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미술관의 감성 전시 2選

[한경 머니 = 이동찬 기자] 천고마비(天高馬肥)의 '마'는 어쩌면 마음을 뜻할지도 모른다. 하늘은 높아지고 마음은 풍요로워지는 지금, 사색과 감상의 욕구를 충족시킬 소다미술관의 2가지 전시.

손주휘, 'Scale',  라미네이트 컬러 칩·스테인리스 스틸 로프·메시, 2019년
손주휘, 'Scale', 라미네이트 컬러 칩·스테인리스 스틸 로프·메시, 2019년
이용주, '바람모양', 도장 금속판·볼트, 2019년
이용주, '바람모양', 도장 금속판·볼트, 2019년
에이앤엘스튜디오(AnLstudio), 'Layered Void 층층틈', 아이소핑크·아크릴 튜브·와이어·합성목·합판·다리조절기, 2019년
에이앤엘스튜디오(AnLstudio), 'Layered Void 층층틈', 아이소핑크·아크릴 튜브·와이어·합성목·합판·다리조절기, 2019년
FLOW PROJECT: 움직임을 짓다

소다미술관의 루프리스 갤러리(Roofless Gallery)에서 진행되는 는 건축가들이 부동의 건축 재료를 통해 정지된 공간에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한다. 디자인에 따라 생성되는 다양한 움직임이 공간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모색한 것이다. 특히 찜질방의 구조만 남아 있는 공간인 루프리스 갤러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어 매년 실험과 도전 정신을 지닌 건축가들과 함께 공간의 새로운 쓰임을 만들어낸다.
세 팀의 건축가들은 서로 다른 재료로 루프리스 갤러리에 움직임을 구현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제시한다. 손주휘 건축가는 규격화된 컬러 칩을 엮어 바람에 의해 열리고 닫히는 건축적 경계, 벽을 설치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용주 건축가는 금속이라는 무거운 재료를 바람의 가벼운 움직임으로 재현해 유연한 흐름으로 공간을 유영한다. 에이앤엘스튜디오(AnLstudio)는 단열재로 공간을 수평적으로 분할해 새로운 장면을 제시하며 사람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시선에 집중했다. 관객은 콘크리트 공간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지어내는 건축가들의 상상과 해석을 통해 새롭게 살아 숨 쉬는 공간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장동선 소다미술관장은 "소다미술관은 매년 새로운 주제로 관람객들이 색다른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국내외 젊은 건축가들과 함께 해마다 특별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건축 중간재를 사용해 만들어진 건축적 공간을 탐험하며, 관람객 스스로 움직임을 만들어내 새로운 시각적·공간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또한 "콘크리트 구조의 외부 전시 공간이 건축가들의 독창적인 작품을 통해 어떻게 생동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11월 24일까지.


강준영, '집짓기를 위한 드로잉 시리즈' 외 20여 점
강준영, '집짓기를 위한 드로잉 시리즈' 외 20여 점
김시연, '잔 CUP' 외 3점
김시연, '잔 CUP' 외 3점
사물의 집: HOUSE OF THINGS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일상적 사물을 주제로, 7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특정 공간을 점유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사물'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소한 사물들이 개인의 기억과 경험 속에 수많은 형태로 남는 것에 주목해 작가들 모두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의 모습과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정체성을 특정 사물에 각인했다. 그렇기에 곳곳에서 마주하는 사물들은 평범함에서 벗어나 마치 살아 있는 인격체처럼 느껴진다.
강준영 작가는 그가 유년기 시절 다양한 문화에서 겪었던 기억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소외된 것에 대한 경외를 항아리에 풍부한 색채의 드로잉과 자유로운 언어들로 기록했다. 김시연 작가는 일상의 섬약한 사물을 소재로 개인의 삶에서 느끼는 불안의 감정과 인간의 실존적 고독,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극도로 절제된 사진 속에 표현한다.
김상훈, 'Foam Sofa_Ottoman' 외 2점
김상훈, 'Foam Sofa_Ottoman' 외 2점
소동호, '오리가미 시리즈'
소동호, '오리가미 시리즈'
지희킴, '겹의 기호들 6' 외 22여 점
지희킴, '겹의 기호들 6' 외 22여 점
김상훈 작가는 예술과 사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점에 있는 아트퍼니처(Art Furniture)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즉흥적으로 디자인됐으며, 형태를 무한히 변형할 수 있는 폴리우레탄 폼은 작가의 주된 작품 재료다. 소동호 작가는 조명이나 의자와 같은 일상적 사물들을 구조적이고 심미적인 관점에서 관찰하고, 이를 용도와 상관없이 아름다운 오브제로 완성하는 것에 집중한다. 작품들은 보편적 사물의 기능을 넘어, 전혀 다른 쓰임으로 공간을 점유하게 된다.
지희킴 작가는 유학 시절 기증받은 책을 영감을 주는 대상이자 작업의 도구로 삼았다. 오래된 책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질감과 냄새 등에 매료돼 그 안에서 무의식의 기억과 수많은 사건들을 함축적인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홍윤 작가는 주변의 익숙한 사물을 특유의 따스한 질감이 느껴지는 목판화와 감각적인 선묘가 돋보이는 동판화로 옮겨냈다.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온전히 나답게> 등을 집필하고, 현재 매거진 어라운드(Around)에 책과 영화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는 한수희 작가는 특별히 11권의 책을 추천한다. 일상의 이면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책들은 작가의 추천의 글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사물의 집: HOUSE OF THINGS>전은 일상과 밀착된 지점에서, 예술에 대한 실천적 접근을 제시한다. ‘익숙하지만 생경한 대상을 관찰하고 색다른 관점으로 사유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은 자신의 삶이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전시는 11월 24일까지.

소다미술관
경기 화성의 최초 사립 미술관으로, 오랫동안 방치된 대형 찜질방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디자인과 건축 전시가 주를 이루는 문화재생공간으로, 실내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콘크리트 건축물들이 돋보이는 야외에서도 전시와 이벤트들이 진행된다.
주소 경기 화성시 효행로707번길 30
문의 070-8915-9127
시간 매일 10:00 ~ 19:00, 매주 월요일 및 명절연휴 휴관

사진 소다미술관 제공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