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현대카드’의 새 바람, PLCC·온라인채널 '돌풍'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정태영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카드가 틈새시장을 ‘대세’ 시장으로 바꾸고 있다. 상업자표시카드(PLCC)를 앞세운 온라인 채널 공략으로 기록적인 흥행을 끌어낸 것이다. 현대카드가 올해 상반기 모집한 전체 신규 고객은 95만 명 이상으로 7개 전업계 카드사 중 1위다.

“디지털 혁신은 도래했고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무기의 패러다임이 창에서 화약으로 넘어간 17세기와 유사하다. 성패는 누가 먼저 화약을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부회장은 올해 초 ‘IBM THINK 2019’에서 디지털 혁신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정 부회장은 “4년 전부터 디지털로의 대규모 전환을 시작했고, 이제 음악이나 디자인이 아닌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현대카드=문화 마케팅’이라는 인식이 떠오를 정도로 브랜딩과 문화 마케팅을 주도해 왔다. 최근 이러한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 프로젝트’를 선언한 이래 상품과 서비스를 비롯해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문화를 심는 데 공을 들여 왔다.

현대카드의 디지털 전환은 벌써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젊은 소비자의 취향을 정밀 타격하고, 신용카드 실시간 발급 서비스 및 인공지능–자동응답시스템(AI-ARS) 등 디지털 환경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국내 오픈마켓 전용 PLCC 상품은 온라인 채널 비중 확대의 신호탄을 쐈다.
‘디지털 현대카드’의 새 바람, PLCC·온라인채널 '돌풍'
온라인 채널로만 승부, 스마일카드 50만 장 돌파
현대카드가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내놓은 ‘PLCC’인 스마일카드는 수수료 인하로 허덕이는 ‘카드업계 보릿고개’에서 성공 모델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카드업계에는 PLCC 신상품 출시 붐이 한창이다.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스마일카드는 1년여 만에 5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카드 모집인 등 오프라인 채널 없이 오직 온라인 채널로만 승부를 던진 것이라 의미를 더했다. 스마일카드의 흥행으로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PLCC는 단숨에 카드업계의 ‘대세’로 자리매김 중이다.

현대카드 측은 “고객 스스로 카드 상품에 관심을 갖고 신청하는 로열티 높은 채널에 관심을 집중한 결과,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회원층이 두텁다는 점에 착안해 온라인 쇼핑 전용 PLCC를 기획하게 됐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이베이코리아와 손잡은 것은 G마켓, 옥션, G9라는 큰 시장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PLCC는 카드사가 아니라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카드다.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 PB) 상품에 비유된다. 카드사가 단독으로 운영하는 일반 제휴카드(affinity card)와 달리, 해당 기업과 카드사가 공동으로 카드 상품을 운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카드사들은 해당 기업의 충성 고객을 사로잡는 자물쇠(lock-in) 효과가 있고, 기업은 특화된 혜택으로 신규 고객을 모으고 마케팅 효과도 있어 상부상조 전략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국내 대표적 PLCC 카드인 스마일카드의 성공 비결로 ‘선택과 집중’을 꼽는다. 통상 일반 카드사의 평균 고객 획득비용이 15만 원 안팎인데, 스마일카드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이 비용을 20~30% 수준으로 절감했다. 대신 혜택을 키웠다. 스마일카드는 G마켓, 옥션, G9 등 이베이코리아 산하 오픈마켓에서 기본 적립(0.3%) 혜택의 최고 8배에 이르는 2.3% 스마일캐시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온라인 채널로 발급되는 만큼 신속한 발급도 강점이다. 모바일을 통해 현대카드 발급을 신청하면 즉시 가입 심사를 거쳐 신용카드가 스마트폰 안에 입력된다. 단 3분이면 즉시 발급해 사용할 수 있다. 만들기 쉽고, 큰 혜택이 쌓이는 카드에 고객들은 환호했다. 기존 G마켓과 옥션 고객 중 스마일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은 이전보다 월 구매액이 63%나 증가했다.

고객 만족도도 높다. 고객만족도 조사인 ‘순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 NPS)’ 조사에서는 ‘상품을 추천하겠다’는 고객이 55%, ‘추천하지 않겠다’는 고객이 15%였다. 지난해 11월 이베이코리아의 대대적인 세일 기간인 ‘빅스마일데이’ 때는 한 달 만에 신규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PLCC 카드 사업에 집중하는 PLCC본부를 만들고 다양한 산업군의 PLCC 카드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오랫동안 염원했던 코스트코와 10년 제휴 협약을 맺고 코스트코 PLCC를 선보였으며, 지난 8월에는 신세계그룹 e커머스 전문 기업인 ‘에스에스지닷컴(SSG.COM)’과 전용 PLCC 카드를 새롭게 출시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군의 PLCC 카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카드의 ‘온라인’ 확대는 프리미엄 시장에도 이어졌다. 현대카드가 10년 만에 선보인 프리미엄 카드인 ‘더 그린’은 연회비가 15만 원에 달함에도 일체 오프라인 영업 없이 온라인으로 가입 신청을 받는다. 결과는 역시 성공적. 프리미엄 카드의 수요가 제한적임에도 출시 1년 만에 발급 5만 매를 돌파했다. ‘더 그린’은 지갑을 여는 데 적극적인 젊은 고객층을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더 그린’ 전체 고객의 77%가 20~30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회원 1인당 월 평균 사용액도 일반 상품보다 2배 이상 높다”고 전했다.

디지털 기술 고도화를 통한 체질 개선
현대카드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12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4%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선제적으로 대대적인 인력 슬림화를 단행한 데다 온라인 채널 확대 등으로 모집과 마케팅 비용을 절감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현대카드가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창사 후 가장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500명이 넘는 직원이 떠났다. 모집인 채널도 축소하고 있다. 현대카드 모집인 수는 2017년 2984명에서 2019년 1분기엔 1051명으로 뚝 떨어졌다. 회원당 모집 비용도 2017년 13만7000원, 2018년 9만9000원에서 올 1분기엔 7만600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온라인과 PLCC 비중을 확대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혜택을 고객에게 집중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현대카드’의 새 바람, PLCC·온라인채널 '돌풍'
반면 디지털 혁신이라는 비전에 따라 2017년 140명 수준이었던 현대카드의 디지털 인력은 2018년 350명으로 증원됐고 추후 500명까지 확충할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스튜디오블랙 입주 기업 타운홀 미팅’에서 “카드에 들어 있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5년 뒤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혁신 2막 ‘디지털화’로 변화할 카드 생태계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3호(2019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