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자제심에 관한 실험

2005년에 번역, 출간된 <마시멜로 이야기> (Don’t Eat the Marshmallow...Yet!, 호아킴 데 포사다·앨런 싱어 지음, 한국경제신문)가 갈수록 독자의 호응을 얻어 쇄를 거듭하자 함께 번역했음에도 이름이 빠진 전문 번역자의 항의로 시끄러웠다가 늦게야 이름을 다시 올리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 번역출판계의 일면을 살짝 볼 수도 있었지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점은 그만큼 이 책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책 전체가 170쪽 정도로 얇은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욕망과 자제심에 관한 실험’이야기다. 성공한 주인공 조나단이 자신의 경험을 운전기사인 찰리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실험은 네 살 정도의 어린 아이들 600명을 한 명씩 각기 다른 방에 배치하고 어린이 앞에 마시멜로 한 개를 놓은 다음 15분 뒤에 다시 들어올 테니 그때까지 놓아둔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다면 상으로 마시멜로를 한 개 더 주겠다고 말한다.

씹을 때 쫀득쫀득한 감촉과 함께 달콤한 맛이 나는 마시멜로는 서양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캔디로서,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이집트에서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네 살짜리 어린이에게 15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일부 어린이는 참지 못해 먹어버렸고, 참을성 있는 아이는 어렵게 참아내 한 개를 더 받았다.

이 실험이 행해진 지 10년 후 소재 파악이 된 200여 명 어린이의 재능과 장점을 연구해 결과를 발표했다. 조나단은 이렇게 말한다.

“15분을 기다려 마시멜로를 한 개 더 상으로 받은 아이들과 15분을 참지 못해 탁자 위 마시멜로를 먹어치우고 만 아이들의 10년 성장 과정을 상호 비교한 연구 결과는 흥미 그 자체였다네.

15분을 참았던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학업 성적이 뛰어났지.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도 훨씬 원만하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네. 놀랍지 않은가?

겨우 15분이었지만 눈앞의 마시멜로에 만족한 아이보다는 한순간의 유혹을 참고 기다렸던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는 사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이 말이었다.
[Book&Life] 마시멜로를 아직 먹지 마라
‘참을성’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마스터키

‘참을성’, 그것은 바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마스터키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눈앞에 당장의 욕망을 채워주는 마시멜로가 놓여 있고 그것을 먹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참을성 많은 사람만이 이 유혹을 물리치고 기다려서 결국에는 성공을 거머쥔다. 조직을 움직이는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구성원들이 눈앞의 마시멜로를 너무 일찍 먹어버리지 않도록 선도해야 하고, 스스로도 마시멜로를 너무 일찍 먹지 않도록 참을성을 길러야 한다.

참을성 많은 대표적인 사람으로 옥수(玉樹)에서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려 주나라 문왕을 도와 새 세상을 연 강태공(姜太公)을 드는 사람도 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밑에 있다가 때를 기다려 전국을 제패하고 막부를 세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드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주저 없이 우리 시대 투자의 귀재요, 자선의 황제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을 들고 싶다.

복리를 낳는 마법의 시간

살아 있는 그의 전기가 이미 수없이 많이 있지만, 최근에 나온 그의 전기 <스노 볼>(THE SNOW BALL, 엘리스 슈레더, 랜덤하우스코리아)을 보면(상하권 합해 1700쪽 가까이 돼 엔간한 끈기가 없으면 다 읽기 어렵다), 버핏은 열 살 때부터 벌써 아버지가 일하던 증권회사에서 주가를 기록하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용돈을 모았다.

용돈을 모았다는 사실은 바로 지금 당장 그 용돈으로 맛있는 마시멜로를 사먹을 수 있는데도 참았다는 의미다. 참고 기다리면 마법의 시간이 재산을 복리로 눈덩이처럼 키워주는 신비한 원리를 일찍부터 터득한 것이다.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버핏은 누나인 도리스와 동업으로 ‘시티스 서비스’의 우선주를 각자 3주씩 주당 38.25달러에 사서 얼마 되지 않아 주당 40달러에 팔아 각자 5달러씩의 이익을 올렸다. 버핏은 누나의 조급함에 시달려 그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고 회고하면서(오래지 않아 이 주식은 200달러를 넘어섰다), 이 투자를 통해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첫째, 투자한 돈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다. 둘째, 작은 이익만 덥석 먹고 물러나서는 안 된다. 셋째,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돈을 맡아서 투자하지 않는다.

겨우 열두 살에 그는 이처럼 기다림의 가치를 확신하게 됐다는 것이다. 버핏은 1년 미만으로 보유하다가 매도한 주식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자본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농담할 정도로 철저히 장기투자를 주장했다.

투자를 해본 사람이면 ‘기다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필자도 참을성이 부족함을 자각하고 일찍이 주식 투자를 포기했다.

철저히 준비하며 30년간 타석에 서 있었던 워런 버핏

참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무조건 기다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강태공이 80평생 낚시만 하다 어느 날 느닷없이 문왕을 만나 은나라를 멸하고 주를 세운 것이 아니다.

그는 옥수에 빈 낚시를 드리우고 있으면서도 철저하게 미래를 계획하며 기다린 것이다. ‘육도삼략(六韜三略)’이란 병법을 쓴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이렇듯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해서는 오늘의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내일의 꿈을 면밀히 다지면서 참고 기다려야 한다.

버핏도 운이 좋아 어쩌다가 부를 일군 게 결코 아니다. 티머시 빅은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 전략>(How To Pick Stocks Like Warren Buffett, 티머시 빅, 비즈니스북스)이란 책에서 버핏의 투자는 테드 윌리엄스의 타격 원리를 적용했다고 말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인 윌리엄스는 평생 521번의 홈런 기록과, 동시대의 어떤 타자보다 포볼 출루횟수가 많았으며, 제구력(평균 타율 0.344)도 좋았다. 이러한 놀라운 기록은 그의 독특한 타법 덕분인데, 그는 이 타법을 훗날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이란 책에 남겼다. 그는 스트라이크 존 전체를 77개의 미니 존으로 세밀하게 나눈 후 아무렇게나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위치에 공이 올 때까지 끝없이 기다렸다고 한다.

버핏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전에 철저히 분석해 투자할 영역을 정하고, 다음으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공이 들어올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포트폴리오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분석과 끈질긴 인내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작은 회사인 ‘대구텍’의 현장 확인을 위해 최근에 두 차례나 대구를 방문한 바 있다.

1998년 버핏은 온스당 5달러에 1억2900만 온스의 은을 사들였다. 왜 그렇게 이례적인 투자를 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은 시장에 대해 30년 이상 연구를 했으며, 이제 은 가격이 자신이 원하는 매력적인 수준에 다다랐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버핏이 매입할 당시 은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조정 과정을 거쳐 650년 만에 최저점에 다다랐고,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 이후 최저가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처럼 그는 투자의 타석에 들어서서 30년 동안 서 있으면서 완전한 찬스를 노린 것이다.

우리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대다수의 일은 장기적인 즐거움을 얻기 위해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할 때 이룰 수 있다. 어린 시절을 거쳐 젊은 시절에 이미 마시멜로를 먹어버렸다고 지금 와서 후회할 필요는 없다.

마시멜로는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나타난다. 지금부터라도 눈앞에 남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말하자. “잠깐! 마시멜로를 아직 먹지 마라.” 이것만으로도 당신은 머지않은 장래에 지금보다 두 배의 마시멜로를 상으로 보상받을 것이다.

전진문(영남대 겸임교수, 대구경영자독서모임 대표, (주)경일약품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