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매월 최고경영자(CEO), 베스트셀러 저자 등 명사를 초청해 대중 강연 행사를 진행했다. 강연 후 참석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실패에 대한 경험과 극복 사례였다. 성공한 명사들 대부분 고난 시기가 있었고 이를 잘 헤쳐 왔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타인에게 실패담을 일부러 들려줄 목적이 아니라면 순항하는 인생이 좋을 것이다.

실패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판단의 패착으로 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의 근본 원인은 ‘나를 잘 알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자동차 운전으로 표현하면 우리 일상은 수많은 정보의 과잉 축적, 자아 확립의 미비 등으로 인해 차 유리창에 성에가 가득 끼어 있는 상태다. 그래서 시야 확보가 선명하지 않고 삶으로 표현하면 그 결과 크고 작은 판단에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나를 잘 아는 것’은 선명한 시야로 쾌적한 안전 운전을 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며, 이것은 성찰(省察)을 통해서 가능하다. 성찰은 뜬 구름 잡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미래의 삶을 담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호에서는 세모(歲暮)를 맞아 나를 돌아보고 성찰을 얻기 위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다룬 책들을 소개한다.
[이달의 책] 歲暮, 나를 위한 성찰이 필요한 시간
번민하는 사람이 진정한 확신을 얻는다

‘타력(이츠키 히로유키 지음·지식여행)’은 냉엄한 현실과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일어설 것을 촉구하는 100편의 단편적인 글을 수록했다. 타력(他力)을 남에게 의지하는 소극적인 삶의 방식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난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학교와 사회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무능한 인간이라고 조롱받는 상황에서 벗어나 깊게 고민하고 번민함으로써 더욱 큰 확신에 이르는 삶을 제안한다.

저자는 소설 ‘청춘의 문’으로 초판 발행부수 100만 부라는 일본 출판업계 최고의 기록을 달성한 일본 문학계의 거장으로 국내에서는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그는 타력을 이야기하면서 이 난세에 살아남으려면 타력을 한 줄기 빛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이외의 커다란 힘이 내 삶의 방식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나 이외 타인이 나라는 존재를 떠받치고 있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괴로움과 불안에 가득 찬 일상에 내몰렸을 때 승려 3인에게 우울해하지 않고 위기의 고비에서 스스로 지탱하고 여유마저 느끼게 해주는 힘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 3인의 승려가 설파하는 중심에 놓인 것이 바로 타력이다.
[이달의 책] 歲暮, 나를 위한 성찰이 필요한 시간
사람의 습성은 힘들 때는 지독한 세상을 원망하다가 일이 잘 풀리면 자신이 모든 역경을 다 이겨내고 이룩한 것이라 의기양양해한다. 이런 얕은 마음에 대해서 저자는 조용히 꾸짖는다. “자력을 쓰면 자기주장이 지나치게 앞으로 나와 궁극적으로 두려움을 모르는 교만함에 이르든가, 아니면 자기자랑이 될 것이다. 이는 타력을 받아 살아가는 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마음가짐이다.”





가진 것이 없어도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다

“할머니는 우리 사회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와 그 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에 의해 모든 사람의 가치가 평가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리고 나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100만 원의 행복(카를 라베더 지음·나무위의책)’은 유럽보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남미의 사람들이 더 큰 행복을 누리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연한 기회에 빌려준 적은 돈으로 한 가족이 살아나고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진정한 행복이란 자신의 존재가 확장돼 다른 존재를 행복하게 하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된 저자가 실천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달의 책] 歲暮, 나를 위한 성찰이 필요한 시간
이 책은 세상의 성공 시스템을 넘어 적은 소유로도 더 행복한 삶을 누리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문은 작은 오두막집에서 살게 된 저자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과정, 수십 억짜리 집을 제비뽑기를 해 판매한 이야기, 그가 찾아낸 행복으로 가는 열쇠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의 삶과 자유로운 정신은 우리에게 만족하는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직관을 따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전해준다.

저자는 일에 대한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실내장식 사업을 해 큰돈을 벌게 되고 30대 초반에 백만장자가 됐다. 그러나 이런 부와 성공은 그에게 삶의 의미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삶에 대한 만족과 의미를 찾아다니다가, 남미에서 무담보 소액대출이라는 아이디어와 만나게 되고, 결국 자신의 모든 재산을 기부하고 ‘마이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대출기관)’을 설립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경제적 독립을 돕고 있다. 이제 그가 가진 것은 배낭 두 개에 모두 들어갈 만큼 줄어들었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에게 행복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전한다. “사람들은 각자 다르게 행복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커다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삶의 행복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디서 이것을 찾을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섭리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섭리들을 ‘마음의 목소리’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 인생에 궁극적인 행복을 가져다주는 내면의 목소리를 점점 더 뚜렷하게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요함에 귀 기울이면 놓친 것들이 보인다

“이 책은 자각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나는 본문의 내용을 그대로 체험해야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쓰는 동안 나는 평생에 걸쳐 만난 무언의 스승들을 한데 모으고 이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가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더욱 전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해나갔다. 이 책이 당신에게도 이런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마크 네포 지음·흐름출판)’은 암을 두 번이나 겪으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후 내면의 변화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한 저자 인생의 모든 정수를 담았다. 저자는 30년 넘게 영성과 시 분야에서 강의를 한 철학자이자 시인이다. 그는 암을 앓으면서 큰 고통을 받았지만, 병을 이겨내면서 영혼은 활짝 깨어났고 마음을 깊게 보는 힘을 얻게 됐다.
[이달의 책] 歲暮, 나를 위한 성찰이 필요한 시간
본문은 멈춤, 삶의 속도, 관계, 용기, 진정한 나, 소통, 받아들임, 포용, 깨어 있음, 깨달음, 성장, 되짚어봄 등의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글들을 통해 영혼의 양식을 얻을 수 있다. 1년 365일 형식으로 구성해 하루에 한 가지씩 읽을 때마다 진정한 삶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형식은 매일 차례로 읽을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골라서 읽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우리가 놓친 것,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고통이나 괴로움, 혼란, 두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일상에서 때때로 쓸모없는 것을 비워내야 함을 전한다. 더불어 지금의 순간을 깊이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알고 깊은 축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잡지 오 매거진(O! Magazine)에 저자를 ‘두 번이나 암을 이겨낸 후, 순수하게 가슴으로 글을 쓰는 작가이자 철학자’라고 소개했다. 그의 책을 생일 선물로 받고 아침마다 그의 가르침을 한 가지씩 읽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한다면 가슴을 열고, 세계를 변화시키며, 현재의 삶에 충실해져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저자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필요한 인생의 지혜는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미국 갤럽연구소는 20세기 중반부터 행복에 필요한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심리학자, 과학자들과 협력해 국경과 언어, 문화를 초월해 인류에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행복 테마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짐바브웨에 이르기까지 150개 이상의 나라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했는데, 전 세계 인구 98%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행복 수준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하고 있다.

‘웰빙 파인더(톰 래스 외 지음·위너스북)’는 지난 50년 동안 세계 150개국 1500만 명을 대상으로 웰빙과 행복에 관한 테마를 조사한 갤럽연구소의 연구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보편적인 웰빙 테마를 선정해 진정한 행복으로 이끄는 웰빙이란 무엇인지 분석한 책이다. 웰빙의 의미를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미로 확장시켜 그 안에서 인간 삶의 웰빙에 대해 전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달의 책] 歲暮, 나를 위한 성찰이 필요한 시간
행복 관련 다섯 가지 테마를 살펴보면 첫째는 ‘직업적 웰빙’으로 내가 매일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즐기고 좋아하는지에 관한 것, 둘째는 ‘사회적 웰빙’으로 강력하면서도 끈끈한 인간관계에 관한 것, 셋째는 ‘경제적 웰빙’으로 재정 상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관한 것, 넷째는 ‘육체적 웰빙’으로 훌륭한 건강 상태와 일상적 일들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해주는 충분한 에너지를 갖도록 하는 것, 다섯째는 ‘커뮤니티 웰빙’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참여의식, 봉사활동 등에 관한 것이다.

저자들은 갤럽의 방대한 연구를 통해 다섯 가지 웰빙 테마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놓치고 산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마찬가지로 이런 테마들 중 한 가지만 집착하는 편식은 우리의 행복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더 행복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결론에서 인생은 경제적 결과 이상의 것으로 구성돼 있으며, 우리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위해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즐길 수 있으며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어떤 것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깨달음의 거울로 나를 돌아보다

올해는 근대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불리는 경허선사(1849~1912)의 열반 100주년이다. 로버트 서먼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는 뉴욕에서 ‘경허집(경허선사의 시문집)’을 읽고 감동해 경허선사 열반 100주년을 맞아 국내의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그의 흔적을 따라 한국의 선불교 기행을 떠났다. 할리우드 배우 우마 서먼의 아버지이기도 한 서먼 교수는 서양인 최초 동양불교 수행자가 돼 승려로 살기도 했다.

최근 뉴욕에는 명상 열풍이 불고 있다. 뉴요커들이 왜 명상을 하는지 서먼 교수에게 물었다. “뉴요커들은 부(富)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달의 책] 歲暮, 나를 위한 성찰이 필요한 시간
‘경허, 술에 취해 꽃밭에 누운 선승(일지 지음·민족사)’은 구한말 풍운의 조선 땅에 홀연히 나타나 투철한 깨달음으로 꺼져 가는 선의 등불을 밝히고 만주 국경 북방의 고원을 떠돌다가 촌로로 숨을 거둔 경허선사의 삶을 조망하는 책이다.

경허가 왜 스스로 이단자라는 운명을 감수하고 북방고원의 방랑자로 쓸쓸히 소멸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소멸의 길을 추적하며 경허의 영광과 비극을 오늘의 언어로 전한다. 본문은 경허의 소년 시절부터 승려가 된 후의 삶, 그리고 깨달음의 과정과 승려의 신분을 벗어 던지고 속세에서 훈장 역할을 하면서 최후를 맞는 순간까지의 내용이 전기 형식으로 전개된다.

경허는 1849년 전주에서 태어났고, 9세 때 경기도 과천의 청계사로 출가했다. 법호는 경허(鏡虛), 법명은 성우(惺牛)다. 1879년 옛 스승 계허를 찾아가던 중 폭우를 만났으나 마침 돌림병의 유행으로 인가에 유숙할 수 없어 빗속의 나무 아래 앉아 밤을 새다가 생사의 이치를 깨닫고 동학사로 돌아와 3개월 동안 면벽해 크게 깨달았다. 1904년 이후 자취를 감추었으며, 그 후 박난주(朴蘭州)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머리를 기르고 갑산, 강계 등지를 돌아다니며 기행을 남겼으며, 1912년 4월 갑산에서 입적했다.

원효가 한국 불교의 첫새벽이라면, 지눌은 한국 간화선의 첫새벽이고, 서산은 한국 중세선의 첫새벽이며, 경허는 한국 근대선의 첫새벽이다. 대성현이요 대자유인이며 대시인인 경허가 빚은 깨달음의 거울은 인간과 우주의 본질에 대해 지혜의 문을 열어준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 ktkang21@han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