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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의 신화

그리스 신화에 피그말리온(Pygmalion)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키프로스의 여인들은 나그네를 박대했다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나그네에게 몸을 팔게 됐는데, 이 때문에 피그말리온은 여성을 혐오해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상의 헤파이토스’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대신 자신의 조각 솜씨를 발휘해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들었다. 실물 크기의 이 조각은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그는 이 조각상에 옷을 입히고 목걸이를 걸어주며 어루만지고 보듬으면서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정성을 다했다.

피그말리온은 이 여인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사랑했으며, 마침내는 아프로디테 축제일에 이 여인상을 아내로 삼도록 해달라고 빌었다. 너무나 간절한 피그말리온의 마음을 헤아린 아프로디테는 이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 주었다. 피그말리온은 인간이 된 갈라테이아와 결혼했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피그말리온의 고향 이름을 따서 파포스라고 불렀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Bernard Shaw)는 이 신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1919년에 <피그말리온>이라는 희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신화에서 유래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누군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나 기대, 예측이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을 말한다. 즉, 긍정적으로 기대하면 상대방은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을 하면서 기대에 충족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교육학 용어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두 가지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하나는, 누군가가 간절하게 꿈꾸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어 보이던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꿈은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정교하고 구체적이어야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그말리온의 꿈
간절하고 절실한 꿈이라야 이루어진다

우리는 누구나 꿈을 꾼다. 꿈이란 무엇인가. 꿈은 원래 잠자는 중에 깨었을 때와 똑같이 여러 가지를 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꿈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 꿈이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져 실망스러움의 뜻으로 ‘덧없음’이나 ‘허망함’을 나타낸다. 다른 하나는 간절하게 원하면 소망이 꿈에 나타나고 그것이 훗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현되는 ‘긍정적인 이상’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붉은 구호를 외치며 결국에는 꿈의 4강을 이루어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어떤 강력한 힘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 강력한 힘은 간절한 소망으로부터 나오고, 우리가 진실로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그리고 간절히’ 그것을 원하는가 하는 것이다. 대충 막연하게 ‘혹시나…’ 하면서 바라는 꿈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미망이 된다.

중국의 <열자>(列子) ‘황제 편’에도 “지극한 믿음을 가진 사람은 가히 사물도 감동시킨다(至信之人可以感物也)”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지극한 믿음(至信)’은 앞의 신화에서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소망과 같다.

자신의 꿈이 왜 이루어지지 않는가를 곰곰이 따져보면, 대부분은 진정으로 간절하게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교하고 구체적인 꿈이라야 이루어진다

또 하나는 아무리 간절하게 바라는 소망이 있다 하더라도 그 꿈이 구체적이거나 정교하지 못하고 막연하고 개략적이라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피그말리온의 조각이 실제 사람 모습처럼 정교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아프로디테는 사람의 영혼을 불어넣어 주지 않았을 것이다.

꿈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일수록 그 꿈은 현실적으로 성취되기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을 꾸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그 꿈을 더 구체적으로 정교하게 그려내는 단계까지 나가지 못한 결과다.

세계에서 가장 큰 매장을 가진 사람,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턴(Sam Walton)의 젊은 시절 꿈은 지극히 단순한 것이었다. 그것은 ‘내 점포를 소유하고 싶다’였다. 그는 간절하게 이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매우 구체적으로 꿈을 그려가고 그 꿈을 동업자들과 함께 나누며 실천하려고 했다.

월턴 부부가 저축한 돈과 일가친척에게 빌린 겨우 6000달러의 돈으로 시작한 월마트는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상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구입하게 하자’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목표를 정하고 매우 정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한 때 월마트의 수석부회장을 역임했고 <비전으로 이끌고 열정으로 승리하라>(The WalMart Way)를 쓴 도널드 소더퀴스트(Donald Soderquist)는 월턴의 꿈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정교한지를 보여 주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월턴은 ‘열 걸음 규칙(Ten-Foot Rule)’이라고 불리는 것을 제도화했다. 즉, 고객으로부터 열 걸음 이내에 있게 되면 무엇을 하고 있었든지 상관없이 고개를 들어 고객의 눈을 쳐다보고 말을 거는 것이다. 그리고 물건이 어디 있는지 질문을 받으면 복도를 가리키며 설명하는 대신 상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이것은 많은 고객들을 감동시켰다.”


자신의 꿈이 왜 이루어지지
않는가를 곰곰이 따져보면,
대부분은 진정으로 간절하게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얼마나 구체적이고 정교한가!

일본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인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회장은 <카르마 경영>에서 구체적으로 꿈꾸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교하게 말한다.

“인생은 마음에 그린 대로 이루어진다. 강렬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 생각은 씨앗이며, 인생이라는 뜰에 뿌리를 내려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가장 최초이자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그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피 대신에 ‘생각’이 흐르게 해야 한다. 그 정도로 강렬하게 하나만 생각하는 것, 그것이 이 일을 성취하는 원동력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명료하게 그릴 수 있다면 틀림없이 성취하게 돼 있다. 그러므로 원하는 바가 있다면 엄청나게 강한 힘으로 응축된 생각을 원하는 만큼 강렬하게, 그리고 ‘성공한 모습이 뚜렷하게 눈앞에 보일 때까지’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대충 꿈꾸는 것으로 꿈꾸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꿈을 꾸되 철저히 피 대신 생각이 흐르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명료하게 그릴 수 있도록 강력하게, 피그말리온이 상아로 조각한 여인상처럼 정교하게 그리고 잠시 하다가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꿈꾸어야 한다. 그렇게 꿈꾸면 어느새 그 꿈은 달성된다는 것이다.



하늘을 나는 라이트 형제의 꿈

앨런 액설로드(Alan Axelrod)가 쓴 <위대한 결정>에서 라이트 형제의 하늘을 나는 꿈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윌버 라이트(Wilbur Wright·1867~1912)와 오빌 라이트( Orville Wright·1871~1948) 형제가 하늘을 나는 꿈을 꿈꾸게 된 것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준 장난감 헬리콥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두 꼬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

자전거포를 운영하던 그들은 조류학, 항공학 등 하늘을 나는 것과 관련된 모든 문헌을 차례로 섭렵하며 더욱 정교하게 연구하면서 그들의 비행기를 설계해 나갔다.

1903년 12월 14일, 엔진과 역회전 프로펠러를 장착한 비행기를 완성하고 동전을 던져 순서를 정해 형 윌버가 먼저 탑승했으나 엔진이 꺼져 불행히도 실패했다. 다시 수리해 3일 뒤인 17일에 이번엔 동생 오빌이 탔다. 공기보다 더 무거운 비행기를 타고 동력으로 움직이는 최초의 유인 비행에서 오빌은 12초 동안 36.6m를 날았다. 연이은 비행에서 형 윌버는 59초 동안 259.7m를 나는 데 성공해 어린 시절부터 꾸어온 그들의 꿈을 드디어 이루었다.

라이트 형제의 꿈은 피그말리온의 꿈처럼 간절하고 절실하면서 정교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일러스트·추덕영
전진문 영남대 경영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