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부진, 다각화가 답이다
[한경 머니 기고=황정하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장] 1891.81. 지난 8월 5일 기록한 코스피(KOSPI) 지수의 장중 저점이다.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가 2018년에는 3000선을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대다수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닐 수 없다.

코스피는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부진한 모습이다. 그냥 지수가 하락한 것(절대수익률)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증시와 비교했을 때에도 여전히 부진(상대수익률)하다는 얘기다. 8월 9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가 5.1% 하락한 데 비해, 같은 기간 전 세계 증시를 대변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 세계 지수는 11.9% 상승했다.

개별 국가 기준으로 보아도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6.4%로 크게 상승했고, 유럽의 유로스톡스50 지수와 일본의 니케이225 지수도 각각 11.1%, 3.3% 상승했다. 심지어 옆 나라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도 11.3% 올랐다. 한국 증시는 왜 이렇게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어려운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 많이 빠졌다면, 저점에서 매수에 나서야 하는가, 아니면 아직도 조심스럽게 봐야 하는 것일까.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갈등, 부진한 펀더멘털
이처럼 한국 증시가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부진한 이유로 크게 다음의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갈등, 그리고 부진한 펀더멘털이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은 한국의 지리적 위치와 경제 구조, 주식시장 구성 측면에서 한국 증시와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여전히 그 영향력이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미·중 간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지난해 6월 이후 코스피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 특히 그중에서도 반도체, 화학, 철강 등 중간재 중심의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특성상 글로벌 교역에 매우 민감하다. 또한 전체 수출 내에서 대중국·미국 수출이 각각 1, 2위로 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주식시장 내에서도 수출 중심의 대기업 비중이 높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가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등장한 이후, 중국과 함께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 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내년으로 다가온 미 대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궁극적으로는 양국이 (어떤 형태로든)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협상 과정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갈등과 봉합이 반복되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의 협상 과정을 주목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될 것이다.
코스피 부진, 다각화가 답이다
한·일 무역갈등 역시 중요한 이슈다.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중 3종에 대해 수출 규제를 실시하며 불거진 양국 간 갈등은 8월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며 본격화됐다. 이에 한국 정부 역시 일본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 이슈의 경우,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무역 이슈라기보다는 정치외교 이슈로 해석해야 한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쟁 가능 국가로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이번 이슈를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한국 정부 역시 외교적 관점에서 양보의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번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수출을 전면적으로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출 과정을 어렵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주요 산업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갈등 장기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투자심리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부진한 펀더멘털이다. 기업이익 전망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이에 따라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기업들이 돈을 더 잘 벌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주가가 싸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12개월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 11배 수준으로 장기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부담스러운 밸류에이션은 이익 부진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이후 거의 1년간 한국의 기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는 무역분쟁으로 인해 글로벌 교역량이 둔화되고 있는 점과 반도체 업황 부진에 기인한다. 미·중 무역 합의와 반도체 업황 반등 모두 빨라야 올해 말 정도에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 개선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저점 매수보다는 다각화, 긴 호흡 필요
한국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지금은 저점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글로벌 주식, 또는 주식 이외의 자산으로의 다각화를 고려해야 할 때다. 분명 최근 낙폭이 컸다는 점에서 반등을 기대하고 매수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3가지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글로벌 주식 대비 한국 주식의 상승 탄력이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상대 약세 전망).

따라서 현시점에서 한국 주식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전체 주식 내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주식으로 다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주식자산 이외에 채권, 달러자산과 같은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자산 비중을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한국 주식과 상관관계가 낮다는 점에서 달러는 한국 투자자에게 매우 유용한 다각화 수단이다.

한국 주식시장에 신규로 투자하는 투자자의 경우, 좀 더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 내 한국 주식시장이 상승 모멘텀을 되찾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상기한 3가지 이슈 모두 완화·해소되는 시점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업황의 경우, 빠르면 올해 말부터 개선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으나 지연될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는 12개월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스피 부진, 다각화가 답이다
다각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
<우산장수와 부채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라는 동화가 있다. 그 어머니는 더운 날이면 ‘우산이 안 팔리겠구나’라고 걱정하고, 비 오는 날이면 ‘부채가 안 팔리겠구나’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동화의 마무리는 이웃에 살던 지혜로운 자가 반대로 생각하라는 충고를 해주며 마무리된다. 투자자는 이 이야기 안의 어머니보다 아들의 입장에 가깝다.

비 오는 날도 있고, 해가 뜨는 날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부채 장사만을 고집하며 장마철을 근근이 버티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부채와 우산을 모두 파는 것이다. 이것이 다각화다. 어려운 시기에 한 가지 자산을, 한 가지 주식을 고집할 수도 있지만, 좀 더 다양한 지역, 또는 주식 이외에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면 전체 자산의 변동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올 하반기, 한국 주식 이외의 글로벌 주식, 그리고 채권, 달러와 같은 주식 이외의 자산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