가 뒤척이면 강아지는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단계적으로 강아지의 잠자리를 옮겨주세요. 2~3일은 강아지의 잠자리(개집, 쿠션)를 침대 위나 곁에 두다가 점차 떨어뜨리는 것이죠. 반려견을 안아주다가도 ‘집에 가’ 하면 개들이 돌아갈 수 있게 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배변 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흔히 반려견의 화장실 공간을 사람이 정하는데, 개도 개가 정하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그 장소를 활용하면 실패 확률이 줄어듭니다. 가령 TV 앞에 대소변을 본다면, 그곳에 배변패드를 두고 배변 훈련을 하면 좋아요. TV 앞이든, 거실 구석이든 중요하지 않아요. 우선 패드에 대한 기억을 확실히 하면 다음에는 어느 장소든 패드를 찾아갑니다. 반려견은 또한 한 번 대소변을 본 장소를 또 찾는 경향이 있는데 그 장소를 잊게 하려면 그 자리에 간식을 놔주거나 엎드려 훈련 등을 시키는 도움이 됩니다. 개들은 간식을 먹는 공간이나 엎드리는 공간에는 대소변을 보지 않기에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을 바꾸는 데 효과적입니다.”

산책할 때 사람을 물거나 짖는다면.
“산책할 때 바른 예절을 가르쳐야 합니다. 산책 전후 ‘기다려’와 같은 주인 말을 잘 들었다면 보상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개가 짖는다고 간식을 주면 상황이 거꾸로 흐릅니다. ‘짖으면 간식이 나오는구나’ 하고 기억하니까요. 산책 시 줄은 짧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개를 편하게 해준다고 긴 줄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는데, 개들은 보호자의 옆에 붙어 있을 때 더 심리적 안정을 느낍니다. 보호자와 개가 나란히 걸으면서, 사람이 한 걸음 나가면 개도 한 발 딛는 것이 개들이 가장 행복한 동행법입니다. 만일 사람을 무는 행동이 나타난다면 바로 전문가에게 교정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반복되면 고치기 힘들고, 어설프게 보호자가 개입하면 공격성을 더욱 키울 우려가 있습니다.”

반려견 교육기관을 통한 훈련 기간 및 비용은.
“특정 행동의 교정을 위해 2시간 포인트 교육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통상 반려견 훈련기관의 정규 과정일 경우 3개월을 기본으로 비용은 월 60만~80만 원 수준입니다. 생후 16주 이내가 교육에 가장 좋은 시기이고, 늦어질수록 교육의 효과가 낮아지고, 교육 기간이 길어집니다.”

반려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를 해주신다면.
“요즘 20~30대가 반려견을 입양해서 많이 키워요. 하지만 직장생활이 바쁘고 여유가 없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려견들이 보호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많은 시간을 놀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시간도, 경제적 비용도 들어가요. 반려동물에 대해 사전에 알아보고 준비하면 유기동물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남의 집 개도 사랑해 변도 치워줄 수 있을 정도로 개를 무조건 사랑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반려견은 죽을 때까지 미성년자인 자식과 같습니다. 무한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웅종 대표는…
TV 프로그램 의 ‘국민 반려견 아빠’이자 <해피선데이 1박2일>에 출연하며 국민견 ‘상근이’ 아빠로 유명세를 탔다. --------해병대에서 군견을 훈련시켰다. 아주대 의과대학원 정신의학과 석사과정, 일본 이다치 경찰견훈련소 IPO 심사위원 과정, 미국 니키매슈 슈츠훈트클럽 훈련 과정 등을 수료했다. 현재는 이삭애견훈련소 대표로 재직하며 반려견을 올바르게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2015년 반려동물교육 부문 최초로 ‘대한민국 명인’에 추대되기도 했다.

견생 20년을 좌우하는 일주일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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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개념 익히기
강아지들은 낯선 장소에 도착하게 되면 제일 먼저 대변과 소변을 보려 하는 습성이 있다. 강아지의 대변 훈련 성공 요인은 입양 첫날 화장실 교육이 80% 이상 좌우한다. 지정된 화장실 공간에 케이지를 설치해 생활화하는 것도 대소변 가리기를 이해시키는 과정으로 효과적이다.
7일 정도만 울타리를 이용한다. 식생활 즉, 먹이, 화장실, 잠자리를 한곳에 모아 습관화시켜주어야 한다.

스트레스 줄여주기
강아지를 입양한 후에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꼭 인지하기 바란다. 입양 후 첫째 날부터 3일 정도는 강아지가 편안히 원하는 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켜보며 관찰해보도록 하자. 귀여워서 안아주거나 데리고 노는 것은 추후 새로운 환경과 보금자리에 적응했을 때 서서히 해도 늦지 않다.

이름 지어주기
먼저 개를 맞아들이고 해야 할 일은 화장실을 만들어주고 개의 이름을 정해주는 것이다. 단순히 좋은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개가 자기의 이름을 알도록 하는 것이다. 이름을 잘 알아들으면 기본예절을 가르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예절교육 시키기
성장에 따른 예절교육에 관한 지침서를 활용해 개의 기본 예절교육을 시켜보도록 하자. 실내견의 문제점은 짖는 것과 사람을 무는 것, 대소변 가리기 등을 들 수 있다. 짖는 것과 사람을 무는 경우 가장 큰 원인은 사람의 과잉보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