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 제 92호 (2013년 01월)





투자배급사 뉴 김우택 대표, 인생도 경영도 영화처럼

CEO INTERVIEW

실력도 실적도 그야말로 최고다.
얘기를 듣다 보니 ‘꿈의 직장’도 이런 ‘꿈의 직장’이 없다.

2012년 영화계에서 단연코 화제가 됐던 투자배급사 뉴(NEW) 얘기다. 재밌는 건 김우택 대표와 뉴의 성장 스토리가 기가 막히게 ‘평행이론’이라는 점이다.


뉴(NEW)는 ‘넥스트(Next)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월드(World)’의 약자다. 직역 그대로 뉴는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핫(hot)한 기업이자 차세대 영화계를 이끌어나갈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8년 9월 설립된 영화배급 및 투자 전문기업 뉴는 김우택 대표가 자본금 20억 원을 들여 설립한 회사다. 2011년에는 매출액 440억 원에 영업이익 39억 원을 달성했고, 2012년 매출액은 최소 600억 원 정도로 예상되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더구나 뉴의 직원 수가 23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초우량 기업인 셈이다.

김 대표는 뉴의 빠른 성장을 직원들의 공으로 돌리지만 그의 존재감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30대에 이미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상무와 대표이사까지 지낸 그는 쇼박스·메가박스 대표 시절 ‘가문의 영광’ 시리즈, ‘웰컴 투 동막골’,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디워’, ‘효자동 이발사’, ‘말아톤’, ‘범죄의 재구성’ 등을 투자, 배급하며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릴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다른 기업과 달리 투자배급사의 특성상 창업 초기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역량은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2012년은 뉴의 이름을 관객들에게까지 널리 알린 한 해였다. ‘부러진 화살’로 시작해 ‘러브픽션’, ‘언터처블: 1%의 우정’, ‘내 아내의 모든 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피에타’ 등 양적, 질적으로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 더구나 멀티플렉스를 보유한 대기업 계열의 투자배급사들이 자본력을 내세워 점령하다시피 하는 영화계 현실에서도 오로지 실력 하나로 시장점유율 3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2012년 마지막으로 극장에 올리는 영화 ‘반창꼬’ 개봉 준비가 한창이던 날, 기분 좋은 웃음으로 일관하던 김 대표와 마주앉았다.



2012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소감

‘반창꼬’ 개봉을 앞두고 바쁘신가 봐요. 2012년 뉴의 흥행 타율과 성적이 특히 좋아서 ‘반창꼬’에 대한 기대감도 큽니다.

“이왕이면 한 해의 마지막 작품이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는데 모르겠어요. 개봉 성적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으니 항상 마음을 졸이는데 한편으론 거기에 또 익숙하거든요. 사실 아직 우리가 중소기업이라 여름과 겨울, 메인 시장에 작품을 들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요. 보통 메이저 배급사가 들어가니까요. 우리는 작품의 질 하나로 승부해야 하니 버거운 점이 있지만 감이 나쁘진 않아요. 물론 비즈니스란 여러 여건이 따라줘야 하는 거지만요.”

2012년은 김 대표에게도 잊지 못할 한 해가 아니었나 싶어요.

“성적이 좋았으니 기분 좋은 건 당연하죠. 하지만 실적이 좋았던 것보다 더 긍정적인 건 회사가 많이 성장한 느낌이라는 겁니다. 제 꿈이 어느 순간 의미 있는 미디어엔터 기업이 되는 것이거든요. 따라서 한 작품의 흥행보다 더 중요한 게 그 과정 속에서 직원들과 조직의 실력이 늘고 자신감이 붙고, 회사가 확장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잊지 못할 한 해였죠.”

2012년 라인업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지난 청룡영화상의 수상 결과를 두고 ‘진짜 승자는 뉴다’ 이런 보도도 있었죠. 스스로 평가하신다면 어떤가요.

“2012년 유난히 의외의 흥행작이 많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어요. ‘부러진 화살’로 시작해 새로운 소재나 저예산, 다양한 사이즈의 영화들이 흥행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힘이 모아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프로세스가 잘 자리 잡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우리는 직원들이 90% 이상 공감하고 확신이 있을 때만 투자, 배급합니다. 우리가 투자, 배급한 영화가 확률적으로 잘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 지점에서 뉴의 마케팅담당 박준경 차장은 “대표님은 우리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 된다고 믿게끔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김 대표를 치켜세웠다.) 외부적 수확이라면 뉴라는 회사의 가치 자체가 하나씩 쌓여간다는 점이에요. 그러다 보니 다양한 영화를 자유롭게 검토할 수 있고, 조금 민감한 부분에서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죠. 대표적으로 ‘피에타’ 같은 건 유형의 ‘돈’을 떠나 무형의 가치가 정말 좋았어요.”

물론 아쉬운 작품들도 있겠죠.

“아쉬운 작품이야 뭐 돈을 못 번 작품들이죠.(웃음) 두 작품 정도가 잘 안됐는데, 특히 ‘미쓰GO’는 우리가 제작 파트가 아니다 보니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넘어서 착오가 생겨 안타까움이 컸어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면서 좋은 교훈을 얻었죠.”

매번 직원들에게 공을 돌리는 것으로 유명하시던데, ‘맨 파워’가 극대화되려면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나요.

“저는 영화 선택부터 마케팅 등에 많이 관여하지 않아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맡기는 편이죠. 다만 프로세스는 챙깁니다. 같이 협의하고 동감하는 과정을 거치죠. 또 제가 꿈꾸는 미래의 회사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죠. 다행히 회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는 좋은 방향으로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대기업과 경쟁에서 ‘독보적’ 존재감

뉴의 성장 스토리를 보면 김 대표의 화려한 이력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35세에 그룹의 최연소 대표가 됐어요. 그땐 정말 무서울 게 없었죠. 사람도 기업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해요. 특히 준비가 안 됐을 때 속도가 나면 굉장히 위험하죠. 그래서 속도 조절이 중요한데 회사가 이렇게 빨리 성장해줘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런데 제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회사의 성장 속도와 앞으로 나갈 방향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 상황은 힘들게 가다가 어느 한순간 확 점프하는 것 같은데 저는 아직 그 순간이 안 왔다고 봅니다. 우리 조직과 구성원과 사업 포트폴리오 균형을 그 순간에 맞춰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뉴의 색깔은 어떤 건가요.

“따뜻한 영화, 긍정적인 영화, 가족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작지만 의미 있는 영화들도 좋아하고요. 저는 영화가 크건 작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가 있을 때 많은 이들이 찾아서 보고 그래야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흥행과 메시지 전달은 결국 자연스레 연결되는 거죠. 대표적인 예가 ‘부러진 화살’이에요. 다들 흥행하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우린 재미있었거든요. 많은 관객이 본 덕분에 이슈가 됐고요. 그게 좋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해요.”

회사 설립 4년 만에 규모가 7배로 성장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글쎄요, 저는 한번도 몇 배인지 따져본 적이 없어요. 다만 손익은 계산하죠. 우리 회사의 상태는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을 우선순위에 둘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 수익이 우선이죠. 시장점유율은 수익을 내기 위해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오는 거고요. 그다음엔 우리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2012년 초에 독도와 울릉도에 다녀왔고 가을에는 일주일간 문 닫고 오스트리아 빈과 체코 프라하에 단체로 다녀왔어요.”

여기가 바로 꿈의 직장이네요.

“제가 노는 걸 좋아하거든요.(웃음) 대기업과 작은 기업의 장단점은 극명하게 달라서 나중에 회사가 더 커지면 이렇게 못 하겠지라는 생각은 해요. 제 생각과 달리 기업의 형태가 달라질 테니까요. 다행히 지금은 다들 즐겁고 행복한 것 같아요.(웃음)”

쇼박스 시절 올린 작품들을 보면 ‘미다스의 손’이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글쎄요, 그건 정말 모르겠지만 그렇게 봐주시면 고마운 일이죠. 다만 제가 이 업계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건 오히려 감각이 떨어져서가 아닌가 싶어요. 저의 백그라운드가 영화가 아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균형을 맞추는 데 있어 남보다 좀 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크리에이티브와 비즈니스 면에서 보면 각각 어느 한쪽으로 탁월한 건 아닌데 두 부분을 잘 조율할 수 있는 거죠. 영화적 감은 솔직히 잘 모르겠고요.”

뉴가 2010년부터 2년 연속 국내 배급사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변’으로 보나요, 아니면 김 대표라면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나요.

“그 부분에서 ‘잘 되고 볼 일’이란 생각이 드네요.(웃음) 처음 뉴를 설립했을 때 ‘대기업에 있을 때나 김우택이지, 설마 되겠어?’ 하는 시선들이 적지 않았어요. 솔직히 제 마음 속에서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도 있었고요. 배급이란 게 돈이 있어야 하고 인프라도 있어야 하고 제약 조건도 많으니까요. 처음부터 자신감이 있었다면 정말 거짓말이고 운이 정말 좋았는데 너덧 명으로 시작했던 초기 멤버들이 좋았어요. 그 후 좋은 친구들이 합류하고 도와주고 가치를 공감하면서 더 성장했죠.”

뉴가 작은 기업임에도 대기업과 경쟁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경쟁력은 뭔가요.

“대기업이 가진 강점은 우리의 약점이고, 우리의 강점은 대기업의 약점이죠. 다시 말해 대기업이 가진 강점은 포기하고, 우리가 가진 것을 극대화하는 게 우리의 방향입니다. 극장이 없고 돈이 많지 않다는 건 투자배급사에 있어 치명적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의사결정 과정이 빠르고 작은 조직인 만큼 같은 비전과 꿈을 공유하기 쉬워요. 물론 놀러가기도 훨씬 쉽고요.(웃음) 우리는 대기업이 못하는 걸 할 뿐입니다.”

상장 준비는 안 하시나요.

“우리 회사의 다음 스텝을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상장일 수도 있겠죠. 미디어산업은 자본이 많이 들어가요. 다만 저는 대기업이 하고 있는 시스템적 미디어엔터가 아니라 구글처럼 자유롭고 크리에이티브가 우선시되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싶어요. 그러려면 회사를 좀 더 확장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는 거죠.”

음악, 매니지먼트, 출판 등 신사업으로의 확장을 계속 진행 중인 걸로 아는데요.

“미디어엔터를 확장하겠다는 건 원래부터 마음먹고 있던 건데 그 첫 번째가 음악이었던 거죠. 음악 쪽 사업은 2012년 4월에 시작해 이제 막 소통하고 만들어가는 단계예요. 2013년 12월에는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아 김광석의 노래를 뮤지컬로 올릴 예정이고요.”



한국 영화의 미래, 영화인의 소명

한국 영화산업이 신르네상스를 맞이했다고들 합니다. 한국 영화 관객이 1억 명을 넘어섰고, 점유율은 60%에 육박하고 있죠. 2012년에는 천만 관객 영화도 두 편이나 나왔고요.

“최근에 영화들이 재밌어졌어요. 모든 분야엔 업 앤드 다운(up & down)이 있게 마련인데 특히 우리 영화 쪽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더 치열해졌죠. 제작도 배급도 극장도 치열해졌어요. 그러니 좀 더 고민하고 좀 더 손을 많이 들이면서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졌어요. 그 결과가 재미로 나타난 거고, 그런 성과들을 가능하게 한 거죠.”

영화산업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다, 한계 상황에 왔다는 이야기도 들려요. 해외 진출이 답이라고 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앞으로 방향성은 어떻게 가야 할까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나라 인구가 있고, 올리는 편수가 있기 때문에 1년에 몇십 퍼센트씩 성장하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하지만 폭발적 성장은 힘들어도 성장을 하긴 할 거예요. 문화가 바뀌면서 영화 한 편 볼 거 두 편 보게 되겠죠. 그렇지만 시장의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고 봐요.

그러다 보니 해외 시장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해외 진출은 그 나라에 가서 영화를 찍는 게 맞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영화가 가진 콘텐츠를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죠. 영화 외적인 다른 분야와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뭔가를 만든다거나 하는 다양한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의 사업 확장도 이런 것과 연관이 있어요.”

끝으로 앞으로 뉴의 방향성, 2013년의 계획에 대해 밝혀주신다면요.

“아, 이런 질문이 가장 어려워요. 사실 저는 계획을 안 세워요. 창업 후 한번도 사업계획을 짜본 적이 없어요. 다만 2013년 우리가 해야 할 큰 방향은 제시해주죠. 2013년에는 각 팀별로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면서 조직이 좀 커지는데, 얼마나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가진 장점을 계속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유연함, 자유로움, 소통을 계속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것이 저의 2013년 사업 방향입니다.”


김우택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에모리대학교대학원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삼성물산을 다니다 영화계에 발을 디디게 됐다. 오리온 계열의 온미디어로 자리를 옮겼다가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상무 및 대표이사, 메가박스 대표를 지낸 후 2011년 1월부터 자신이 설립한 뉴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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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3-01-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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